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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몸속 미생물, 체질·면역에 영향 주는 ‘제2 유전자’

등록 2013-07-30 19:52수정 2013-07-30 21:26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과 주고받는 다양한 기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장내 미생물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과 주고받는 다양한 기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장내 미생물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이언스 온]
생명 현상과 관련성 연구 활발
‘미생물 지도 프로젝트’ 진행중
유전자가 모든 생명 현상을 결정하리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유전자는 생명 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유전자 외에 우리 체질과 건강을 결정하는 다른 요인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염기서열은 같아도 유전자의 발현에 변화를 일으키는 후성 유전물질이나 마이크로 아르엔에이(RNA)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 몸 안에 우리와 함께 사는 미생물도 생명 현상의 복잡미묘함을 설명해주는 좋은 연구 주제가 된다.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주요한 주제가 되는 미생물에 관한 연구로 최근 몇 년 새 주목받은 몇 가지를 되짚어본다.

인체 내 미생물이 대중적 관심을 끈 데에는 2011년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이 큰 구실을 했다. 사람마다 다른 ‘체질’이 우리 몸에 사는 장내 미생물의 군집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연구의 요지였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군집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유형에 따라 체내 대사에 작용하는 물질의 분해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관찰했다. 같은 영양분을 흡수해도 탄수화물 분해를 잘하는 유형이 있고, 당분 흡수를 잘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형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정해진 체질은 평생 가는 걸까? 유럽 연구팀의 후속 연구를 보면 오랜 식습관이 장내 미생물의 유형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탄수화물, 지방, 아미노산, 콜린, 식물성 섬유 등을 섭취하는 경향에 따라 미생물 군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밝혀냈다. 한마디로 먹는 것과 장내 미생물의 분포, 그리고 체질은 연관이 있으며 후천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8월 <네이처>에 실린 아일랜드 연구팀의 노인 대상 연구도 눈에 띈다. 노인들한테서는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 개인별로 훨씬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이 연구에선 여덟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그룹별로 영양 상태, 질병에 걸리는 비율 등에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음식과 관련한 장내 미생물 분포가 나이가 들면서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맺음을 보여준다.

약물 효과에도 영향을 많이 끼치는데, 최근인 이달 중순에는 환자의 몸에 사는 특정한 장내 미생물이 심장병 치료 약물을 분해하는 작용을 해 사람마다 약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의 연구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되기도 했다.

장내 미생물과 면역력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지난 3월 캐나다 연구팀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장내 미생물 분포와 자가면역 질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세포가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에 반응해야 하는데, 자기 조직에 대해서도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성호르몬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성한테 더 많이 발생한다.

이 연구는 생애 초기에 존재하는 특정 미생물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것이 대표적 자가면역 질환인 제1형 당뇨병으로부터 개체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체내 미생물이 성호르몬의 수준을 바꿔 자가면역 질환에 덜 걸리게 하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이밖에도 어떤 장내 미생물(‘클로스트리디움’)을 없앴더니 알레르기 민감성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었다.

흥미롭게도 동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체내 미생물 연구도 있다. 2010년 11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이스라엘 연구팀의 논문은 미생물이 동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체내 미생물의 차이로 초파리의 짝짓기를 선호하는 경향의 변화를 찾은 것이다.

이런 연구들은 인간과 체내 미생물의 관계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식이요법이나 약물 치료가 장내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미생물을 이용해 어떻게 체질 개선이나 질병 치료를 할 수 있을지도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 인간 유전자의 150배에 달하는 규모의 장내 미생물의 유전자가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그동안 체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 몸 속 모든 미생물의 지도를 그리자는 ‘인간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체) 프로젝트’가 국제 협력 연구로 진행되고 있다.

김현중 건국대 수의생리학교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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