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둘레에 반알렌대라는 거대한 두 겹의 방사선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1958년 발견됐다. 이제 50여 년만에 방사선대 관측 위성을 통해 제3의 방사선대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발견됐다. 그림에서 노란색이 고에너지 입자들로 채워진 방사선대를, 녹색은 방사선대 사이의 우주공간(Slot)을 나타낸다. 그림과 설명 출처/ NASA/Van Allen Probes/Goddard Space Flight Center
NASA위성, 지구자기장에 포획된 고에너지 입자지대 관측 결과
‘안쪽과 바깥쪽 이중구조’ 설명한 50년간 기본모형에 수정 필요
지구 자기장에 붙잡힌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둘레에 두터운 고리 모양으로 형성하는 두 겹 구조의 방사선 지대가 때로는 세 겹 구조를 이루기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이 관측 위성에 의해 확인됐다. 지구 둘레에서 지구 대기 상층부터 1만 킬로미터 상공 사이에 주로 양성자로 이뤄진 방사선대(내방사선대)가, 지구에서 1만~6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주로 고에너지 전자들로 이뤄진 방사선대(외방사선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1958년 제임스 반 알렌(James Van Allen: 1914-2006)이란 미국 과학자가 발견했다. 발견자 이름을 따 ‘반알렌대(Van Allen Belt)’로 불리는 지구 방사선대는 그동안 이처럼 이중 구조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구 방사선대의 생성 원인과 구조 변화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에 지난 50여 년 동안 알려진 바와 달리 지구 방사선대에서는 안쪽과 바깥쪽 말고도 중간에 제3의 방사선대가 형성될 수 있음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 위성에 의해 직접 관측됐다. 나사는 2012년 9월 활동을 시작한 방사선대 탐사 쌍둥이 위성(RBSP: Radiation Belt Storm Probes)들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반알렌대에는 지금까지 몰랐던 제3의 방사선대가 생겨나 상당 기간 유지되다가 소멸하는 게 관측됐다면서 이는 교과서의 관련 서술을 바꿀 만한 큰 발견이라고 밝혔다(나사의 보도 뉴스). 이번 발견은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2월28일 발표됐다.
반알렌대 또는 지구 방사선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것이 지구 주변의 우주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특히 우주 날씨의 변화와 관련돼 지구 궤도 인공위성들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알렌대는 고에너지의 가속 입자들이 몰려 있어 강한 방사선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우주 환경에선 ‘위험 지대’로 통하며, 인공위성의 궤도는 될수록 이런 위험 지대를 피해서 설정되고 있다. 반알렌대는 태양 활동과 연관돼 태양풍이 몰려오면 반알렌대가 부풀어오르면서 인공위성의 첨단 장비에 방사선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이재진 박사(우주감시센터)는 "지구 방사선대는 전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들이 지구자기장에 붙잡혀 형성되며 태양풍 충격파가 몰려와 지구자기장을 때릴 때 고에너지 상태로 지구 둘레를 가속하는 고리 또는 도너츠 구조의 띠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에서는 지금까지 기껏해야 간접 관측되었던 제3의 방사선대 구조가 직접 관측된 점, 방사선대가 생겼다가 소멸하는 역동적인 전체 과정이 관측된 점 등이 이 분야 연구자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재진 박사는 “안쪽과 바깥쪽 방사선대 사이의 공간에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없는 일종의 방사선 안전지대인 슬롯 지역(Slot region)이 있고, 최근 들어 이런 안전지대가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는 새로운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두 방사선대 사이에서 슬롯 지역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관측 자료가 슬롯 지역의 생성과 소멸을 이해하는 데 좋은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미국 콜로라도대학 우주물리학자인 대니얼 베이커(Daniel Baker) 교수는 제3의 방사선대가 생성, 소멸하는 현상은 태양 표면에서 분출돼 날아오는 태양풍 물질의 충격파 때문일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풍 입자의 충격파가 바깥 방사선대를 두 부분으로 쪼개어 바깥쪽과 안쪽 외에 중간에도 방사선대가 형성되었으라는 것이다. 새로 생성된 방사선대의 구조는 대략 4주 정도 지속된 것으로 관측됐다. 이어 다른 태양풍 충격파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새로 생겼던 방사선대는 소멸하고, 다시 안쪽과 바깥쪽 방사선대의 이중구조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현상은 처음 관측됐을 때엔 위성 관측장비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하는 베이커 교수는 이번 관측 결과는 지구 방사선대의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한 힘이 사실상 태양 활동임을 보여준다며 태양 활동의 극대기인 올해에 이런 변화들이 지구 방사선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네이처 보도 뉴스).
연구팀은 논문에서 ”우리는 이제껏 예상하지 못했던 방사선대 구조를 지금 보고 있지만 현재 방사선대 이론으로는 아직 이런 현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수치모형의 개발이 필요함을 내비쳤다. 이재진 천문연 박사는 “지구 둘레에 방사선대가 어떻게 생성되며, 생성된 방사선대에 고에너지 가속 입자들이 어떻게 존재하며 왜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는지 등이 주로 제기되는 물음들인데, 지구 방사선대의 내부를 직접 지나가는 쌍둥이 위성들이 앞으로도 이런 물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사선대의 관측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나사와 협력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천문연은 현재 방사선대 관측 위성의 국내 수신국을 운영하며 위성자료 공유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논문 초록.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안쪽과 바깥쪽 이중구조’ 설명한 50년간 기본모형에 수정 필요
지구 자기장에 붙잡힌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둘레에 두터운 고리 모양으로 형성하는 두 겹 구조의 방사선 지대가 때로는 세 겹 구조를 이루기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이 관측 위성에 의해 확인됐다. 지구 둘레에서 지구 대기 상층부터 1만 킬로미터 상공 사이에 주로 양성자로 이뤄진 방사선대(내방사선대)가, 지구에서 1만~6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주로 고에너지 전자들로 이뤄진 방사선대(외방사선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1958년 제임스 반 알렌(James Van Allen: 1914-2006)이란 미국 과학자가 발견했다. 발견자 이름을 따 ‘반알렌대(Van Allen Belt)’로 불리는 지구 방사선대는 그동안 이처럼 이중 구조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구 방사선대의 생성 원인과 구조 변화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에 지난 50여 년 동안 알려진 바와 달리 지구 방사선대에서는 안쪽과 바깥쪽 말고도 중간에 제3의 방사선대가 형성될 수 있음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 위성에 의해 직접 관측됐다. 나사는 2012년 9월 활동을 시작한 방사선대 탐사 쌍둥이 위성(RBSP: Radiation Belt Storm Probes)들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반알렌대에는 지금까지 몰랐던 제3의 방사선대가 생겨나 상당 기간 유지되다가 소멸하는 게 관측됐다면서 이는 교과서의 관련 서술을 바꿀 만한 큰 발견이라고 밝혔다(나사의 보도 뉴스). 이번 발견은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2월28일 발표됐다.
지구 둘레의 방사선대를 단면으로 나타낸 그림. 왼쪽(a)는 그동안 이해되었던 지구 방사선대의 이중구조. 불안정한 바깥쪽 방사선대(Outer Belt)와 안정적인 안쪽 방사선대(Inner Belt)로 구성되며, 그 중간에는 고에너지 방사선 입자들이 없는 안전지대(Slot)가 있다. 오른쪽(b)은 이번 나사 관측위성에 의해 발견된 지구 방사선대의 삼중 구조. 안쪽과 바깥쪽 방사선대 외에 제3의 방사선대(Storage Ring)이 생성돼 4주 동안 유지되는 현상이 관측됐으며 이 기간에 또다른 방사선 안전지대(New Slot)도 생겨났다. 이 그림은 단면도이기 때문에, 실제의 방사선대는 지구를 감싸는 도우넛 또는 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출처/ Science
반알렌대 또는 지구 방사선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것이 지구 주변의 우주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특히 우주 날씨의 변화와 관련돼 지구 궤도 인공위성들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알렌대는 고에너지의 가속 입자들이 몰려 있어 강한 방사선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우주 환경에선 ‘위험 지대’로 통하며, 인공위성의 궤도는 될수록 이런 위험 지대를 피해서 설정되고 있다. 반알렌대는 태양 활동과 연관돼 태양풍이 몰려오면 반알렌대가 부풀어오르면서 인공위성의 첨단 장비에 방사선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이재진 박사(우주감시센터)는 "지구 방사선대는 전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들이 지구자기장에 붙잡혀 형성되며 태양풍 충격파가 몰려와 지구자기장을 때릴 때 고에너지 상태로 지구 둘레를 가속하는 고리 또는 도너츠 구조의 띠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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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구 방사선대 관측 위성(RBSP)의 자료 수신을 위해 천문연에 구축된 위성 수신 안테나.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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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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