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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 압력용기 안전성 평가 엉뚱한 방식 사용” 비판

등록 2012-10-22 20:26수정 2012-10-23 11:26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 8월22일 국회에서 열었던 고리 1호기 재가동 관련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 8월22일 국회에서 열었던 고리 1호기 재가동 관련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가동중지 가처분’ 재판 날선 공방
“149도 넘으면 사고 위험 ‘가압열충격기준온도’ 산출때
한수원, 방정식 잘못 대입” 이노 도쿄대 명예교수 지적
한수원쪽 “미국기계학회 기준인 마스터커브 평가땐 126도로 안전”
실제론 미국학회 기준과 달리 적용 ‘수명연장 꼼수’ 의혹 불거져

“방정식을 풀기 위해 임시로 구한 값을 거꾸로 변수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미국기계학회도 인정하는 방식입니다.”

지난달 11일 부산고법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 재판에서 고리1호기 압력용기 안전성 평가 방식을 둘러싸고 펼져진 날선 공방은 23일 속개되는 재판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재판의 쟁점은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 근거로 제시된 압력용기 안전성 평가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것으로, 고리1호기의 수명 재연장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 원전의 수명연장 허가와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2007년 고리1호기 수명연장 안전성의 근거로 새로운 평가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값을 내놓았다. 마스터 커브 방식으로 평가하니 ‘가압열충격기준온도’(RTnpt)가 섭씨 126.6도로 나와 기준인 149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부산시민소송단의 참고인으로 지난 재판에 참석한 이노 히로미츠 도쿄대 명예교수는 “재료의 파괴 인성을 특정하기 위해 도출한 값을 엉뚱한 방정식에 대입해 가압열충격기준온도를 구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 가압열충격기준온도 아슬아슬 원자로 압력용기는 원전의 수명연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꼽힌다. 고온·고압의 상태에서 핵연료가 안에 들어 있어 균열이 생기거나 깨지면 일본 후쿠시마원전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압력용기는 강철을 두드려 만들기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성질(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원전 운전 과정에 중성자를 쬐면 강철의 성질이 유리처럼 딱딱해져 쉽게 깨지는 성질(취성)로 변해간다. 취성화가 심해지면 뜨겁게 달궈진 압력용기에 찬물을 부었을 때 충격이 그만큼 커진다.

원전을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충격 흡수력(최대흡수에너지·USE)과 ‘취성화천이온도’(연성에서 취성으로 바뀌는 온도·NDT)를 허용할 것인지 정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시는 원전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최대흡수에너지는 68주울(J), 가압열충격기준온도는 149도를 유지하도록 정해놓았다. 최대흡수에너지가 낮아지면 쉽게 깨진다는 것이고, 취성화천이온도가 올라가면 찬물이 아니라 온수만 부어도 압력용기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1999년 고리1호기에 대한 측정 결과 가동 전 영하 23도였던 취성화천이온도는 107.2도로 높아졌으며, 충격흡수에너지는 54.9주울로 나왔다. 취성화천이온도가 실제로 압력용기 안쪽 벽에 얼마만한 충격을 줄지를 나타내기 위해 특정 계산을 통해 가압열충격기준온도를 산출한다. 1999년 취성화천이온도 107.2도로 계산한 가압열충격기준온도는 142.33도로 한도 기준(149도)에 근접했으며, 2005년 계산에서는 2013년이면 기준을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가동 40년이 되는 2017년에는 151.2도까지 올라간다.

■ 마스터 커브 방식과 참고값 대입 논란 이에 따라 2005년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에게는 고리1호기의 2007년 수명연장을 위해 다른 평가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생겼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기존에 사용하는 샤르피 방식의 충격시험으로 압력용기의 건전성을 정밀하게 산출해낼 수 없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2002년부터 마스터 커브 방식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준용해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에 반영했으며, 마스터 커브 방식으로 고리1호기 압력용기의 건전성을 재평가했다.

마스터 커브 방식은 검사시편에 금을 내어 일정한 충격을 가했을 때 균열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그 값으로 그래프(K1c곡선)를 그려, 가압열충격으로 그린 그래프(K1곡선)와 비교하는 파괴역학해석을 사용한다. 이때 K1c곡선이 K1곡선보다 항상 커야 안전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두 곡선이 만나면 그 지점에서 파괴가 일어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때 실험 재료를 부러뜨리는 샤르피 방식으로 취성화천이기준온도(RTndt)를 구할 수 있을 경우에는 쉽게 K1c를 구할 수 있지만, 취성화천이기준온도가 없을 경우에는 마스터 커브 방식으로 참고값(RTto)을 도출해 K1c곡선을 만들도록 미국기계학회(ASME)는 기준을 만들어놓았다.

이노 교수는 “이 참고값을 가지고 거꾸로 계산한 취성화천이기준온도를 대입해 가압열충격기준온도를 산출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도 “마스터 커브 방식은 두 그래프를 비교해 건전성을 ‘해석’하는 것이 목적이지 가압열충격기준온도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수원 쪽은 두 그래프의 비교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쪽은 23일 열릴 항고심 담담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고리1호기의 평가에 사용한 가압열충격기준온도는 미국의 확률론적 평가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가압열충격 안전 여유도를 평가해 법 규정을 만족시키는 경우 두 곡선이 만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반대 주장을 내놓았다. 또 “K1c곡선을 구하기 위한 참고값을 취성화천이기준온도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기계학회 기준(N-629)에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N-629 조항에는 “참고값을 K1c를 구하기 위한 방정식에서 취성화천이기준온도에 대입해 사용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 한수원 쪽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이봉상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리1호기 압력용기 재료는 샤르피 충격방식으로 시험을 하면 정상적인 파괴인성 값이 나오지 않아 마스터 커브 방식을 도입했다”며 “여러 가지 보수적인 값들을 대입해 나온 것이 126.6도여서 안전 기준을 만족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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