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용근, 조용훈 교수
국내 연구진이 빛의 굴절을 이용하는 광학렌즈 대신 빛의 산란을 이용해 기존 렌즈보다 3배가량 뛰어난 해상도를 지닌 새로운 개념의 렌즈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와 조용훈 교수 연구팀은 29일 빛의 산란을 이용해 10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살아 있는 세포 안 구조나 바이러스 등을 관찰할 수 있는 나노입자 기반의 ‘슈퍼렌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광학현미경으로 물체를 보는 것은 그 물체에서 산란돼 멀리까지 진행하는 빛을 렌즈로 굴절시켜 우리 망막에 초점이 맞아 상이 맺히기 때문이다.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을 보는 경우는 거울처럼 특수한 물질(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광학현미경으로는 살아 있는 세포 구조를 볼 수 없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200~300나노미터보다 작은 물체는 빛의 파장보다 작은 초점을 만들 수 없는 ‘회절한계’ 때문이다. 가시광선의 파장(약 400~700나노미터)보다 작은 나노크기 물체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정보가 담겨 있는 산란광이 광학현미경까지 이르지 못하고 물체 주변에 머물러 현미경으로 분간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공중에 떠 있는 먼지를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깜깜한 방에 빛을 쬐었을 때 먼지가 보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먼지 주변의 산란광을 볼 수 있어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나노물체 주변에 머무는 산란광이 멀리까지 진행되도록 조정하려는 노력과 함께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물질(메타물질)로 굴절률을 높여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메타물질은 제작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전자현미경으로는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작은 물체를 관찰할 수 있지만, 세포 구조를 보려면 죽은 세포에 전자가 튀어나오도록 금속코팅을 해야 가능하다. 살아 있는 세포는 전자를 통과시켜버리기 때문이다.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굴절률을 높이는 대신 산란광을 직접 조정하는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했다. 우선 흔히 사용할 수 있는 스프레이로 산란이 심한 물질(페인트)을 뿌리고 이 물질 주변에 만들어지는 근접장(산란정보)을 제어해 페인트 층을 통과한 뒤 나올 때 초고해상도 초점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소리에 비유하자면 늙어서 귀가 어두워지면 고주파 소리를 못 듣는 것과는 반대로 저주파의 경우 소리가 뭉뚱그려져 뭉개짐으로써 감지를 못하듯이, 빛의 산란광도 물체에서 멀리 가는 원격장과 가까이 머무는 근접장이 있으며 작은 물체의 경우 그 물체 주변에 근접장이 갇혀 뭉뚱그려져 있다.
박 교수는 “당구대에서 당구공을 특정한 방향으로 칠 경우 이리저리 튀다가 한 곳으로 빠져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빛의 위상(방향)을 조절함으로써 나노물체 주변의 산란광들이 순차적으로 전달되면서 에너지가 집적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광학분야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28일치(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실제 세포구조를 이미지로 만드는 데 성공해 논문이 심사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 ‘노동절 근무하면 일당 두배’ 알고 계셨나요?
■ 박원순 “내가 안철수 신당 합류? 그건 소설”
■ 개성공단 인원 50명 귀환 지연…“북 실무적 문제제기”
■ “학자금 대출 받아서 물건사라” ‘카톡’으로 다단계 사기
■ 이외수 혼외아들 양육비 소송 ‘조정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