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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머리 아프지만 놀라워라, 양자역학의 세계

등록 2012-10-08 09:45수정 2012-10-08 09:48

양자물리학 다룬 책 세권
어려운 물리학 이론과 역사
과학자들의 대화로 재구성
100년뒤 미래 상상의 날개도







얽힘의 시대
루이자 길더 지음, 노태복 옮김/부키·2만5000원

미래의 물리학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김영사·2만5000원

니코의 양자세계 어드벤처
소니아 페르난데스 비달 지음, 이서영 옮김/찰리북·1만2000원


양자역학의 선구자 닐스 보어는 “양자론을 처음 접하고도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물리학계엔 이 말을 약간 비튼 “만약 양자론에 대해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양자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는 유명한 농담도 떠돈단다. 그러니까 여기서 ‘당신’은 주로 물리학자들을 가리킨다고 봐야겠다. 아는 척하지만 그들조차 알고 보면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들이 그럴진대 양자론에 어지럼증을 느낄 일반인이 몇이나 될까.

예컨대 한 입자의 운동량(속도)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다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나, 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라거나, 고양이는 죽어 있으면서 동시에 살아 있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입자는 여기 있으면서 동시에 저기 있다는 등의 양자 세계 얘기 자체는 이제 구문이 됐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지 않을까. 더욱이 “만약 네가 보지 않을 때는 파동이 존재하다가 볼 때는 입자가 존재한다면, 관찰자가 진리라고 여기고 싶어하는 취향에 따라 진리가 달라진다”(에르빈 슈뢰딩거), 곧 관찰자의 시선이 관찰 대상의 존재 방식을 바꿔버린다는 얘기는 더 황당하지 않은가. 양자적 실체들이 국소적인 인과성도 없고 모든 게 서로 얽히고 겹쳐져 분리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관찰자의 관찰 행위에 따라 실재가 바뀐다(관찰되기 전까지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다)는 양자론에 대해 아인슈타인조차 터무니없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달이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하지만 최근 밝혀지기 시작한 양자 세계는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세계와는 분명 다르다.

이건 마치 영화 <토이 스토리>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인형들이 생명 없는 인형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람(관찰자)들이 그들을 바라봤을 때뿐이다. 둘 이상의 물질이나 빛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양자 ‘얽힘’에 이르면, 얘기는 더 요상해진다. 이에 따르면, 광대한 우주 이쪽과 저쪽 수십억광년 떨어져 있는 입자들끼리도 양자얽힘 현상을 통해 동시에 서로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아인슈타인 우주의 절대속도인 광속도 넘볼 수 없는 속도다.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워프항법과도 차원이 다른 우주여행이 가능하단 얘긴가.

양자얽힘이니 슈뢰딩거 고양이, 불확정성 원리니 하는 게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람? 전자기학의 토대를 쌓은 19세기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도 “전기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단다. 오늘날 전기·전자기기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듯이 양자역학의 세계도 그렇게 다가올지 모른다.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루이자 길더가 10년 가까운 세월 공을 들인 <얽힘의 시대>는 바로 이런 얘기들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양자론 태동기부터 양자얽힘 현상이 입증되고 실용화되기 시작한 21세기 초까지의 양자물리학 역사를 현대물리학을 개척하고 이끈 선구자들 얘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구성 방식이 특이하다. 물리학자들의 대화 형식인데, 실제 대화와 가공의 대화를 섞었다. 예컨대 1923년 여름 덴마크 코펜하겐의 어느 길거리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 아르놀트 조머펠트가 함께 나눈 것으로 돼 있는 대화는 실제 그대로가 아니다. 거기엔 그 5년 전 보어가 영국인 동료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주고받은 얘기의 하나로 들어가 있다. 말하자면 대화 내용들은 허구가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거친 사실들에 근거를 둔 것이되 실제 대화가 아니라 당시 상황에 맞춰 있음직한 얘기로 짜깁기한 것이다. 내용도 양자론 자체의 이론 규명보다는 선구자들의 인간적 면모와 그들의 생각, 그것이 엮어내는 양자론 발전의 계기와 흐름에 무게를 뒀다. 더 쉽고 흥미롭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그럼에도 양자물리학은 역시 쉽지 않다.

다수 독자들은 양자의 암호화나 양자컴퓨터 실용화가 실제 구체화되고 있다는 얘기에 더 솔깃해할지 모르겠다. 양자얽힘을 이용한 암호는 해킹이나 도청을 당할 염려가 없다. 해킹을 시도하면 암호의 양자얽힘이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제까지의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계산속도를 지니게 될 양자컴퓨터는 소인수분해를 이용한 기존 암호들을 순식간에 풀어버린다. 무엇보다 상대성이론이 통하지 않는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양자 세계, 그리고 자연계 전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도 양자론적 사고혁명은 불가피하다.

뉴욕시립대 석좌교수인 일본계 미국인 양자물리학자 미치오 가쿠가 지난해에 출간한 <미래의 물리학>에 따르면, 지금까지 컴퓨터 혁명을 이끌어 온 ‘무어의 법칙’을 뒷받침해 온 실리콘 기판 위 트랜지스터 회로의 소형화·집적화가 2020년 정도면 한계에 도달한다. 그 시점은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원자 하나의 크기까지로 줄어드는 때다. 트랜지스터가 원자 차원으로 작아지면 도선을 따라 움직이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고 가둬 둘 수도 없게 된단다. 양자컴퓨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상을 뒤흔들게 될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다.

<평행우주> 등으로도 알려진 미치오 가쿠의 책은 이제까지의 경이로운 과학적 발견들을 조망하고 앞으로 100년 뒤의 미래를 300여명의 각계 첨단과학 전문가들 인터뷰를 토대로 삼아 꽤 구체적으로 예측한다. 칼 세이건을 연상시키는, 다분히 낙관적인 그의 미래상은 컴퓨터, 인공지능, 의학, 나노테크놀로지, 에너지, 우주여행, 부(경제), 인간 등 8개 분야로 나눠 정리돼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와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 소니아 페르난데스 비달의 <니코의 양자세계 어드벤처>는 양자역학의 세계를 그 기초부터 실감나게 그려가는 모험소설이다.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양자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잘 모르는 일반 성인들이 읽어도 좋겠다. 양자얽힘을 동식물은 물론이고 무생물까지 아우르면서 공생의 우주생태학적 차원으로 확장한 관점도 돋보인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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