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물리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교사를 학생들이 바라보고 있다. 2009년 교육과정 개편으로 과학수업에 등장한 양자론·상대론 등 현대물리학은 교사·학생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재혁 전남대 교수팀, 교육 분석
교과서 개념 너무 개별적 제시
논리적 연계 부분 약하고
참고서별 난이도 조절도 안돼
교사가 이해 못하는 경우도 양자물리, 올 수능 출제되는데
수업시간 부족해 주입식 교육 될판 2009년 교육과정에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으로 새로 등장한 양자론, 상대론 등 현대물리학이 학교 수업 단계에서는 학생·교사 모두에게 어려운 과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혁 전남대 물리교육과 교수 연구팀은 26일 대덕연구단지 안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한국물리학회 봄철 학술논문발표회에서 개정된 교육과정 물리 수업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양자물리가 등장한 것은 2009년 말에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을 발표할 때이다. 반대 여론도 없지 않았지만 교과 개정 위원들은 양자물리가 이미 100여년 전에 등장한데다 현대생활에서 실용화되고 있는 이론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과학 소양으로 갖춰야 할 지식으로 보고 교과 도입을 결정했다. 실제 컴퓨터, 저장메모리(USB), 디지털카메라, 엘이디(LED) 모니터 등 우리 주변 전자제품의 대부분이 양자물리의 부산물이며, ‘불확정성’ ‘엔트로피’ 등의 물리용어도 일반인에게 낯설지 않다.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상대성이론이 현대 과학기술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므로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 소양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 연구팀의 연구는 광주지역 ㄱ고교 과학담당 교사 한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10월 동안 물리1 수업 28차시(수업횟수)가 진행되는 동안 17회의 면담을 통해 이뤄졌다. 최 교수는 “교사 5년차인 물리교사는 양자론, 상대론을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서부터 일부 개념은 본인 자신도 이해를 잘 못하겠다는 고백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우선 교사는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과정을 보지 않고 교재(교과서와 참고서 등 부교재)만 보면서 교재의 내용을 모두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또 참고서마다 수준 차이가 크고 상대론 같은 특정 주제에 크게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이 교사는 연구팀과의 면담에서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논리적으로 단계별로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교과서에 각각의 개념들이 너무 개별적으로 제시돼 논리적으로 연계되는 부분이 약하다. 교과서에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고서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참고서별로 난이도가 조절돼 있지 않은 점도 과학교사들을 괴롭히는 일 가운데 하나다. 양자물리는 올해 치러지는 2014학년도 수능에 처음 출제된다. 수업시간이 부족한 점도 지적된다. 새로운 주제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학생들의 질문이 나왔을 때 답변을 하다 보면 진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서울의 한 공립고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비해 가르칠 내용이 너무 많아 수능시험 난이도가 기존 시험처럼 어려우면 교사는 일방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떠드는, 따분한 강의식·주입식 수업을 해야 할 것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내용과 분량이 진행되기에 학원은 제법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생활과학이 됐다지만 현대물리학은 학생들에게 여전히 어려운 분야여서 향후 물리과목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경기도의 한 고교 자연계 2학년 학생 111명을 대상으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휘어진 공간에 대한 개념의 이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 ‘태양 근처의 공간이 휘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태양의 질량’이라는 정답을 말한 학생은 3명(3%)뿐이었으며 태양의 중력이라고 오답을 말한 학생이 67명(61%)에 이르고 25명(23%)은 아예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박병윤 충남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회지 <물리와 첨단기술>에서 “현재의 상대평가를 통한 등급제 대신 절대평가를 통한 인증제로 평가방법을 바꿔 물리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라 자신의 등급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절대평가는 서열이 아니라 학습 성취도를 평가하기에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콜로라도대의 물리교육방법연구팀(PhET)이 운영하는 웹사이트(phet.colorado.edu)나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물리학과의 ‘실시간 상대성’(RTR)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것도 교육방법의 하나로 추천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논리적 연계 부분 약하고
참고서별 난이도 조절도 안돼
교사가 이해 못하는 경우도 양자물리, 올 수능 출제되는데
수업시간 부족해 주입식 교육 될판 2009년 교육과정에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으로 새로 등장한 양자론, 상대론 등 현대물리학이 학교 수업 단계에서는 학생·교사 모두에게 어려운 과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혁 전남대 물리교육과 교수 연구팀은 26일 대덕연구단지 안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한국물리학회 봄철 학술논문발표회에서 개정된 교육과정 물리 수업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양자물리가 등장한 것은 2009년 말에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을 발표할 때이다. 반대 여론도 없지 않았지만 교과 개정 위원들은 양자물리가 이미 100여년 전에 등장한데다 현대생활에서 실용화되고 있는 이론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과학 소양으로 갖춰야 할 지식으로 보고 교과 도입을 결정했다. 실제 컴퓨터, 저장메모리(USB), 디지털카메라, 엘이디(LED) 모니터 등 우리 주변 전자제품의 대부분이 양자물리의 부산물이며, ‘불확정성’ ‘엔트로피’ 등의 물리용어도 일반인에게 낯설지 않다.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상대성이론이 현대 과학기술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므로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 소양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 연구팀의 연구는 광주지역 ㄱ고교 과학담당 교사 한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10월 동안 물리1 수업 28차시(수업횟수)가 진행되는 동안 17회의 면담을 통해 이뤄졌다. 최 교수는 “교사 5년차인 물리교사는 양자론, 상대론을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서부터 일부 개념은 본인 자신도 이해를 잘 못하겠다는 고백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우선 교사는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과정을 보지 않고 교재(교과서와 참고서 등 부교재)만 보면서 교재의 내용을 모두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또 참고서마다 수준 차이가 크고 상대론 같은 특정 주제에 크게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이 교사는 연구팀과의 면담에서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논리적으로 단계별로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교과서에 각각의 개념들이 너무 개별적으로 제시돼 논리적으로 연계되는 부분이 약하다. 교과서에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고서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참고서별로 난이도가 조절돼 있지 않은 점도 과학교사들을 괴롭히는 일 가운데 하나다. 양자물리는 올해 치러지는 2014학년도 수능에 처음 출제된다. 수업시간이 부족한 점도 지적된다. 새로운 주제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학생들의 질문이 나왔을 때 답변을 하다 보면 진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서울의 한 공립고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비해 가르칠 내용이 너무 많아 수능시험 난이도가 기존 시험처럼 어려우면 교사는 일방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떠드는, 따분한 강의식·주입식 수업을 해야 할 것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내용과 분량이 진행되기에 학원은 제법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생활과학이 됐다지만 현대물리학은 학생들에게 여전히 어려운 분야여서 향후 물리과목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경기도의 한 고교 자연계 2학년 학생 111명을 대상으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휘어진 공간에 대한 개념의 이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 ‘태양 근처의 공간이 휘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태양의 질량’이라는 정답을 말한 학생은 3명(3%)뿐이었으며 태양의 중력이라고 오답을 말한 학생이 67명(61%)에 이르고 25명(23%)은 아예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박병윤 충남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회지 <물리와 첨단기술>에서 “현재의 상대평가를 통한 등급제 대신 절대평가를 통한 인증제로 평가방법을 바꿔 물리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라 자신의 등급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절대평가는 서열이 아니라 학습 성취도를 평가하기에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콜로라도대의 물리교육방법연구팀(PhET)이 운영하는 웹사이트(phet.colorado.edu)나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물리학과의 ‘실시간 상대성’(RTR)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것도 교육방법의 하나로 추천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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