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태양흑점 공개관측 행사에서 망원경과 함께.
[사이언스온] 살며 연구하며
중학교 시절, 처음 망원경을 통해 본 목성과 토성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작고 초라했지만, 내가 느끼는 우주는 그 거리만큼 넓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자그마한 굴절망원경 하나를 선물 받았고, 그걸로 날마다 혼자 아파트 옥상에 올라 남몰래 밤하늘을 여행하며 내 우주를 넓혀갔다.
십수년이 지나 천문학, 그중에서도 외부 은하 속 블랙홀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생인 나는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에 담겨 있는 먼 은하들을 바라보며 여전히 우주를 여행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 어릴 적 아파트 옥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외로움을 느낀다.
과학이라는 학문을 지그소 퍼즐(그림 조각 맞추기)에 비유하면, 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은 각자 자신만의 1000조각짜리 퍼즐을 푸느라 끙끙거리고 있는 연구생들이다. 남들이 이미 완성한 퍼즐을 다시 맞추는 일은 매우 드물기에 그 퍼즐은 모든 이에게 언제나 새롭다.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퍼즐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지도교수에게도 마찬가지다. 물론 퍼즐을 맞추는 방법에 대한 효과적인 조언을 얻을 수야 있지만, 결국 퍼즐을 완성하는 일은 오롯이 내게 달려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외로움만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퍼즐을 풀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퍼즐이란 분명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를 준다. 물론 기껏 맞춰놓은 조각이 틀렸을 때 느끼는 상심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도 내 모니터 속에서 반짝이는 은하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을 하나씩 찾아가 일대일 면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중간 결과들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게 된 이유는, 잘못된 자리에 놓였던 퍼즐 조각들조차도 여전히 내 손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나만의 퍼즐은 완성되지 않았고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이 퍼즐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아니,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
맬컴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달인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분명 과학이란 퍼즐을 맞추는 일은 힘들고 외롭긴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결국 달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그리고 ‘박사’라는 호칭은 그런 과정을 겪은 달인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훈장이자 징표인 셈이다. 이제 박사과정 4년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무게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배현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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