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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융합은 새로운 유행이 아니라 정석의 길”

등록 2013-01-07 20:25

이평세(54·미국 이름 루크 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평세(54·미국 이름 루크 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평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의료인지연구단 위탁과제 참여
“고립된 학문적 언어 벽 허물고
융합 통해 인류 위한 과학 돼야”
“과학을 자기 아집이나 욕심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인류 복지를 위한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학문으로 만들려면 목적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분열이 된 학문적 언어로 물리, 화학, 공학, 생물 논문만 쓰다 보면 다른 사람 얘기 듣기가 어려워집니다. 융합은 새로운 유행이 아니라 애초 그렇게 해야 하는 정석의 길입니다.”

의료인지융합연구단에 위탁과제로 참여하고 있는 이평세(54·사진·미국 이름 루크 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4일(현지시각) “연구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유명 저널에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조장치 도움 없이 진단하는 바이오칩’을 개발해 빌&멀린다재단으로부터 150만달러,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1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교수는 “이제 생명의학 쪽에서 좀더 정선되고 신뢰도 높은 바이오마커를 찾고 이공계에서 신속하게 신호를 증폭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만 남았다”며 융합연구를 강조했다. 이 교수 연구실이 위치한 ‘스탠리홀’ 자체가 2007년 재건축을 하면서 물리,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이공계 교수들이 함께 머물며 자연스럽게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는 “다만 건물 짓는 데만 너무 많은 투자를 해 정작 융합연구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스로가 융합형 연구자다. 고등학교 때 이민을 온 그는 학부 때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10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어” 34살의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재입학해 생물물리학(바이오피직스)으로 학위를 받았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그가 꼽는 역사적으로 매우 훌륭한 융합형 과학자다. 패러데이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에 불과했지만 책제본공을 하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 전자기학, 화학, 발전기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업적을 내어놓아 영국의 산업 부흥을 이끌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추격형 연구에서 창의적 연구로 전환하려면 남이 안 하는 것 중에 인류의 복지를 위한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바이오칩 진단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이 교수는 최근 나노스케일의 장치로 살아 있는 세포 안 분자의 상태와 활동을 직접 보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디엔에이가 아르엔에이로 전사돼 단백질이 형성된다는 원리는 어느 누구도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직접 관찰하지 않았음에도 생물학의 중심이론(센트럴 도그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는 일은 과학자에게 중요한 일일뿐더러 후생학, 질병의 근본적 원인 분석 및 치료에 핵심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생물학자나 의학자들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로 고립된 학문적 언어의 벽을 허물고 겸손히 배우면서, 생물, 물리, 화학 그리고 공학의 조화로운 융합을 위해 시간을 성실히 아껴 쓰며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클리(캘리포니아)/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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