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차 핵실험 강행] 북 핵실험 탐지 긴박했던 순간
속초관측소에 처음 들어온 파형
분석결과 진원지는 함북 길주쪽
지질연 “대규모 폭발 음파 관측”
원자력기술원 풍속·풍향 분석 돌입 “지진파가 들어오고 있어요.” “어디야, 어디?” 서울 동작구 기상청 지진감시과 직원들은 12일 오전 11시57분께 점심식사를 하려고 일어나려다 지진파가 기록되기 시작한 상황판 앞에 모여들었다. ‘북한이 결국 핵실험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모두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강원 속초 지진관측소에 처음 들어온 지진파는 인공지진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줬다. 첫번째 파형(P파)이 크게 기록된 뒤 두번째 파형(S파)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P파에 비해 S파가 큰 자연지진과는 확연히 달랐다. 속초에 이어 서화, 화천, 인제, 주문진 순으로 5곳에서 지진파가 감지되자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함경북도 길주 인근지역이 진원지임을 표시했다. 유용규 지진감시과 사무관은 “지진 발생 뒤 지진계에 감지된 진동과 진폭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폭발에 의한 인공지진으로 결론내렸다. 규모는 4.9로 추정돼, 에너지 크기는 2006년 1차 핵실험(규모 3.9)에 비해 32배, 2009년 2차 핵실험(규모 4.5)에 비해서는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에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음파가 관측됐다. 지헌철 지질자원연 지진연구센터장은 “1·2차 핵실험에 비해 음파가 상당히 크게 기록된 것으로 보아 길주 인근지역 북한 주민들은 폭발음을 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 핵실험임에도 큰 소리가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핵폭탄 규모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또 핵폭발 때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지상으로 분출됐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서도 한국시각으로 오전 11시57분에 북위 41.306도, 동경 129.065도 지점의 지하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감지했다고 발표했다. 나중에 규모는 5.1로 수정됐다. 비슷한 시각 중국의 지진계도 북한에서 ‘폭발로 의심되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감지했다. 북한 핵실험 정보를 더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 나가노시의 정밀지진관측실 지하 800m 깊이에 고감도 지진계를 설치한 일본 기상청은 오전 11시57분50초 북한 북동부를 진원으로 하는 5.2 규모의 인공지진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대전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생활환경방사능평가실 연구원들은 점심시간에 전해진 북한 핵실험 강행 소식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 우선 핵폭발 시점의 풍향·풍속 등 기류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기류가 휴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크세논(Xe-135) 검출기(사우나2) 쪽으로 흐르면 포집한 공기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지 분석해 핵실험 여부와 폭탄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기류가 다른 곳으로 흐를 경우에는 이동식 검출기를 차량이나 선박으로 옮겨 공기 포집에 나서야 한다. 또 크세논과 크립톤(Kr-85)을 동시에 분석하는 노블가스 검출기(BfS-IAR)도 동원된다. 크세논-135와 크립톤-85는 핵실험 때만 나오는 물질이다. 채집한 공기를 영하 50도 이하로 낮춘 뒤 흡착력이 센 탄소필터에 통과시키면 산소·질소 등은 빠져나가고 무거운 크세논과 크립톤만 걸러진다. 크세논의 비율이 높으면 플루토늄으로, 반대면 농축우라늄으로 핵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이형섭 기자 kylee@hani.co.kr
분석결과 진원지는 함북 길주쪽
지질연 “대규모 폭발 음파 관측”
원자력기술원 풍속·풍향 분석 돌입 “지진파가 들어오고 있어요.” “어디야, 어디?” 서울 동작구 기상청 지진감시과 직원들은 12일 오전 11시57분께 점심식사를 하려고 일어나려다 지진파가 기록되기 시작한 상황판 앞에 모여들었다. ‘북한이 결국 핵실험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모두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강원 속초 지진관측소에 처음 들어온 지진파는 인공지진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줬다. 첫번째 파형(P파)이 크게 기록된 뒤 두번째 파형(S파)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P파에 비해 S파가 큰 자연지진과는 확연히 달랐다. 속초에 이어 서화, 화천, 인제, 주문진 순으로 5곳에서 지진파가 감지되자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함경북도 길주 인근지역이 진원지임을 표시했다. 유용규 지진감시과 사무관은 “지진 발생 뒤 지진계에 감지된 진동과 진폭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폭발에 의한 인공지진으로 결론내렸다. 규모는 4.9로 추정돼, 에너지 크기는 2006년 1차 핵실험(규모 3.9)에 비해 32배, 2009년 2차 핵실험(규모 4.5)에 비해서는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에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음파가 관측됐다. 지헌철 지질자원연 지진연구센터장은 “1·2차 핵실험에 비해 음파가 상당히 크게 기록된 것으로 보아 길주 인근지역 북한 주민들은 폭발음을 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 핵실험임에도 큰 소리가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핵폭탄 규모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또 핵폭발 때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지상으로 분출됐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서도 한국시각으로 오전 11시57분에 북위 41.306도, 동경 129.065도 지점의 지하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감지했다고 발표했다. 나중에 규모는 5.1로 수정됐다. 비슷한 시각 중국의 지진계도 북한에서 ‘폭발로 의심되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감지했다. 북한 핵실험 정보를 더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 나가노시의 정밀지진관측실 지하 800m 깊이에 고감도 지진계를 설치한 일본 기상청은 오전 11시57분50초 북한 북동부를 진원으로 하는 5.2 규모의 인공지진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대전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생활환경방사능평가실 연구원들은 점심시간에 전해진 북한 핵실험 강행 소식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 우선 핵폭발 시점의 풍향·풍속 등 기류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기류가 휴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크세논(Xe-135) 검출기(사우나2) 쪽으로 흐르면 포집한 공기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지 분석해 핵실험 여부와 폭탄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기류가 다른 곳으로 흐를 경우에는 이동식 검출기를 차량이나 선박으로 옮겨 공기 포집에 나서야 한다. 또 크세논과 크립톤(Kr-85)을 동시에 분석하는 노블가스 검출기(BfS-IAR)도 동원된다. 크세논-135와 크립톤-85는 핵실험 때만 나오는 물질이다. 채집한 공기를 영하 50도 이하로 낮춘 뒤 흡착력이 센 탄소필터에 통과시키면 산소·질소 등은 빠져나가고 무거운 크세논과 크립톤만 걸러진다. 크세논의 비율이 높으면 플루토늄으로, 반대면 농축우라늄으로 핵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이형섭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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