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신과 열대어의 짝짓기 모습. 암컷(왼쪽)이 수컷의 아가미에 달린 장식물을 먹이로 착각해 먹으려 하고 있다. 사진=콜름 등, 커런트 바이올로지
남미 열대어, 깃대 모양 장식물 끝에 미끼 달아 암컷 유혹
미끼 모양은 암컷이 즐겨먹는 먹이 흉내…새로운 지각이 신종 출현 불러
미끼 모양은 암컷이 즐겨먹는 먹이 흉내…새로운 지각이 신종 출현 불러
플라이 낚시꾼은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계곡에 사는 물벌레의 모습을 찍어둔다. 그 계곡 물고기가 좋아하는 가짜 먹이를 만드는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낯익은 먹이를 흉내 낸 플라이를 써야 고기가 잘 낚인다.
남아메리카 강에 사는 어느 작은 열대어도 플라이 낚시의 원리를 이용한다. 트리디나드의 바닥에 펄이 깔린 맑은 강에 사는 소드테일 카라신(학명 코리노포마 리이세이)이란 민물고기의 수컷은 아가미 덮개에 기다란 성적 장식물이 달려있다. 깃대처럼 생긴 이 장식물 끄트머리엔 먹이를 닮은 부속물이 달려 있다.
수컷은 이 장식물을 낚싯대처럼 흔들어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이 미끼에 달려들어 먹으려는 찰라 수컷은 암컷의 몸속에 정자를 삽입한다. 암컷은 이 정자를 여러 달 간직하면서 알을 낳는다.
스웨덴 과학자들은 이 물고기 수컷의 장식물 형태가 주로 먹는 먹이를 닮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물고기는 물 표면을 헤엄치면서 주로 강변 숲에서 떨어지는 개미나 딱정벌레, 톡토기 등을 잡아먹는다. 그런데 개미를 주로 먹는 강에선 수컷 장식물의 부속물이 개미를 닮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다른 모습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클라스 콜름 등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현지 탐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아내 실험실에서 그 가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수조에서 한 번도 개미를 주지 않고 키운 암컷 카라신 물고기를 한 집단에게는 개미만을, 다른 집단엔 다른 먹이를 제공한 뒤 수컷과 함께 놓은 결과 개미를 먹은 암컷은 개미를 닮은 수컷의 장식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열흘 동안 개미를 먹었을 뿐인데도 암컷은 개미의 이미지를 찾는 감각을 신속하게 개발한 것이다.
이 연구는 주변 환경이 달라져 먹이가 변화하면 암컷이 찾는 먹이도 달라지고, 이는 장식물 형태의 변화를 불러 결국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olm et al., Diversification of a Food-Mimicking Male Ornament via Sensory Drive, Current Biology (2012), http://dx.doi.org/10.1016/j.cub.2012.05.05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소드테일 카라신 암컷(위)과 수컷의 모습.
수컷의 성적 부속물 모습. 사진=코르-키아트 요
수컷의 부속물이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암컷이 그것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종으로의 분화가 이뤄진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