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확정적 영향 없어”
유럽방사선위는 “암 발병 급증”
분석모델 서로 달라 예측 차이
일본쪽 자료 비공개 혼란 키워
체르노빌 사고 뒤 건강지표 눈길
순환계·근골격계 등 질환도 급증
유럽방사선위는 “암 발병 급증”
분석모델 서로 달라 예측 차이
일본쪽 자료 비공개 혼란 키워
체르노빌 사고 뒤 건강지표 눈길
순환계·근골격계 등 질환도 급증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으로 인한 암 발생 피해 예측이 분석기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여 혼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영향으로 암 이외의 건강지표에서도 특이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주 공개한 ‘후쿠시마위원회’ 보고서에서 “소량의 방사선에 피폭된 주민들과 작업자 중에서 나중에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기존의 암 발생률이 의미 있게 증가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선 영향에 대한 예비 평가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는 “방사선량이 한계 수준(문턱 값) 이하여서 조직 반응 등 확정적인 영향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후쿠시마현 가운데 방사선량이 가장 높은 곳에서 피폭된 여자 영아의 경우 일생 동안 갑상샘암에 걸릴 확률이 70% 정도 증가하는 등 일부 주민들에게 암 발생률이 약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세계보건기구의 예측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지난해 말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세계 암 발생자 수를 180여명, 사망자 수를 130여명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는 일본 문부과학성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모델로 예측한 결과 암 환자가 후쿠시마 원전 반경 100㎞ 안에서 향후 10년 동안 10만3329명, 향후 50년 동안 19만1986명이 추가로 발생하고, 반경 100~200㎞ 지역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12만894명, 향후 50년 동안 22만4623명이 추가 발생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200㎞ 반경 안 인구 1120만여명 가운데 원전 사고 영향으로 41만여명(3.7%)의 암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방사선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추정하는 방법이 달라서”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음식물 섭취 등에 의한 내부 피폭값을 설정하려면 인구별·지역별·기간별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일본 쪽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혼란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하미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하 연구개발진흥본부 기반구축단장(단국대 교수)는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는 세계보건기구와 달리 저선량에서 더 많은 유해가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에 분석 모델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14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준비위원회 초청으로 방한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진실 찾기’ 강연을 한 제바스티안 플루크바일 독일방사선방호협회 회장은 “암 발생 예상치는 분석 방법에 따라 달라지지만 다른 질병의 경우 계산하는 모델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공개 자료를 보면 순환계 질환 환자가 체르노빌 사고 직후인 1987년 10만명당 2236명에서 1992년에는 9만8363명으로, 근골격계 환자는 768명에서 7만3440명으로 급증했다. 그는 또 유럽에서 사산율이 일정 비율로 줄어들던 추세가 1986~1988년 사이에 멈췄다 다시 시작한 것도 체르노빌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핀란드에서는 체르노빌발 방사선량이 달랐던 5군데에서 같은 시기 사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방사선량과 증가율이 비례했다. 이에 대해 하미나 교수는 “사산율의 경우 방사선 피폭을 우려해 인공유산이 많아졌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루크바일 회장은 또 유럽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남아 대 여아의 비율(성비)이 꾸준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1986년부터 성비가 더이상 줄지 않고 유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부터 2005년까지 27만5000명의 여아가 유럽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체르노빌과 1500㎞ 떨어진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남자아이들의 성기와 심장에 선천성 기형이 생기는 비율이 1986년을 기점으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유전자에 대한 방사선 영향은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와이(Y) 염색체에 비해 면적이 큰 엑스(X) 염색체가 영향을 더 받을 개연성은 있다. 방사선은 저선량으로도 건강에 유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영향 여부는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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