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동토 아래 형성된 러시아 레디야나야 렌스카야 동굴 들머리의 서리 결정. 사진=블라디미르 알렉시오글로
극지방 가까운 곳에서 연중 얼어붙은 상태를 유지하는 토양을 영구동토라고 부른다. 여름 한두 달 동안 거죽이 질척하게 녹아 식물이 자라는 곳도 있지만 깊은 곳은 늘 얼어있는 곳이다.
최근 영구동토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이곳에서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대기에 누출되는 사태가 빚어질 우려가 있어서이다. 북반구 육지 면적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영구동토에 토탄이나 메탄 형태로 저장돼 있는 탄소는 모두 1조 7000억t으로, 현재 대기중에 축적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탄소를 합친 것의 2배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과연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로 이 영구동토층이 녹아 온실가스 방출 사태가 벌어질 것인가. 이를 알기 위해선 과거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영구동토층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알아야 한다.
최근 안톤 박스 영국 옥스퍼드 대 지구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지구 온도가 1.5도만 올라도 돌이킬 수 없는 영구동토대 해빙 사태가 올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진은 몽골 고비사막을 시작으로 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대에 이르는 남북 방향으로 일직선상에 위치한 동굴 6개에서 동굴생성물 36개를 수집해 옛 기후를 추정했다. 석순 등 석회암 동굴의 동굴생성물은 공중의 습기를 만나야만 자라기 때문에 이를 정밀 분석하면 당시의 기후를 짐작할 수 있다(▶관련 기사=기후변화 ‘나이테’ 또렷, 온난화의 ‘미래’ 증언).
영구동토대의 동굴 석순은 빙하기에는 전혀 자라지 않고 간빙기에도 영구동토층이 녹아야만 성장한다. 연구진은 이들 동굴생성물을 통해 과거 50만년 동안의 기후를 분석했는데, 영구동토대에 자리잡은 레디야나야 렌스카야 동굴의 석순이 약 40만년 전 성장했음을 확인했다.
이 시기(42만 4000만년~37만 4000만년)는 지난 간빙기 가운데서도 기후가 가장 따뜻해 그린란드 남부에 침엽수림이 발달하기도 했다. 당시의 지구 평균온도는 현재(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았다. 평균온도가 지금보다 0.5~1.0도 높았던 시기에는 석순이 전혀 자라지 않아, 그 정도의 온도 상승으로는 영구동토이 녹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이 연구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가 금세기 말까지 달성하려는 목표는 지구 평균온도 2도 상승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850년부터 2005년까지 지구의 온도는 0.8도 상승했다. 1.5도까지 남은 여유가 0.7도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2005년 이후에도 지구 온도 상승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어 20년 동안 0.2도가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어 2도 상승이란 목표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국 지구 온도가 1.5도 높아지면 극지방의 영구동토가 녹고 녹은 동토층은 극지방 온도를 다시 높이는 ‘양의 되먹임’ 현상을 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온실가스 방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기후변화 말고도 영구동토가 녹으면 석유와 가스 파이프 등 에너지 관련시설과 주민의 기반시설이 무너지는 등 당장의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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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 동굴의 위치(검은 점). 보라색으로 갈수록 결빙기간이 긴 영구동토를 가리킨다. 그림=안톤 박스 외,
레디야나야 렌스카야 동굴 내부. 벽면에 영구동토층이 보인다. 사진=세바스찬 브라이텐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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