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위양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햇무리와 채운을 최철희씨가 촬영한 것으로, 2012년 기상사진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기상청 제공
[과학과 내일] 사진이 있는 기상 이야기
본격 장마를 코앞에 둔 지난 15~16일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각각 33.6도와 34.4도까지 올라 올해 첫 폭염을 기록했다. 대구지역에서 6월 폭염 발생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최근 10년 동안 6월 중순에 이틀 연속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기는 2009년(18~19일)에 이어 두번째다. 올해 장마는 17~18일 시작됐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해 장마전선이 제주 남쪽 바다에 머물면서 이번주 내내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26~30일 낮 최고기온이 날마다 31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서울 기상의 기준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인 종로구 송월동(신문로2가)의 서울기상관측소여서, 지역에 따라서는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립기상연구소와 연세대 공동연구팀이 2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폭염이 10회 이상 있었던 1999년과 2000년, 2004년의 서울 각 구별 폭염 발생 일수가 강북 지역은 10회 이하인 경향을 보인 데 비해 강남 지역은 10회 이상이었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1999년 각각 13·12회, 2000년 13·11회 폭염이 발생한 반면 서울기상관측소가 있는 종로구와 강서구는 1999년 9·6회, 2000년 7·5회에 그쳤다. 연구를 주도한 김백조 기상연구소 정책연구과장은 “폭염은 주로 지상 5㎞ 상공의 대기 상태에 영향을 받지만 국지적으로는 도시열섬이나 강수, 지형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에 서울 안에서도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강수와 폭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폭염이 오기 1~5일 전에 5~20㎜의 비가 내리면 폭염 발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전 5㎜ 이상의 비는 폭염 발생을 대부분 막아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5㎜ 이하의 강수는 폭염 발생을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특이한 것은 폭염 발생 1~5일 전 20㎜ 이상의 많은 비가 왔을 때는 5~20㎜의 비가 왔을 때보다 오히려 폭염 발생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김 과장은 “물이 꽉 찬 논 가운데서 더위를 더 많이 느끼듯 강수에 따른 시공간 구조의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오면 기온이 더 올라가는 ‘승온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실제로 2003년 8월20일 0~3시에 서울에는 147㎜의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낮 평균기온이 전날보다 2.8도가 더 올라갔다. 이런 승온효과는 연구대상으로 삼은 1991~2012년 8월 서울지역에서 모두 124회가 일어났다. 다만 이런 승온효과는 폭염이 발생하지 않거나 평균보다 적게 발생한 해에 주로 나타났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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