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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해오는 시속 80㎞ 축구공 헤딩…내 뇌는 괜찮을까

등록 2013-06-05 17:09수정 2013-06-06 11:00

‘헤딩 위험론’ 의과학 분야의 오랜 관심 대상
‘위험하다’ ‘아니다’…안전한 헤딩의 기술은?
축구는 200개 넘는 나라에서 250만명의 아마추어·프로 선수들이 즐기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운동이다. 규칙은 단순해도 화려한 발재간, 정교하고 절묘한 패스와 킥, 숨가쁜 공수의 팀플레이 같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중 머리만을 이용해 날아오는 공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속도를 더하는 헤딩, 즉 머리받기는 축구만의 독특한 기술이다.

그런데 특별한 보호장비 없이 축구공을 머리로 받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공의 지름이 68.5~69.5센티미터, 무게가 420~445그램, 압력이 800밀리바이고, 흔히 헤딩을 하게 되는 문지기가 찬 공의 속도가 시속 72.4~88.5킬로미터이며, 선수는 경기당 평균 5~7회의 헤딩을 하므로 이런 걱정은 당연해 보인다. 헤딩의 위험에 대한 염려는 많은 관심과 논쟁으로 이어졌는데 ‘위험하다’와 ‘아니다’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며 이어져 왔다.

1972년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 헤딩 뒤에 선수들이 편두통 증상을 경험한 사례들이 의학 저널에 보고되면서 헤딩의 위험론은 관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후에 공의 재질이 바뀌면서 이런 염려는 크게 줄었다. 1970년대 이전엔 가죽으로 만든 공이 경기 도중에 수분을 빨아들여 무게가 늘어나는 바람에 헤딩 때 머리에 가하는 충격도 컸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1980년대 중반 이후엔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재질로 만든 공이 널리 퍼져 이런 걱정은 줄었다.

헤딩의 영향이 다시 주목받은 건 1990년 전후였다. 당시에 전직 노르웨이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신경심리 검사에선 은퇴 선수의 81%가 주의력, 기억력 같은 인지 기능에 문제를 나타냈고, 시티(CT)나 뇌파 검사에선 뇌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고 보고됐다. 이런 연구들이 이어지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1998년 헤딩에만 초점을 맞추는 연습은 피하도록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또 다른 사건이 눈길을 끌었다. 선수 시절 헤딩을 잘하기로 유명했던 영국 프로축구 선수 제프 애슬이 2002년 치매 증상을 보이다 숨졌는데, 사인이 퇴행성 뇌질환으로 판명됐다. 반복적 헤딩으로 충격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됐다. 하지만 그가 활동했던 시절엔 무거운 가죽공이 쓰였고, 사망 당시엔 이미 그런 공이 거의 생산되지 않았는데도 불안은 널리 퍼졌다. 이에 2003년 영국의학협회가 학술지를 통해 헤딩이 인지 능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기존 연구들에선 선수끼리 부딪히고 넘어지는 다른 충돌이 고려되지 않았고 여러 변수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헤딩 위험론은 주춤해졌다.

그러나 2004년 스웨덴 연구팀은 반복적 헤딩 뒤에 뇌손상을 보여주는 단백질(S100B)의 농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더욱이 같은 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선 헤딩은 위험하므로 모든 경기에서 금지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제기돼 세계 축구인의 관심을 끌었다. 허무하게도 이 주장은 자신의 경력을 속인 엉터리 전문가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상반된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07년 실제 헤딩을 하고 나서 뇌손상과 관련한 여러 생물학적 지표를 측정한 영국 연구팀은 헤딩 전후로 뇌손상과 연관된 물질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란은? 지금도 깔끔하게 종결되지 못했다. 2011년 미국 연구팀은 ‘확산 텐서 영상’이라는 최신의 뇌영상 기술을 이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이었다. 한 해에 1000~1500회 이상 헤딩을 한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로 알려진 백질 부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연구에 참여한 선수의 수가 너무 적었다는 등의 한계가 곧 지적됐다. 게다가 2012년 같은 뇌영상 기술을 이용해 머리 부상이 적은 수영 선수와 축구 선수를 비교한 연구에선 그런 비슷한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

이처럼 헤딩과 관련한 논란은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그동안의 논란을 살펴볼 때 올바른 헤딩 기술을 갖추면 외상성 뇌손상 같은 치명적인 부상은 쉽게 예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헤딩 순간에 공은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기에, 다른 선수의 머리나 골문처럼 딱딱한 물체에 부딪힐 때와 달리 머리에 직접 가해지는 손상은 완화된다.

그렇더라도 아무 준비 없이 공을 머리로 받으면 충격 에너지가 뇌에 가해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헤딩 때 공을 주시하며 목과 몸통 근육을 긴장시키는 준비 동작을 취해 충격을 줄여야 한다. 2년 동안 실제 축구 경기를 추적한 어느 연구에선, 몸이 준비된 상태에서는 헤딩을 해도 큰 위험이 뒤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는 아직 신체 조정 능력이나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기 몸에 적절한 크기의 공을 사용해야 하고, 헤딩 때 눈을 감지 않고 목 근육을 긴장시키는 등의 적절한 헤딩의 요령을 배울 필요가 있다. 10살 이하 어린이는 헤딩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미국 청소년축구협회의 지침을 고려해 너무 어린 아이한테는 공중에서 공 다툼을 하지 않도록 적극 권장하고, 공을 다루는 발기술을 발달시키는 훈련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겠다.

오늘 5일을 시작으로, 브라질 월드컵의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세 경기가 잇따라 펼쳐진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도 공격과 수비에서 다양하게 머리받기를 할 것이다. 헤딩의 위험에 대한 논란이 종결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헤딩은 무리하지 않는다면 안전해 보인다. 축구만의 독특한 기술인 머리받기가 적절하게 사용돼 대한민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꼭 이루길 기원한다.

최강 의사·르네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헤딩의 영향에 관한 더 자세한 연구 흐름을 사이언스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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