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사업 등을 총괄·조정할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를 출범시키고, 앞으로 5년 동안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9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회 국과심 회의를 열고 올해부터 2017년까지 연구개발에 92조4000억원을 투자해 64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국과심은 과학기술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위원장인 국무총리를 비롯해 13개 부처 장관과 과학기술·인문사회 분야 민간위원 10명 등 24명으로 구성됐다.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조정관은 브리핑에서 “국과심은 박근혜 정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지난 정부에서 발족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격상시키고 민간의 참여 폭도 넓혔다”고 말했다. 국과위 시절 장관급이던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높아지고, 13개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국과위 시절 7명이던 민간위원이 10명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11년 국과위가 상설 행정위원회로 발족하기 전 이명박 정부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국과위 위원장은 대통령이었고, 민간위원도 8~13명이었으며,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 부처 장관도 10~14명이어서 국과심 위상이 이전보다 격상했다는 해석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2011년 국과위는 전략기획에서 예산편성, 사업조정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으로 과학기술 정책을 펼 수 있는 행정위원회였던 데 비해 국과심은 심의·조정 기능만 있는 비상설 기구로, 이전 정부의 국과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위상이 대통령급에서 총리급으로 격하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명예대표)는 “격상·격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기구든지 5년 동안의 정부 정책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장기적인 과학기술 철학·전략·비전을 기획하는 기능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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