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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과학올림피아드 학생 ‘의대 사랑’

등록 2012-11-05 20:10

지난달 16~24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17회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학생들이 18일 무등파크호텔 주차장에서 다음날 밤 담양공고에서 치러지는 천체관측시험에 앞서 관측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연습을 하고 있다. 
 한국천문학회 제공
지난달 16~24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17회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학생들이 18일 무등파크호텔 주차장에서 다음날 밤 담양공고에서 치러지는 천체관측시험에 앞서 관측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연습을 하고 있다. 한국천문학회 제공
국제올림피아드의 명암
7개 과학분야 모두 국내 개최
최근 순위도 꾸준히 올랐지만
생물·화학 절반이 의대 진학
배움·교류보다 성적에 집착
참가자 수도권·과학고 쏠림도

우리나라는 지난달 하순 광주광역시에서 제17회 국제천문올림피아드를 열어 2000년 수학올림피아드 개최 이래 12년 만에 수학·물리(2004)·화학(2006)·정보(2002)·생물(2010)·천문·지구과학(2007) 등 7개 과학분야 올림피아드를 모두 한차례씩 연 나라가 됐다. 국제올림피아드의 지속적 참가와 국내 개최로 대회 순위도 꾸준히 올라 지난해에는 물리·화학·천문·지구과학에서, 올해는 수학·화학·천문·지구과학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피아드 개최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은 “국제올림피아드는 경쟁 아닌 교류의 마당이 돼야 한다”며 “한차례의 국내 개최와 순위 상승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도 국내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수학 1위 원동력은 우정 국제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학생들은 올림피아드를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기회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천문학회가 2002~2010년 천문올림피아드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해보니, 대다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자부심을 갖게 되고 학교 수업만으로 배울 수 없는 심화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으며, 특히 대회 참가가 큰 전환점이 돼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을 긍정적인 효과로 꼽았다. 유경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1992년 물리올림피아드 참가)는 “방학에 한달 정도 합동훈련을 받을 때 교수님들한테 배웠던 내용이 이후 학문을 하는 데 튼튼한 기초가 됐다”며 “함께 모여 공부한다는 자체가 큰 경험으로 그때 친구들을 아직도 만난다”고 말했다. 송용진 대한수학회 올림피아드위원장(인하대 수학과 교수)은 “1988년 수학올림피아드에 처음 출전한 이래 우리 학생들이 올해 24년 만에 처음 1위를 했다”며 “올해 학생들이 유난히 사이가 좋고 분위기가 좋아 교육과정 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본대회에서도 심리적 안정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쟁을 강조하고 성적에 집착하는 것은 국내 올림피아드의 부정적 측면으로 지적된다. 3년 동안 국제화학올림피아드위원장을 역임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대회 참가 전에 우리 학생들에게 상에 연연하지 말라고 일러도 다른 나라 학생들하고 사귀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보다는 경연에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원이 1988~2005년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학생으로 참가했던 졸업생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림피아드를 통해 얻은 것으로 60%가 ‘입시에 도움이 됐다’를 꼽은 반면 20%만이 ‘친구를 만나게 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응답했다.

이덕환 교수는 “2006년 국내에서 열린 화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다른 나라 학생들한테서 아직도 연락이 온다”며 “세계의 젊고 유능한 꿈나무들에게 우리나라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우리 학생들이 교유할 기회를 주는 것은 중요한 일로 올림피아드 국내 유치는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화학올림피아드를 3차례 열었음에도 2013년 대회를 유치했으며 2015년에는 아제르바이잔의 모스크바대학 분교를 통해 사실상 또 한차례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의대 진학·수도권 쏠림 해결해야 과학올림피아드 출신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과 참가 학생들의 과학고·수도권 집중 현상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집계한 역대 과학올림피아드 참가자들의 대학 진학 현황을 보면, 생물올림피아드 참가자의 64.1%와 화학올림피아드 참가자의 43.4%가 의대를 선택했다. 의대 선택 비중은 최근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형목 2012 국제천문올림피아드 위원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대회 참가 학생의 부모 10명 가운데 2명 정도만 자녀의 선택을 격려해줄 뿐 많은 부모가 천문학을 하면 취직이 안 되고 배고프다는 잘못된 관점을 자녀에게 심어주고 있다”며 “부모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올림피아드 필기고사가 폐지되고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선발해 일반 고교 학생들에게 참여 기회가 많아졌음에도 지원자의 대다수가 수도권 학생들이다. 또 일반 학교의 경우 과학고만큼 심화 학습과정을 뒷받침해줄 수 없는 환경이어서 국제대회 최종 선발 참가자는 거의 다 과학고 학생들 차지가 되고 있다.

김유제 천문학회 올림피아드 사무국장은 “과거 필기고사를 통해 선발할 때는 과학고 학생들이 휩쓸었지만 2010년부터는 애초 일반고와 과학고를 반반씩 뽑는다”며 “제주도 일반고 학생이 비행기를 타고 와 면접을 할 정도로 저변은 넓어지고 있지만 열의가 있는 학생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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