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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헬라세포’ 게놈 공개에 다시 불거진 연구윤리 논란

등록 2013-04-01 20:15

헨리에타 랙스
헨리에타 랙스
독일팀, 염기서열을 학술지 게재
유가족 “개인정보 보호 소홀” 항의
생명윤리학자 “접근 제한 장치를”
*헬라세포 : 무한번식 인간세포

지난 수십년 동안 인간 생물학과 질병 연구의 모델로 사용돼 오다 최근 생명과학 연구윤리 논란을 일으킨 ‘헬라세포’가 또다시 윤리 논쟁에 불을 붙였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유럽분자생물실험실(EMB) 연구팀이 헬라세포의 유전자 염기서열(게놈)을 완전히 분석해 공개한 데 대해 유가족 등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헬라세포는 1951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숨진 다섯 아이의 엄마 ‘헨리에타 랙스’(당시 31살·사진)가 남긴 무한번식 세포로, 그의 이름 첫 음절을 따 명명했다. 배양한 지 며칠 또는 몇주 만에 죽는 여느 세포와 달리 이 여성의 암세포는 배양 조건만 맞춰주면 끝없이 번식을 해 생물학 연구의 ‘표준’으로 사용돼 왔다. 그동안 두번의 노벨상을 이끌어내고, 암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및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소아마비 백신 등 다양한 연구영역에서 많은 성과를 일궈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관련 논문만 6만건이 넘고, 지금까지 배양된 헬라세포를 무게로 따지면 5000만t이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그러나 헬라세포는 일반적인 인간 세포에 비해 유전학적으로 복잡해 염기서열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왔다.

유럽분자생물실험실은 지난달 11일 헬라세포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한 고해상도 자료를 학술지 <지3(G3): 유전자, 게놈, 유전학>에 게재했다. 연구를 주도한 라스 스타인메츠 박사는 “헬라세포의 유전적 복잡성 때문에 지금까지 조직적인 염기서열 분석이 불가능했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헬라세포의 비정상적인 특성을 밝혀 인간의 생물학적 모델 연구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사이언스 데일리>에 말했다.

그러나 헨리에타의 유족과 일부 과학자·생명윤리학자들은 연구팀이 헨리에타 후손들이 물려받았을 유전적 특성을 노출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헬라세포 게놈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헨리에타 가족들은 헬라세포가 대다수 생명과학 연구실에서 사용돼왔음에도 20여년이 지난 뒤에야 그것이 헨리에타의 세포라는 것을 알게 돼 반발을 한 바 있다. 미국 테네시주 밴더빌트대학의 생명윤리학자이자 변호사인 엘런 클레이턴은 “많은 경우 인간 세포주의 공여자들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헬라세포는 누구한테서 왔는지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아무 상의 없이 유전정보를 공개 출판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위”라고 <네이처>에 말했다.

연구팀은 논란이 일자 일단 염기서열 정보를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내리기로 했다. 연구팀은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의 저자인 리베카 스클루트를 통해 헨리에타 유족들과 후속 조처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인메츠 박사는 “그러나 우리가 염기서열 정보를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내린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가 생산한 정보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가 이미 공개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버드의대의 조지프 피크럴 박사는 두시간 만에 헬라세포에 대한 유전정보를 취합해 염기서열 지도 초안을 만들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인간유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워싱턴주립대 연구팀이 헬라세포의 게놈뿐만 아니라 단상형 유전자에 대한 정보까지 분석했다고 밝혔다. 단상형 유전자 정보를 알면, 헨리에타 후손의 염기서열에서 어느 유전자가 헨리에타 게놈에서 물려받았는지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클레이턴은 “공여된 세포주의 게놈을 공개하려면 접근을 제한하는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게놈 공여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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