'교수·학생들, 서남표 총장 계약 해지 요구' 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임시이사회 회의장 앞에서 카이스트 학생들과 교수들이 서남표 총장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카이스트 이사회는 애초 예정돼 있던 서 총장 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서 총장의 거취 등 모든 결정권을 오명 이사장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카이스트이사회, 계약해지 미뤄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총장의 계약해지 안건을 20일 상정하기로 했던 카이스트 이사회(이사장 오명)가 의결을 미루고 서 총장의 거취 등 모든 결정권을 오명 이사장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서 총장의 ‘사실상 해임’ 결정은 미뤄졌지만, 서 총장도 정면 대응과 현직 고수 뜻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임시회를 열어 학내 문제 해결과 서 총장의 거취 등 모든 결정을 오 이사장에게 위임하기로 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사회는 학내 갈등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서 총장의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서 총장 쪽은 이사회의 계약해지 움직임에 대해 지난 16일 법률적 문제를 지적하며 정면 대응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오 이사장은 이사회에 앞서 서 총장을 호텔 커피숍으로 불러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카이스트 학생들이 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손 팻말을 들고 회의장에 모여 있자 주방으로 통하는 옆문을 이용해 이사회에 참석했다. 오 이사장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서 총장과 만나 학내 갈등 수습 방안 등 모든 결정을 나한테 일임하기로 합의한 뒤 이사회에 동의 여부를 물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사회에는 16명의 이사 중 15명이 참석했다. 오 이사장은 또 이날 오후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카이스트 정상화 및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 안에 4~5명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1~2개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이사는 “전권 위임은 자진 사퇴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 만남에 합석했던 서 총장 쪽의 이성희 변호사는 “두 사람은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총장의 자율에 맡기기로 하고 향후 후임 총장을 함께 선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 중에 ‘위임’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며 “다만 이사회에서 ‘위임하겠다는 뜻이냐’고 묻는 이사들의 질문에 서 총장이 ‘그렇게 생각해도 된다’는 답변을 했다”고 덧붙였다. 경종민 카이스트 교수협의회장은 “이사회 뒤 오 이사장이 ‘자진 사퇴 여부에 상관없이 후임 총장 선임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대전/전진식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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