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 ‘생체모사 인공청각계 융합연구단’ 단장이 인공와우(달팽이관)의 핵심부품인 기저막의 성능을 레이저로 실험하는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래과학의 산실
융합연구 현장을 가다
융합연구 현장을 가다
난청 환자 인구 1천명당 4.4명
외장형은 착용 불편해 부담
겉표시 안나는 이식형 연구 착수
교과부 파이오니어 사업 선정
연구진 “2020년께 상용화” 자신감 “연구과제 일로 알게 된 한 공무원이 ‘딸아이가 선천성 청각장애로 양쪽 귀에 모두 인공와우(달팽이관)를 착용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한쪽만 하고 완전 이식형 인공와우 연구가 완성되면 남은 한쪽 수술은 그때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을 때 머리가 쭈뼛해졌습니다. 연구 속도를 더 내야겠다고 마음을 추슬렀지요.” 생체모사 인공와우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기계연구원의 김완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만 태어날 때부터 청각 고도장애를 지니고 있는 아이가 1000명당 1명, 한해 400~500명에 이르고, 난청 환자는 인구 1000명당 4.4명이나 된다. 외장형 인공와우는 착용이 불편할뿐더러 장애가 밖으로 드러나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며 이식형 인공와우를 연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박사는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의 생체모사 인공청각계 융합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다. 사람의 청각기관에는 귓바퀴에서 소리를 모아 외이도(귓구멍)를 통해 고막을 떨리게 하는 외이, 고막의 진동을 증폭시켜 달팽이관을 울려주는 중이, 소리의 높낮이 등을 구분해 청각 신경세포에 전해주는 달팽이관(와우)이 있다. 흔한 중이염은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달팽이관은 실로폰 모양의 얇은 기저막 위에 있는 부동섬모(스테레오실리아)를 심어 돌돌 말아놓은 모양으로 생겼다. 귓속으로 들어온 소리에너지는 고막에서 진동운동으로 바뀌고, 이 진동이 달팽이관에 채워진 체액을 통해 기저막에 전달될 때는 음압이 22배로 늘어난다. 기저막이 떨게 되면 그 위에 머리카락의 수천분의 일의 굵기를 가진 부동섬모가 흔들리고, 여기서 발생한 전기신호로 청각세포의 막에 있는 이온채널이 열려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됨으로써 자극이 전달된다. 부동섬모는 사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포유류가 갖고 있다. 심지어 물고기도 옆줄에 부동섬모를 갖고 있어 물을 매질로 삼아 전달되는 음파 등 정보를 전달받는다. 물고기 귀는 머리가 아니라 비늘 아래 옆줄에 있는 셈이다. 김 박사는 연꽃잎의 나노구조나 아프리카 사막 딱정벌레 날개의 친수·소수 복합구조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자연모사연구실을 만들어 연구해오던 중 2005년 미국 조지아공대 왕중린 교수팀이 <네이처> 표지에 발표한 나노압전소자 논문의 사진을 보고 무릎을 쳤다. 압전소자는 누르거나 당기는 등 변형을 가하면 전기가 흐르는 특수한 물질로 만든 소자를 말한다. 김 박사는 사람 귀는 여러 감각기관 가운데 유일한 기계적 초소형 고감도 기관이어서 이를 모방해 만들면 어떤 공학센서보다 우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나노압전소자 사진을 보니 사람의 부동섬모와 모양이 똑같았다. 이것을 이용하면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인조 부동섬모를 제작해 인공달팽이관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교육과학기술부가 미래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 공모를 냈다. ‘외국에서도 연구하지 않는 원천기술’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적어도 3개의 다른 분야, 3개의 다른 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김 박사는 우선 국내 인공와우 전문가를 수소문해 서울대 전기공학부 나노바이오기전연구실의 김성준 교수를 찾았다. 이식형 인공와우라는 개념만 설명했는데도 김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그 자리에서 흔쾌히 연구 참여를 수락했다. 김 교수를 통해 서울대 의대 인공와우임상연구실의 오승헌 교수도 연구단에 합류하기로 했다. 나노압전소자 개발에는 전북대 첨단소재공정연구실의 한윤봉 교수가 나섰고, 인공기저막 설계·제작에는 기계연구원의 허신 박사가 참여했다. 김 박사는 “파이오니어사업은 융합이라는 말이 들어간 최초의 연구사업이어서 새로운 틀로 제안서를 쓰느라 몇날며칠을 밤새워 수능시험 보듯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여러 인공 기저막 모델을 만들어 성능을 실험하고 있다. 또 부동섬모를 대신할 나노압전필러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나노필러는 생각보다 만들기가 쉽지 않고 산화아연으로 만들어 딱딱한데다 내구성도 떨어져 고민이다. 사람의 말랑말랑한 부동섬모도 오래 써서 낡으면 손상이 가는데 고음 쪽의 손상이 빨라 나이가 들수록 높은 음을 듣지 못하게 된다. 지금은 발상의 전환을 해 기저막 자체를 압전소자로 만드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기술이 발전해 압전효과가 나오는 박막이 개발됐기에 가능하다. 사람은 기저막에 16개 채널 정도만 있으면 소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말하자면 피아노 건반 16개만 있으면 웬만한 말은 알아들을 수 있다. 연구팀은 기저막에 22개 채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미 완전이식형 생체모사 청각기구 특허는 등록을 마쳤다. 연구팀은 인공와우가 완성되면 귓바퀴 뒷부분에 꼭지모양으로 비어 공기가 들어 있는 유양동에 삽입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너무 희망적으로 들릴 것이 우려되지만 2015년까지 기술개발을 마치고 임상시험을 거치면 2020년께는 상용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청각기구 생체모사기술은 인공와우만이 아니라 각종 초소형·고감도 센서기술에도 응용이 가능해 2015년쯤에는 국내 시장만 548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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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형은 착용 불편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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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파이오니어 사업 선정
연구진 “2020년께 상용화” 자신감 “연구과제 일로 알게 된 한 공무원이 ‘딸아이가 선천성 청각장애로 양쪽 귀에 모두 인공와우(달팽이관)를 착용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한쪽만 하고 완전 이식형 인공와우 연구가 완성되면 남은 한쪽 수술은 그때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을 때 머리가 쭈뼛해졌습니다. 연구 속도를 더 내야겠다고 마음을 추슬렀지요.” 생체모사 인공와우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기계연구원의 김완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만 태어날 때부터 청각 고도장애를 지니고 있는 아이가 1000명당 1명, 한해 400~500명에 이르고, 난청 환자는 인구 1000명당 4.4명이나 된다. 외장형 인공와우는 착용이 불편할뿐더러 장애가 밖으로 드러나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며 이식형 인공와우를 연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박사는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의 생체모사 인공청각계 융합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다. 사람의 청각기관에는 귓바퀴에서 소리를 모아 외이도(귓구멍)를 통해 고막을 떨리게 하는 외이, 고막의 진동을 증폭시켜 달팽이관을 울려주는 중이, 소리의 높낮이 등을 구분해 청각 신경세포에 전해주는 달팽이관(와우)이 있다. 흔한 중이염은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달팽이관은 실로폰 모양의 얇은 기저막 위에 있는 부동섬모(스테레오실리아)를 심어 돌돌 말아놓은 모양으로 생겼다. 귓속으로 들어온 소리에너지는 고막에서 진동운동으로 바뀌고, 이 진동이 달팽이관에 채워진 체액을 통해 기저막에 전달될 때는 음압이 22배로 늘어난다. 기저막이 떨게 되면 그 위에 머리카락의 수천분의 일의 굵기를 가진 부동섬모가 흔들리고, 여기서 발생한 전기신호로 청각세포의 막에 있는 이온채널이 열려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됨으로써 자극이 전달된다. 부동섬모는 사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포유류가 갖고 있다. 심지어 물고기도 옆줄에 부동섬모를 갖고 있어 물을 매질로 삼아 전달되는 음파 등 정보를 전달받는다. 물고기 귀는 머리가 아니라 비늘 아래 옆줄에 있는 셈이다. 김 박사는 연꽃잎의 나노구조나 아프리카 사막 딱정벌레 날개의 친수·소수 복합구조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자연모사연구실을 만들어 연구해오던 중 2005년 미국 조지아공대 왕중린 교수팀이 <네이처> 표지에 발표한 나노압전소자 논문의 사진을 보고 무릎을 쳤다. 압전소자는 누르거나 당기는 등 변형을 가하면 전기가 흐르는 특수한 물질로 만든 소자를 말한다. 김 박사는 사람 귀는 여러 감각기관 가운데 유일한 기계적 초소형 고감도 기관이어서 이를 모방해 만들면 어떤 공학센서보다 우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나노압전소자 사진을 보니 사람의 부동섬모와 모양이 똑같았다. 이것을 이용하면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인조 부동섬모를 제작해 인공달팽이관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교육과학기술부가 미래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 공모를 냈다. ‘외국에서도 연구하지 않는 원천기술’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적어도 3개의 다른 분야, 3개의 다른 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김 박사는 우선 국내 인공와우 전문가를 수소문해 서울대 전기공학부 나노바이오기전연구실의 김성준 교수를 찾았다. 이식형 인공와우라는 개념만 설명했는데도 김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그 자리에서 흔쾌히 연구 참여를 수락했다. 김 교수를 통해 서울대 의대 인공와우임상연구실의 오승헌 교수도 연구단에 합류하기로 했다. 나노압전소자 개발에는 전북대 첨단소재공정연구실의 한윤봉 교수가 나섰고, 인공기저막 설계·제작에는 기계연구원의 허신 박사가 참여했다. 김 박사는 “파이오니어사업은 융합이라는 말이 들어간 최초의 연구사업이어서 새로운 틀로 제안서를 쓰느라 몇날며칠을 밤새워 수능시험 보듯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여러 인공 기저막 모델을 만들어 성능을 실험하고 있다. 또 부동섬모를 대신할 나노압전필러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나노필러는 생각보다 만들기가 쉽지 않고 산화아연으로 만들어 딱딱한데다 내구성도 떨어져 고민이다. 사람의 말랑말랑한 부동섬모도 오래 써서 낡으면 손상이 가는데 고음 쪽의 손상이 빨라 나이가 들수록 높은 음을 듣지 못하게 된다. 지금은 발상의 전환을 해 기저막 자체를 압전소자로 만드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기술이 발전해 압전효과가 나오는 박막이 개발됐기에 가능하다. 사람은 기저막에 16개 채널 정도만 있으면 소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말하자면 피아노 건반 16개만 있으면 웬만한 말은 알아들을 수 있다. 연구팀은 기저막에 22개 채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미 완전이식형 생체모사 청각기구 특허는 등록을 마쳤다. 연구팀은 인공와우가 완성되면 귓바퀴 뒷부분에 꼭지모양으로 비어 공기가 들어 있는 유양동에 삽입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너무 희망적으로 들릴 것이 우려되지만 2015년까지 기술개발을 마치고 임상시험을 거치면 2020년께는 상용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청각기구 생체모사기술은 인공와우만이 아니라 각종 초소형·고감도 센서기술에도 응용이 가능해 2015년쯤에는 국내 시장만 548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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