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재배율이 급증하고 국민의 지엠오 표시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높음에도 지엠오 표시제는 소폭 조정될 전망이다.
15일 국제농업생명공학응용서비스(ISAAA)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지엠오는 28개국에서 25개 작물 196개 품목이 1억7030만㏊ 땅에서 재배됐다. 이 면적은 한반도의 8배, 전세계 농산물 재배 면적의 10%에 해당한다. 10년 전인 2003년(6770만㏊)의 2.5배, 지엠오가 처음 재배되기 시작한 1996년(170만㏊)에 비해서는 100배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콩과 목화의 지엠오 비율은 전체 재배 면적의 81%에 이르며, 옥수수와 유채(카놀라)의 지엠오 재배 면적도 각각 전체의 35%와 30%를 차지하고 있다. 콩의 경우 2000년에는 25%에 불과했으나 10여년 새 두배 이상이 증가했다. 주식으로 이용되는 벼와 밀도 지엠오가 개발돼 있지만 아직 본격 재배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장호민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은 “벼는 황금쌀이 동남아에서 시험재배되고 있지만 주요 소비지인 아시아지역 주민의 지엠오에 대한 인식이 너그럽지 않고, 밀도 농민들 사이에 논란이 커 지엠오 재배가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엠오 벼를 개발한 중국이 2~3년 안에 경작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 10명 중 8명 “지엠오 규제 필요” 지난해 우리나라는 식용과 사료 용도의 지엠오를 2878건(784만t), 26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수입물량은 5년 전인 2008년(857만t)에 비해 큰 변화가 없으나, 2011년에는 전체의 81%를 미국에서 수입한 데 비해 지난해에는 미국의 작황이 좋지 않고 다른 국가들의 지엠오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미국(36%), 브라질(32%), 아르헨티나(15%) 등으로 수입처가 다양해졌다. 식용은 전체 수입물량의 24%로 주로 옥수수와 대두이며, 나머지 76%는 농업용(사료)인 옥수수와 면실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해마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지엠오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지엠오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적어져 ‘지엠오에 관심 없다’는 답변이 2008년에는 17.8%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39.8%로 급증했다. 관심도와 마찬가지로 지엠오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80% 이상의 높은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식품에 지엠오 사용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는 답변은 86.3%였으며, ‘지엠오의 취급·보관·유통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데에도 83.6%가 동의했다. 2007년에는 두가지 질문에 대한 동의율이 각각 91.8%, 93.0%였다.
■ 소비자 혼동시키는 지엠오 표시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유전자조작농산물과 이를 가공해 만든 식품에 대해 지엠오 표시를 하도록 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일부에서 소비자들을 혼동시키는 표시를 단 제품들을 시중에 유통시키면서 표시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엠오 곡류에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는 표시를 하기보다, 오히려 ‘유전자변형농산물이 아님’이라는 표현이 남용되고 있다. 심지어 유전자변형농산물 고시 품목이 아닌 쌀이나 찹쌀의 경우에도 ‘유전자변형이 아님’이라는 표시를 넣어 소비자에게 마치 다른 쌀의 경우 유전자변형농산물일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식품에는 ‘유전자재조합’이라는 용어를 쓰도록 돼 있으나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성용 한양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지엠오와 소비자 알 권리’ 토론회에서 “지엠오를 표시해야 하는 제품과 하지 않아도 되는 식품만을 구분하도록 돼 있는 현재의 기준을 지엠오 표시 식품, 무지엠오 식품(지엠오 프리), 미표시 식품 등 3가지로 확대해 소비자의 혼돈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품에 들어간 모든 원료의 함량을 표시하도록 제도가 바뀐 것을 반영해 현재 함량의 5순위에 지엠오가 들어갔을 경우에만 표시하도록 돼 있는 기준을 전체 원료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엔에이(DNA)가 검출됐는지를 기준으로 지엠오 여부를 판단하는 지엠오 검출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제기된다. 각국에서 승인받는 지엠오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는데다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집어넣는 ‘후대교배종’이 출현해 디엔에이 검사를 통해 지엠오 여부를 감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박 교수는 “지엠오 농산물이 사용됐는지 여부만으로 기준을 삼는 유럽연합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고, 사후관리도 이력추적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엠오가 3% 이하로 섞였을 경우에 표시의무제에서 면제해주는 현행 제도의 기준을 0%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 지엠오 표시제 소폭 개정 최동미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소재식품과장은 “식용유·간장·전분당 등 지엠오 디엔에이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식품을 지엠오 표시 대상에서 제외해 오던 것을 개선해 표시 대상에 넣는 쪽으로 바꾼 고시를 곧 발표할 것이다. 그러나 3% ‘비의도적 혼입률’이나 5순위 원료 함량 지엠오 표시제는 상위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여서 이번 고시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년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은 “지엠오 검사가 불가능한 가공식품은 현실적으로 사후관리가 어려워 표시제 확대는 소비자의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는 식품 안전을 위해 지엠오 표시제를 강화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자본주의에서 침해받을 수 없는 절대적 권리가 주주의 재산권과 소비자의 선택권으로, 지엠오 표시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가 아니라 공급자의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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