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크기의 미세 칩 위에 뇌에서부터 간, 심장, 대장 등 인체의 각종 장기와 조직 세포를 배양해 기능을 관찰하고 약물을 검증하는 ‘생체조직칩’ 개념도.(위 그림) 1 뇌모사칩 개념도(미국 국립보건원 누리집) 2 혈관모사칩 개념도(전누리 서울공대 교수) 3 렁온어칩 사진(허동은 서울의대 교수)
[과학과 내일] 생체조직칩 개발 박차
장, 간, 심장 등 모든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구축하는
‘멀티 인공장기 시스템’을 만든다
미 국립보건원의 ‘조직칩사업’은
3차원 인간 조직칩 개발을 통해
약물 후보군의 안전을 극대화한다 우리의 귀나 심장이 상어의 이빨이나 도마뱀의 꼬리처럼 ‘리필’(재생)이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199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로버트 랭어 교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함께 인체의 장기·기관을 외부에서 재생해 이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말하자면 교통사고로 한쪽 귀가 떨어져나간 환자의 경우 다른 쪽 귀 모양을 본떠 3차원 구조체(스캐펄드)를 만든 뒤 그 안에 귀 세포를 넣고 배양해 똑같은 귀를 만들어 붙이자는 것이다. 10주 정도 지나 세포들이 본뜬 대로 자라면 이식을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사실상 실패했다. 20년 동안 딱 한번, 2006년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의 앤서니 아탈라 교수 연구팀이 방광을 배양해 인체 이식한 것이 유일한 성공 사례다. 방광이 얇은 막으로 형성된 주머니 형태로 다른 조직·장기에 비해 훨씬 단순한 구조였기에 가능했다. 과학자들은 랭어 교수 아이디어가 왜 실패했는지 고민에 빠졌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밥’ 문제였다. 그동안 세포는 배양접시 바닥에 깔린 상태에서 배양액 속에 풍덩 빠진 상태로 길러졌다. 3차원 구조체도 배양액 우물에 빠뜨리는 똑같은 방식으로 배양했다. 구조체가 두꺼워지면서 겉에 있는 세포는 계속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안쪽 세포들은 굶어죽었다. 해결책은 공학 쪽에서 나왔다. 미세유체역학을 이용해 세포 덩어리 안까지 ‘빨대’를 꽂아주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칩 제작 기술이 응용됐다. 실리콘 기판 위에 감광제를 바르고 포토마스크(회로패턴 필름)를 통해 자외선을 쬐어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사진평판기술(포토리소그래피)을 이용해 가느다란 미세유체채널이 내부에 포함된 소자를 만든다. 미세유체채널은 일종의 혈관 구실을 해 이를 통해 연구자는 세포들에 원하는 영양분과 약물을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세포에 먹이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애초 의도했던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연구 방향을 틀었다. 미세유체 시스템을 ‘생체조직칩’(생체모사칩)으로 활용하자는 새 패러다임이다. 최낙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생체를 모사해 칩 안에 구현해놓고 장기나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는 암 등 질병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약물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몸 밖에서 관찰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 가운데 대표적 사례가 미국 하버드대의 도널드 잉버 교수 연구팀이 2010년 개발한 ‘허파칩’(렁온어칩)이다. 연구팀은 ‘폴리다이메틸실록산’(PDMS)이라는 합성수지를 이용해 허파꽈리 조직 일부를 만들고 한쪽에는 폐 세포를, 다른 한쪽에는 모세혈관 세포를 배양해 칩을 만들었다. 당시 제1저자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한 허동은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는 “피디엠에스는 일종의 투명한 고무다. 현미경으로 폐 세포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과정이나 박테리아를 면역세포(백혈구)가 잡아먹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에는 랭온어칩을 활용한 ‘폐질병칩’을 만들어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폐부종(폐에 물이 차는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개발중인 치료제가 효과가 있는지 등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피디엠에스는 우리 몸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피디엠에스를 처음 생체조직칩에 적용한 것은 하버드대의 조지 화이트사이즈 교수팀이다. 그는 이 기술에 ‘소프트리소그래피’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우리 몸과 다른 환경에서 세포들의 활동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우리 몸에 존재하거나 적어도 천연 상태의 고분자들을 써보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세포에 들어 있는 콜라겐이나 해조류에 들어 있는 알기네이트가 후보물질로 떠올랐다. 콜라겐은 돼지 껍데기에 많이 들어 있으며 화장품 재료로도 쓰인다. 알기네이트는 아이스크림 재료로 쓰인다. 최낙원 박사가 속했던 미국 코넬대 에이브러햄 스트루크 교수 연구팀은 이들 물질로 하이드로젤을 만들어 생체조직칩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이드로젤은 수분이 90% 이상인 ‘물을 잔뜩 머금은 젤리’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생체에 대해 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젤리 안에 사람 몸을 만드는 것, 곧 ‘휴먼온어칩’이 생체조직칩 기술의 최종 목표다. 우표 크기의 칩 위에 장, 간, 심장 등 모든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구축하는 ‘멀티 인공장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성종환 홍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심장약 테스트를 하려면 심장칩이 필요하다. 그러나 약을 입을 통해 먹으면 장에서 흡수되고 간에서 대사가 일어나며 혈액을 통해 심장에 전달되는 과정을 겪는다. 대사 과정에 약물 성분이 바뀔 수도 있고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 심장세포만 배양해 만든 칩으로 약물실험을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누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도 “암의 성장과 전이, 당뇨 망막병증, 노인성 황반변성 등 70종 이상의 질병이 혈관의 비정상적 성장과 작동에 의해 유발·악화된다. 생체와 유사한 3차원 혈관 모델을 만들어 몸 밖에서 세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 연구팀은 신경세포 배양과 축삭돌기의 성장을 관찰하기 위한 미세유체칩을 개발해 신경계 약물 검증(스크리닝)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생체조직칩 기술을 이용한 각종 연구성과들이 줄을 이었고 2011년에는 마침내 국립보건원(NIH)이 5년 동안 7000만달러(800억원) 규모의 ‘조직칩사업’(Tissue Chip Project)을 시작했다. 미국 국방첨단과학연구계획국(DARPA), 식품의약청(FDA)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사업은 3차원 인간 조직칩 개발을 통해 약물 후보군의 안전과 효율성의 예측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종환 교수가 속했던 미국 코넬대의 마이클 슐러 교수의 끈질긴 설득과 하버드대의 잉버 교수의 랭온어칩 성공이 국립보건원 집행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국립보건원은 19개의 대학과 병원 연구팀을 선정해 연구를 맡겼다. 미국이 생체조직칩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허동은 교수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8000억원, 1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20~30%가 전 임상단계에 들어가는데 동물모델이나 배양접시에서 약물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종환 교수는 “동물실험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많이 부족하고 식품의약청에서 인정하는 임상시험 단계도 아니지만 실험동물 동원 수를 줄인다든지 의사가 환자의 조직을 생체조직칩에서 배양해 가장 좋은 약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넓혀갈 수 있다”고 했다.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가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도 생체조직칩 연구개발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 세계적 수준의 연구팀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냈던 연구자들이 잇따라 귀국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전망이 밝은 편이다. 국제학회인 ‘미세종합분석시스템’(μTAS·옛 ‘화학과 생물학을 위한 미니어처시스템’)에 발표되는 논문 가운데 3분의 2가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용화된 디엔에이칩이나 단백질칩에 비해 움직이는 유체와 살아 있는 세포 등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기술이어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이 남아 있다. 최낙원 박사는 “아직 기계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등 공학계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생체조직칩을 생물학, 의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려면 공동연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공학도의 장난감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하태경 “남재준, 군인과 국정원장 구분 못해”
■ ‘수컷’ 리얼 예능이 보여주는 병영국가의 민낯, ‘진짜 사나이’
■ 858억짜리 월미은하레일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용도 폐기
■ “탈출 위해 기장이 도끼로 슬라이드 터뜨렸다”…숨막혔던 탈출 상황
■ [화보]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현장
구조와 기능을 구축하는
‘멀티 인공장기 시스템’을 만든다
미 국립보건원의 ‘조직칩사업’은
3차원 인간 조직칩 개발을 통해
약물 후보군의 안전을 극대화한다 우리의 귀나 심장이 상어의 이빨이나 도마뱀의 꼬리처럼 ‘리필’(재생)이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199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로버트 랭어 교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함께 인체의 장기·기관을 외부에서 재생해 이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말하자면 교통사고로 한쪽 귀가 떨어져나간 환자의 경우 다른 쪽 귀 모양을 본떠 3차원 구조체(스캐펄드)를 만든 뒤 그 안에 귀 세포를 넣고 배양해 똑같은 귀를 만들어 붙이자는 것이다. 10주 정도 지나 세포들이 본뜬 대로 자라면 이식을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사실상 실패했다. 20년 동안 딱 한번, 2006년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의 앤서니 아탈라 교수 연구팀이 방광을 배양해 인체 이식한 것이 유일한 성공 사례다. 방광이 얇은 막으로 형성된 주머니 형태로 다른 조직·장기에 비해 훨씬 단순한 구조였기에 가능했다. 과학자들은 랭어 교수 아이디어가 왜 실패했는지 고민에 빠졌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밥’ 문제였다. 그동안 세포는 배양접시 바닥에 깔린 상태에서 배양액 속에 풍덩 빠진 상태로 길러졌다. 3차원 구조체도 배양액 우물에 빠뜨리는 똑같은 방식으로 배양했다. 구조체가 두꺼워지면서 겉에 있는 세포는 계속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안쪽 세포들은 굶어죽었다. 해결책은 공학 쪽에서 나왔다. 미세유체역학을 이용해 세포 덩어리 안까지 ‘빨대’를 꽂아주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칩 제작 기술이 응용됐다. 실리콘 기판 위에 감광제를 바르고 포토마스크(회로패턴 필름)를 통해 자외선을 쬐어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사진평판기술(포토리소그래피)을 이용해 가느다란 미세유체채널이 내부에 포함된 소자를 만든다. 미세유체채널은 일종의 혈관 구실을 해 이를 통해 연구자는 세포들에 원하는 영양분과 약물을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세포에 먹이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애초 의도했던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연구 방향을 틀었다. 미세유체 시스템을 ‘생체조직칩’(생체모사칩)으로 활용하자는 새 패러다임이다. 최낙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생체를 모사해 칩 안에 구현해놓고 장기나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는 암 등 질병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약물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몸 밖에서 관찰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 가운데 대표적 사례가 미국 하버드대의 도널드 잉버 교수 연구팀이 2010년 개발한 ‘허파칩’(렁온어칩)이다. 연구팀은 ‘폴리다이메틸실록산’(PDMS)이라는 합성수지를 이용해 허파꽈리 조직 일부를 만들고 한쪽에는 폐 세포를, 다른 한쪽에는 모세혈관 세포를 배양해 칩을 만들었다. 당시 제1저자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한 허동은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는 “피디엠에스는 일종의 투명한 고무다. 현미경으로 폐 세포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과정이나 박테리아를 면역세포(백혈구)가 잡아먹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에는 랭온어칩을 활용한 ‘폐질병칩’을 만들어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폐부종(폐에 물이 차는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개발중인 치료제가 효과가 있는지 등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피디엠에스는 우리 몸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피디엠에스를 처음 생체조직칩에 적용한 것은 하버드대의 조지 화이트사이즈 교수팀이다. 그는 이 기술에 ‘소프트리소그래피’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우리 몸과 다른 환경에서 세포들의 활동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우리 몸에 존재하거나 적어도 천연 상태의 고분자들을 써보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세포에 들어 있는 콜라겐이나 해조류에 들어 있는 알기네이트가 후보물질로 떠올랐다. 콜라겐은 돼지 껍데기에 많이 들어 있으며 화장품 재료로도 쓰인다. 알기네이트는 아이스크림 재료로 쓰인다. 최낙원 박사가 속했던 미국 코넬대 에이브러햄 스트루크 교수 연구팀은 이들 물질로 하이드로젤을 만들어 생체조직칩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이드로젤은 수분이 90% 이상인 ‘물을 잔뜩 머금은 젤리’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생체에 대해 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젤리 안에 사람 몸을 만드는 것, 곧 ‘휴먼온어칩’이 생체조직칩 기술의 최종 목표다. 우표 크기의 칩 위에 장, 간, 심장 등 모든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구축하는 ‘멀티 인공장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성종환 홍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심장약 테스트를 하려면 심장칩이 필요하다. 그러나 약을 입을 통해 먹으면 장에서 흡수되고 간에서 대사가 일어나며 혈액을 통해 심장에 전달되는 과정을 겪는다. 대사 과정에 약물 성분이 바뀔 수도 있고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 심장세포만 배양해 만든 칩으로 약물실험을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누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도 “암의 성장과 전이, 당뇨 망막병증, 노인성 황반변성 등 70종 이상의 질병이 혈관의 비정상적 성장과 작동에 의해 유발·악화된다. 생체와 유사한 3차원 혈관 모델을 만들어 몸 밖에서 세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 연구팀은 신경세포 배양과 축삭돌기의 성장을 관찰하기 위한 미세유체칩을 개발해 신경계 약물 검증(스크리닝)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생체조직칩 기술을 이용한 각종 연구성과들이 줄을 이었고 2011년에는 마침내 국립보건원(NIH)이 5년 동안 7000만달러(800억원) 규모의 ‘조직칩사업’(Tissue Chip Project)을 시작했다. 미국 국방첨단과학연구계획국(DARPA), 식품의약청(FDA)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사업은 3차원 인간 조직칩 개발을 통해 약물 후보군의 안전과 효율성의 예측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종환 교수가 속했던 미국 코넬대의 마이클 슐러 교수의 끈질긴 설득과 하버드대의 잉버 교수의 랭온어칩 성공이 국립보건원 집행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국립보건원은 19개의 대학과 병원 연구팀을 선정해 연구를 맡겼다. 미국이 생체조직칩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허동은 교수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8000억원, 1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20~30%가 전 임상단계에 들어가는데 동물모델이나 배양접시에서 약물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종환 교수는 “동물실험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많이 부족하고 식품의약청에서 인정하는 임상시험 단계도 아니지만 실험동물 동원 수를 줄인다든지 의사가 환자의 조직을 생체조직칩에서 배양해 가장 좋은 약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넓혀갈 수 있다”고 했다.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가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도 생체조직칩 연구개발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 세계적 수준의 연구팀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냈던 연구자들이 잇따라 귀국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전망이 밝은 편이다. 국제학회인 ‘미세종합분석시스템’(μTAS·옛 ‘화학과 생물학을 위한 미니어처시스템’)에 발표되는 논문 가운데 3분의 2가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용화된 디엔에이칩이나 단백질칩에 비해 움직이는 유체와 살아 있는 세포 등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기술이어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이 남아 있다. 최낙원 박사는 “아직 기계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등 공학계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생체조직칩을 생물학, 의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려면 공동연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공학도의 장난감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하태경 “남재준, 군인과 국정원장 구분 못해”
■ ‘수컷’ 리얼 예능이 보여주는 병영국가의 민낯, ‘진짜 사나이’
■ 858억짜리 월미은하레일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용도 폐기
■ “탈출 위해 기장이 도끼로 슬라이드 터뜨렸다”…숨막혔던 탈출 상황
■ [화보]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현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