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강이나 산에서 부는 청량한 공기가 잘 통하도록 도심에 바람길을 만들어 열섬현상과 대기오염으로 열악해진 생활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07년 기상청 기상사진전에서 입상한 김동일씨 작품. 기상청 제공
[과학과 내일] 사진이 있는 기상 이야기
폭염이 기승 부리던 지난 8월 중순 울산의 한 자동기상관측기(AWS)가 40도를 넘기자 울산이 만년 1등 대구를 제치고 최고기온 기록 도시에 등극했다는 기사가 잇따랐다. 대구는 나무심기를 십수년 벌여온 반면 울산은 있던 나무도 베어가며 공단 조성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처럼 도시에 바람길을 조성하기 위한 도시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지리정보학회지> 최근호에 창원대 환경공학과 연구팀이 울산과 비슷한 공업도시인 창원을 대상으로 연구해 보고한 논문을 보면, 야간시간대 산 능선과 계곡부와 달리 도시지역은 초속 1.5m 이하의 풍속이 많고 풍향의 다양성도 높지 않았다. 특히 단독주거지와 고층아파트,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넓은 범위에 걸쳐 초속 1m 이하의 바람 정체 지역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단 인근의 악취 문제에 따른 민원이 증가하고 초미세먼지(PM2.5) 발생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3~4배를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이 공기순환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시지역의 공기순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바람길 도입이 필요하고, 도시 외곽에서 형성되는 차고 신선한 바람이 도시 내부로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 차원에서 바람 유입 지역과 주요 이동통로 지역에 대한 공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결론내렸다.
우리나라 인구의 83.2%가 살고 있는 도시 지역의 바람길은 쾌적한 대기 환경을 만드는 필수요소가 돼가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가 2009년에 완공된 서울 은평뉴타운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뉴타운 조성 전에 비해 평균기온이 상승했는데, 지역에 따라 0.5도 상승한 곳에서부터 1.5도 올라간 곳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다.
장현숙 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장은 “비교적 균일하게 개발된 아파트단지에서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실개천 주변에 비해 건물 부분의 기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북한산 쪽에서 형성된 바람이 실개천을 따라 유입된 효과라고 해석된다. 애초 바람길을 고려해 건물의 간격이나 높이, 방향 등도 설계에 반영했다면 좀더 큰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연구소가 현재는 중단된 서울 종로 세운 재정비 지역에 녹지축을 조성했을 때를 모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녹지축을 따라 평균 0.2도, 최대 1.8도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독일 공업도시인 슈투트가르트는 3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영향으로 열섬현상과 대기오염에 60만 주민이 고통을 겪어왔지만 도시 중심의 바람길에 건축물을 5층 이하로 제한하고 건물 간격을 최소 3m로 유지하며 통풍길이 되는 도로와 소공원은 100m의 폭을 확보하도록 하는 ‘그린 유(U)’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해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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