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일 열리는 중력파 국제 학회. 사진/ 오철우
인터뷰 국제학회 여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이형목 단장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만드니 진동하는 중력장에선 시공간의 흔들림도 진동한다. 이런 시공간 흔들림이 물결처럼 전파되는 현상인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는 주요한 근거의 하나가 됐다. 하지만 존재한다고 여겨지지만 관측 대상이 되는 중력파의 파동 크기는 너무도 작아서 현존하는 중력파 검출 장비의 성능으로는 우주의 거대 천체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를 이제껏 실제 검출한 적은 없다. 이제 중력파 검출 장비의 성능을 10배가량 높여 2015, 2016년에는 중력파를 실제 검출하자는 국제 협력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여기에는 소수이지만 한국 연구자들도 2009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한국 연구자들은 여전히 국내에선 낯선 연구 주제인 중력파에 관한 국제 학회("Gravitational Waves: New Frontier")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해외석학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16~18일 서울대 연구공원 강당에서 열고 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인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세계에서 중력파 검출 연구를 이끄는 여러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중력파에 관한 본격적인 국제 학회”라고 소개하며 “한국은 소수 연구자가 참여하지만 국제 협력연구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질량의 천체가 생성, 붕괴, 충돌할 때에 생기는 강한 중력장 진동의 전파, 즉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중력파 검출 프로젝트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라이고(LIGO)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버고(VIRGO)가 진행되고 있으며, 차세대 검출 장비들이 가동하는 2015년 이후에 최초의 중력파 검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존재한다고 받아들여지지만 아직 검출된 적이 없는 중력파가 실제 검출하게 되면 크나큰 사건이 될 것”이라며 “중력파는 볼 수 없었던 우주를 보는 새로운 망원경의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국제 학회를 여는 것은 한국 연구자들의 중력파 연구가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나?
한국 연구자들은 2009년부터 미국의 중력파 검출장치 '라이고(LIGO)'를 중심으로 한 '라이고 과학협력단(LSC)에 참여해 계속 활동하고 있다. 해마다 모여 각자 어떤 일을 할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국제 학회는 중력파에 관한 본격적인 학회로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것인데, 중력파 검출 연구에서 한국이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국연구협력단은 라이고 검출 기기에서 나오는 검출실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연구를 할 것이다. 국제 협력단의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며, 한국에서 독자적 연구나 실험을 따로 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하는 이번 학회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면서 그 시야를 넓히자는 데 의미가 있다.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한 나라와 연구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은 어느 정도 규모로 참여하고 있나?
현재 중력파 검출 기기는 세 개가 있다. 그중에 두 개가 '라이고(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이고, 미국의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턴주에 있다. 유럽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중력파 검출 실험에 쓰이는] '버고(VIRGO)'라는 검출기가 있다. 이렇게 세 개다. 그런데 라이고와 버고의 연구그룹은 서로 협력 관계이니까, 결국에 두 실험도 다 함께 하는 일이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며 그밖의 나라에서는 소수가 참여하고 있다. 라이고 참여 과학자는 전체 800여 명이며, 한국에서는 19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력파라는 건 무엇인가? 중력의 여파인가, 중력의 원천인가?
전기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파적 현상을 빛(전자기파)이라고 정의한다면, 중력파는 중력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파적인 현상을 말한다. 빛 속도로 전파되며 거기에는 진동수가 있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일고 거기에 파가 생기는데, 파는 일정 속도로 전파된다. 중력파도 중력의 변화로 생기는 중력장의 흔들림이 전파되는 것이다. 중력장의 출렁임을 보여주는 게 중력파라면, 중력파는 시공간의 출렁임이라고 바꿔 말해도 되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검출된 적이 없는 건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전자가 진동할 때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게 중력장의 요동은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중력파를 만들어낸다. 이런 중력파의 존재는 이론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측정이 매우 어려워 아직도 직접 검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참조/ "중력파"] 1974년에 펄사 쌍성계에서 중력파의 간접 효과가 관측된 적이 있지만 직접 효과가 검출된 적은 없다. 지금까지 중력파를 검출해낼 정도로 감도가 충분한 검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라이고의 성능을 높여 '차세대 라이고'를 만들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검출 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2015년, 2016년 무렵에 차세대 라이고가 정식 가동하면, 대략 한 달에 한 건 정도로 중력파가 검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힉스 입자의 검출 실험에서는 무수한 충돌 사건에서 나오는 신호를 분석해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신뢰할 만한 확률로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중력파는 단 한 번이라도 검출돼도 그 자체로 중력파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인가?
한 건이라도 검출되면 그건 큰 사건이 된다. 그러나 뭐든지 처음 보는 현상은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니 한 건의 검출만으로 100퍼센트 확신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중력파가 계속 검출되면서 확인될 것이다. 중력파가 실제로 검출된다면 무엇이 달라지나?
먼저 물리학의 관점에서 말하면,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검증되지 않은 마지막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력파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지금 거의 없지만, 실제 검출되면 일반상대성 이론을 검증하는 근거가 된다. 물론 이런 의미 한 가지를 위해서 거대과학인 중력파 검출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력파가 검출되고 또 계속 검출되면 중력파의 속성 연구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체 연구에도 크게 응용될 수 있다. 현재 천체 연구는 대부분 빛을 이용하는데, 중력파를 검출하면 중력파가 우주를 보는 새로운 망원경 구실을 할 것이다.
빛(전자기파)과 더불어 중력파도 우주 관측 수단이 되어 강한 중력장과 관련한 많은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블랙홀의 생성이나 충돌, 중성자별의 충돌을 중력파로 관측할 수 있다. 또 우주론 차원에서 말하면, 우주에는 (우주 초기 시대를 엿볼 수 있는 흔적으로서) 우주배경복사라는 게 있는데, 이것 말고 우주배경중력파라는 것도 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탄생 38만 년 이후를 보여주지만, 배경중력파는 그 이전의 시기도 보여준다. 물론 차세대 라이고가 배경중력파를 관측할 정도의 감도를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더 높은 감도의 중력파 검출기가 만들어진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중력파 검출기는 우주 탄생 직후의 순간을 직접 관측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중력파는 질량이 있는 물체 어디에서나 나오는 건가? 우리 몸에서도 중력파가 나오는대, 너무도 미약해서 검출할 수 없을 뿐인 건가?
그렇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에서 나오는 것처럼 강한 중력파만을 검출할 수 있다.
중력파를 검출하는 거대 장비인 라이고의 원리가 궁금하다. 어느 설명 자료를 보니, 레이저 빛을 이용하며 반도금거울이 있고 직각을 이룬 두 개의 긴 원통 끝에 반사거울이 달려 있고, 또한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한다는데…(아래 사진, 옆 그림 참조). “중력파의 신호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라이고와 같은 레이저 간섭계를 기반으로 한 중력파 검출기이다. 라이고는 직각을 이루는 4 킬로미터 길이의 두 팔(arm)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팔은 레이저 빛이 지나가는 진공의 터널이며 팔의 양쪽 끝에는 레이저를 반사할 수 있는 거울이 장착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 중력파가 이 검출기를 휩쓸고 지나간다면 두 팔 끝에 달린 거울이 영향을 받아 서로 다른 길이만큼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저가 합쳐져서 들어올 때 양쪽 팔의 경로차로부터 생겨나는 간섭무늬를 통해 중력파의 신호를 감지하게 된다.”(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2010년 보도자료의 설명에서)
차세대 라이고에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중력파가 관측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지구에서 가까운 천체에서 일어나는 강한 중력파는 지금도 측정이 가능한다. 예컨대 중성자별이 충돌하면 강한 중력파가 발생하고 그 중력파는 관측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는 데 있다. 지금은 5000만 광년 정도 이내의 거리에서 발생하는 강한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수십 년, 수백 년에 한 번꼴이다. 우리 은하에서는 1만 년, 10만 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그러니 현재 수준의 중력파 검출기를 수십, 수백 년 동안 가동하면 한 번 관측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한 번 검출을 위해서 검출기를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가동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력파 검출기의 감도를 현재보다 10배 가량 높인다면, 10배 더 먼 거리의 천체에서, 5억 광년의 거리에서 일어나는 강한 중력파도 관측할 수 있다. 그런 사건이 무작위적으로 일어난다. 여기에서 번쩍, 저기에서 번쩍, 사방에서 오는 걸 볼 수 있다.감도가 10배 높아져 관측 가능한 거리가 10배 늘어나면,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부피는 1000배로 늘어나게 된다. 즉, 기대되는 중력파 사건은 1000배 늘어난다는 얘기다. 차세대 라이고는 현재의 라이고 검출기에 견줘 감도가 10배 정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수백 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검출 가능한 사건이 차세대 라이고에서는 1년에 열 번 정도 관측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차세대 라이고는 2015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가동을 준비하는 고요한 시기이다. 가동을 멈추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폭풍전야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처럼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되는 장비인가?
그게 지하도 아니고 지상도 아니다. 지름 1미터 정도의 진공관 두 개가 4킬로미터 정도 뻗어 있다. 진공 파이프는 지하에 있지만, 그것을 감싸는 시설은 지상에 드러나 있다. 일본에서는 지하에 중력파 검출기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중력파 검출기가 따로 건설되고 있는가?
일본에는 '카미오칸테'라는 중성미자 검출 장치가 있다. 이 검출 장치가 설치돼 있는 산에다 터널을 뚫고서 길이 3 킬로미터짜리 중력파 검출 장치를 만들고 있다. 카그라(KAGRA)라는 검출기이다. 차세대 라이고나 차세대 버고보다도 감도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가동은 늦어서 2018년 무렵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의 단독 프로젝트인데, 한국 연구자들도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국제학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라이고, 버고, 카그라 쪽을 대표해 여러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중력파 검출연구 그룹 중에는 이런 검출기를 이용하는 그룹 말고도 또 있다. 펄사의 시그널을 관측하는 그룹인데, 펄사와 지구 사이에 강한 중력파가 지나가면 지구에서 관측되는 펄사의 시그널이 흔들리게 된다. 이런 흔들림을 오랜 동안 관측해서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연구자들이다. 최초의 중력파 검출 성공이 지상의 검출 장치에서 나올지, 이런 펄사 관측 그룹에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국내에서 중력파는 생소한 연구 분야이다. 2009년에야 연구모임을 만들 정도로 소수인 이유는 무언가?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력파에 관한 현상에는 관심이 높지만 이 분야에서는 사실 실험을 하기 어렵다. 거대한 장비가 필요한 거대과학이다. 그래서 관심은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험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연구협력단도 처음에는 이론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중력파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모여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국제 협력연구에 정식으로 참여해 검출 장치에서 나오는 자료를 분석하는 분야에서 우리도 기여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래서 국제 협력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지금은 실험하는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정식으로는 19명이 라이고 협력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협력단에는 이밖에도 여러 명이 더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라이고가 가동하면 중력파의 직접 효과가 처음으로 검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는데, 차세대 라이고의 가동은 2015년으로 확정적인가?
사실 지금도 일부 가동은 이뤄지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턴주에 있는 두 개의 검출기가 똑같은 사양이라 나중에는 동시에 가동할 것이다. 현재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면서 부분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 가동이 언제가 될지는 말하기 힘들다. 공식적인 목표는 2015년이다. 이 무렵에 한 개가 정상 가동하고 1~2년 뒤에 두 개가 동시 가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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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회를 여는 것은 한국 연구자들의 중력파 연구가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나?
한국 연구자들은 2009년부터 미국의 중력파 검출장치 '라이고(LIGO)'를 중심으로 한 '라이고 과학협력단(LSC)에 참여해 계속 활동하고 있다. 해마다 모여 각자 어떤 일을 할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국제 학회는 중력파에 관한 본격적인 학회로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것인데, 중력파 검출 연구에서 한국이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국연구협력단은 라이고 검출 기기에서 나오는 검출실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연구를 할 것이다. 국제 협력단의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며, 한국에서 독자적 연구나 실험을 따로 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하는 이번 학회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면서 그 시야를 넓히자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인 이형목 교수. 사진/ 오철우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한 나라와 연구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은 어느 정도 규모로 참여하고 있나?
현재 중력파 검출 기기는 세 개가 있다. 그중에 두 개가 '라이고(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이고, 미국의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턴주에 있다. 유럽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중력파 검출 실험에 쓰이는] '버고(VIRGO)'라는 검출기가 있다. 이렇게 세 개다. 그런데 라이고와 버고의 연구그룹은 서로 협력 관계이니까, 결국에 두 실험도 다 함께 하는 일이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며 그밖의 나라에서는 소수가 참여하고 있다. 라이고 참여 과학자는 전체 800여 명이며, 한국에서는 19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력파라는 건 무엇인가? 중력의 여파인가, 중력의 원천인가?
전기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파적 현상을 빛(전자기파)이라고 정의한다면, 중력파는 중력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파적인 현상을 말한다. 빛 속도로 전파되며 거기에는 진동수가 있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일고 거기에 파가 생기는데, 파는 일정 속도로 전파된다. 중력파도 중력의 변화로 생기는 중력장의 흔들림이 전파되는 것이다. 중력장의 출렁임을 보여주는 게 중력파라면, 중력파는 시공간의 출렁임이라고 바꿔 말해도 되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처럼 빠르게 궤도 운동을 하는 천체에서 생성되는 시공간의 물결을 표현한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전자가 진동할 때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게 중력장의 요동은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중력파를 만들어낸다. 이런 중력파의 존재는 이론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측정이 매우 어려워 아직도 직접 검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참조/ "중력파"] 1974년에 펄사 쌍성계에서 중력파의 간접 효과가 관측된 적이 있지만 직접 효과가 검출된 적은 없다. 지금까지 중력파를 검출해낼 정도로 감도가 충분한 검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라이고의 성능을 높여 '차세대 라이고'를 만들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검출 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2015년, 2016년 무렵에 차세대 라이고가 정식 가동하면, 대략 한 달에 한 건 정도로 중력파가 검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힉스 입자의 검출 실험에서는 무수한 충돌 사건에서 나오는 신호를 분석해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신뢰할 만한 확률로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중력파는 단 한 번이라도 검출돼도 그 자체로 중력파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인가?
한 건이라도 검출되면 그건 큰 사건이 된다. 그러나 뭐든지 처음 보는 현상은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니 한 건의 검출만으로 100퍼센트 확신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중력파가 계속 검출되면서 확인될 것이다. 중력파가 실제로 검출된다면 무엇이 달라지나?
먼저 물리학의 관점에서 말하면,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검증되지 않은 마지막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력파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지금 거의 없지만, 실제 검출되면 일반상대성 이론을 검증하는 근거가 된다. 물론 이런 의미 한 가지를 위해서 거대과학인 중력파 검출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력파가 검출되고 또 계속 검출되면 중력파의 속성 연구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체 연구에도 크게 응용될 수 있다. 현재 천체 연구는 대부분 빛을 이용하는데, 중력파를 검출하면 중력파가 우주를 보는 새로운 망원경 구실을 할 것이다.
빛(전자기파)과 더불어 중력파도 우주 관측 수단이 되어 강한 중력장과 관련한 많은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블랙홀의 생성이나 충돌, 중성자별의 충돌을 중력파로 관측할 수 있다. 또 우주론 차원에서 말하면, 우주에는 (우주 초기 시대를 엿볼 수 있는 흔적으로서) 우주배경복사라는 게 있는데, 이것 말고 우주배경중력파라는 것도 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탄생 38만 년 이후를 보여주지만, 배경중력파는 그 이전의 시기도 보여준다. 물론 차세대 라이고가 배경중력파를 관측할 정도의 감도를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더 높은 감도의 중력파 검출기가 만들어진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중력파 검출기는 우주 탄생 직후의 순간을 직접 관측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중력파는 질량이 있는 물체 어디에서나 나오는 건가? 우리 몸에서도 중력파가 나오는대, 너무도 미약해서 검출할 수 없을 뿐인 건가?
그렇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에서 나오는 것처럼 강한 중력파만을 검출할 수 있다.
ss
지구에서 가까운 천체에서 일어나는 강한 중력파는 지금도 측정이 가능한다. 예컨대 중성자별이 충돌하면 강한 중력파가 발생하고 그 중력파는 관측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는 데 있다. 지금은 5000만 광년 정도 이내의 거리에서 발생하는 강한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수십 년, 수백 년에 한 번꼴이다. 우리 은하에서는 1만 년, 10만 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그러니 현재 수준의 중력파 검출기를 수십, 수백 년 동안 가동하면 한 번 관측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한 번 검출을 위해서 검출기를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가동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력파 검출기의 감도를 현재보다 10배 가량 높인다면, 10배 더 먼 거리의 천체에서, 5억 광년의 거리에서 일어나는 강한 중력파도 관측할 수 있다. 그런 사건이 무작위적으로 일어난다. 여기에서 번쩍, 저기에서 번쩍, 사방에서 오는 걸 볼 수 있다.감도가 10배 높아져 관측 가능한 거리가 10배 늘어나면,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부피는 1000배로 늘어나게 된다. 즉, 기대되는 중력파 사건은 1000배 늘어난다는 얘기다. 차세대 라이고는 현재의 라이고 검출기에 견줘 감도가 10배 정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수백 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검출 가능한 사건이 차세대 라이고에서는 1년에 열 번 정도 관측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력파 검출장치인 라이고(LIGO)의 전경. 4킬로미터 길이의 진공관이 뻗어 있다. 사진/ LIGO
차세대 라이고는 2015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가동을 준비하는 고요한 시기이다. 가동을 멈추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폭풍전야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처럼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되는 장비인가?
그게 지하도 아니고 지상도 아니다. 지름 1미터 정도의 진공관 두 개가 4킬로미터 정도 뻗어 있다. 진공 파이프는 지하에 있지만, 그것을 감싸는 시설은 지상에 드러나 있다. 일본에서는 지하에 중력파 검출기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중력파 검출기가 따로 건설되고 있는가?
일본에는 '카미오칸테'라는 중성미자 검출 장치가 있다. 이 검출 장치가 설치돼 있는 산에다 터널을 뚫고서 길이 3 킬로미터짜리 중력파 검출 장치를 만들고 있다. 카그라(KAGRA)라는 검출기이다. 차세대 라이고나 차세대 버고보다도 감도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가동은 늦어서 2018년 무렵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의 단독 프로젝트인데, 한국 연구자들도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국제학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라이고, 버고, 카그라 쪽을 대표해 여러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중력파 검출연구 그룹 중에는 이런 검출기를 이용하는 그룹 말고도 또 있다. 펄사의 시그널을 관측하는 그룹인데, 펄사와 지구 사이에 강한 중력파가 지나가면 지구에서 관측되는 펄사의 시그널이 흔들리게 된다. 이런 흔들림을 오랜 동안 관측해서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연구자들이다. 최초의 중력파 검출 성공이 지상의 검출 장치에서 나올지, 이런 펄사 관측 그룹에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국내에서 중력파는 생소한 연구 분야이다. 2009년에야 연구모임을 만들 정도로 소수인 이유는 무언가?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력파에 관한 현상에는 관심이 높지만 이 분야에서는 사실 실험을 하기 어렵다. 거대한 장비가 필요한 거대과학이다. 그래서 관심은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험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연구협력단도 처음에는 이론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중력파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모여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국제 협력연구에 정식으로 참여해 검출 장치에서 나오는 자료를 분석하는 분야에서 우리도 기여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래서 국제 협력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지금은 실험하는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정식으로는 19명이 라이고 협력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협력단에는 이밖에도 여러 명이 더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라이고가 가동하면 중력파의 직접 효과가 처음으로 검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는데, 차세대 라이고의 가동은 2015년으로 확정적인가?
사실 지금도 일부 가동은 이뤄지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턴주에 있는 두 개의 검출기가 똑같은 사양이라 나중에는 동시에 가동할 것이다. 현재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면서 부분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 가동이 언제가 될지는 말하기 힘들다. 공식적인 목표는 2015년이다. 이 무렵에 한 개가 정상 가동하고 1~2년 뒤에 두 개가 동시 가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력파 국제 학회의 참석자들. 사진/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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