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말 태양 근접…세기적 꼬리별 우주쇼 펼칠까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허블망원경이 지난 4월에 촬영한 ‘아이손’ 혜성 모습. 당시만 해도 금세기 최고의 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11월29일(한국시각)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면서 화려한 우주쇼를 선보일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과학과 내일] 다가오는 혜성 ‘아이손’

지난해 9월21일 러시아 아마추어 천문가인 비탈리 네브스키와 아르티욤 노비코노크는 혜성처럼 나타난 ‘아이손’ 혜성을 처음 발견했다. 이들은 러시아 키스로보드스크 천문대에 설치돼 있는 국제과학광학네트워크(ISON)의 40㎝ 반사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 속에서 혜성을 찾아냈다. 발견 당시 18.8등급으로 어두웠던 아이손은 시속 7만7천㎞의 속도로 태양을 향해 달려와 1일(이하 한국시각) 화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면서 대구경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밝아졌다.

　아이손은 핵 크기가 혜성으로서 작지 않은 5㎞ 정도로 추정돼 ‘금세기 최고의 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돼왔다. 지금은 다소 기대수치가 낮아졌지만 태양에 접근했을 때 화려한 꼬리를 휘날리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관을 보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전문 천문사진가인 황인준 호빔천문대 대표는 “올해 4월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아이손 사진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최고의 대혜성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관측 결과로는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다. 그러나 혜성처럼 나타났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손이 태양에 접근하면서 환상적인 우주쇼를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이손은 혜성의 기본적인 밝기는 갖추고 있어 기대에 벗어나도 볼 만한 광경은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손의 겉보기 등급은 애초 가장 밝을 때 보름달(약 -13 등급)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현재로서는 금성과 비슷한 -5~-6 등급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월 지름 15㎞로 주목을 받은 판스타스혜성은 쌍안경으로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의 볼품없는 혜성으로 사라져간 반면 핵 크기가 채 1㎞도 안되는 러브조이혜성은 2011년 크리스마스 때 스스로를 장렬하게 불사르면서 화려한 불꽃쇼를 선사했다.

아이손 혜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12월27일(한국시각)께 하늘을 모사한 장면. 김도균 위션 대표 제공

작년 9월 러시아 천문가 첫 발견
시속 7만7천㎞ 속도로 이동중
어제 화성 지나…망원경 관찰 가능
태양 표면 110만㎞까지 접근할듯
내년 1월 지구에 별똥별 남길 수도

핵 주성분은 물, 꼬리는 먼지·이온
고대엔 악마·불길한 징조 오명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 지금도

　아이손은 ‘혜성의 고향’ 오르트구름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7세기 말에 나타났던 대혜성과 궤도가 비슷해 같은 어미에서 나온 장주기(비주기) 혜성일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아이손은 태양에 아주 가까이 지나가는 ‘선그레이징 혜성’이다. 다음달 29일 오전 3시29분(세계시각으로는 28일 오후 6시29분) 태양 중심에서 0.012천문단위(AU·1천문단위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인 1억5천만㎞) 곧 180만㎞ 떨어진 곳을 통과한다. 태양의 반지름이 약 70만㎞이니 표면에서는 겨우 110만㎞ 떨어진 곳을 지나는 셈이다. 서울-뉴욕 거리의 100배 정도다. 2일 화성과 가장 가까워질 때는 0.072AU(1080만㎞) 거리이고, 12월27일 지구에는 0.43AU(6400만㎞)까지 접근한다. 지구는 그 뒤 내년 1월15~16일께 혜성의 궤도를 통과해 이 때 혜성의 잔해가 유성우로 떨어질 수도 있다.

　아이손은 화성에 접근하면서 망원경으로 관찰이 가능해졌다. 새벽 천문박명(태양 고도가 지평선 아래 12~18도인 어스름 상태) 때부터 동트기 전까지 동쪽 하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시야가 틔어 있고 지평선 가까이 부유물질이 없는 청정한 곳에서 잘 볼 수 있다. 11월 중순이면 쌍안경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 태양에 근접하는 11월29일 앞뒤 2~3일 동안은 강렬한 태양빛에 관측 자체가 어렵지만 그때 전후해서는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황인준 대표는 “11월에는 투명도가 높은 가을하늘이어서 아파트 모서리로 태양을 가리고 보면 낮에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연말께는 동트기 전 북동쪽 지평선 근처나 해가 진 뒤 북서쪽 하늘에서 쌍안경으로 볼 수 있다.

　혜성은 머리와 꼬리로 이뤄져 있는데, 코마라고 불리는 머리에는 핵이 있다. 꼬리는 먼지로 이뤄진 것과 이온으로 이뤄진 것이 있다. 혜성 핵의 구성성분은 얼음(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질소, 암모니아, 메탄, 시안, 아미노산 등으로 이 가운데 물이 70~80%를 차지해 혜성에 ‘더러운 눈사람’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혜성이 태양 가까이 접근하면 태양의 복사압이 코마에서 먼지들을 밀어내 꼬리를 만든다. 또 각종 휘발성 성분이 증발해 만들어진 이온들이 복사압과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 태양 반대쪽으로 꼬리를 형성한다. 두 꼬리는 방향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아 혜성은 두개 이상의 꼬리를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은 “혜성의 핵은 반사도가 낮아 어둡기 때문에 태양에 가까워져도 그 자체로 빛을 내지는 못한다. 반사도가 지구 흙이 17%인 데 비해 혜성 핵은 2.5~8%밖에 안된다.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먼지가 태양빛을 반사·산란하는 경우와 태양에너지로 분자나 원자가 들떠 이온화해 빛을 방출하는 경우들이다. 혜성에 가스 성분이 많으면 이온화하면서 하얀색, 노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깔을 내지만 사람눈으로는 볼 수 없고 카메라로 촬영했을 때는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혜성은 서양에서 1577년 티코 브라헤에 의해 우주의 천체라는 것이 처음 밝혀지기 전까지는 천둥·번개와 같은 대기 현상으로 이해돼왔다. 브라헤는 혜성이 가령 서울과 부산에서 다른 현상이 관측되는 대기현상과 달리 세계 어디에서든 똑같이 관찰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후 1705년 에드먼드 핼리가 혜성이 항성(별)이나 행성처럼 주기를 가진 존재임을 밝혀낸 이래 많은 천문가들이 앞다퉈 새로운 혜성을 발견해냈다. 혜성의 이름은 보통 ‘헤일-밥 혜성’처럼 발견자 이름을 따서 짓는다. 최초의 발견자는 아니어도 두 번 이상 찾아온 천체가 같은 혜성이라는 것을 알아낸 경우에도 핼리혜성과 엔케혜성처럼 그 사람 이름을 붙여준다. 중국에서는 개인의 업적이 인정되지 않던 시절에 발견된 혜성에 ‘자금산천문대혜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아이손은 ‘국제과학광학네트워크’라는 천문기구 이름을 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천문학자들은 만약 이 기구가 또다른 혜성을 발견하면 ‘아이손2’라고 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혜성은 고래로부터 악마나 불길한 징조로 여겨져왔다. 동양권인 우리나라에서는 혜성(빗자루별)과 함께 살별, 길쓸별, 꼬리별 등으로 불렀다. 세종실록에는 1531년 김안로의 문정왕후 폐위 모의 사건에 대해 “김안로가 (좌의정에) 등용되자마자 혜성의 요괴로움이 바로 나타나니 하늘의 조짐을 보임이 그림자와 메아리보다 빠른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박상준 에스에프(SF) 해설가는 “1910년 5월18일 핼리혜성의 가스 부분을 지구가 통과하고 독가스인 시안이 들어 있다는 예측이 발표됐을 때 지구종말론이 휩쓸어 가스를 중화시킨다는 가짜약과 방독면 판매가 판을 치고 자살하거나 자포자기로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잇따르는 소동이 벌어졌다. 혜성의 존재와 등장을 예측하기 어려워 빚어진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혜성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은 아이손과 관련해서도 외계인 우주설, 2003년 해프닝으로 끝난 ‘니비루’소행성설 등으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e-mail]

용어설명

오르트구름 혜성은 다양한 성분의 바위 덩어리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주로 모여 있는 소행성과 달리 주로 얼음과 먼지로 이뤄져 있으며, 태양에서 5천억~1조5천억㎞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다. 이곳에 머물던 혜성 핵이 외부 별(항성)이나 가스 구름에 영향을 받아 태양을 향해 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덜란드 천문학자 얀 오르트가 세운 가설로, 장주기 혜성의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이곳을 오르트구름이라 한다. 76년 주기의 핼리혜성 같은 단주기 혜성들은 해왕성 밖 곧 태양에서 4500만~15억㎞ 거리에 있는 원반 모양의 카이퍼벨트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e-mail]

별 밝기 등급 별 밝기를 매기는 방법에는 겉보기 등급과 절대 등급이 있다. 겉보기 등급은 우리 눈으로 관측한 밝기로, 눈으로 보아 가장 밝은 별을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을 6등급으로 한다. 둘 사이의 밝기 차이는 100배이다. 절대 등급은 별의 실제 밝기다. 태양의 겉보기 등급은 -26.8, 절대 등급은 4.8이다. 두번째로 밝게 보이는 별인 시리우스는 겉보기 는 -1.7등급이지만 절대 등급은 1.42로 태양 광도의 25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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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혜성

17세기 현종때 발간 ‘성변등록’
세계 최장 82일 혜성 관찰 기록

조선시대 관상감(기상청)이 밤하늘의 특이현상을 매일 기록해 모아놓은 <성변등록>에 실려 있는 1664년 12월 13일치 성변측후단자(보고서).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최근 조선시대 관상감이 밤하늘의 특이현상을 기록한 <성변등록>을 재정리한 <관상감이 기록한 17세기 밤하늘>을 발간했다. 이 책에 실린 1664년 11월26일부터 1665년 2월15일까지 82일 동안의 혜성 관찰 기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긴 관측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 혜성 관찰 기록은 기원전 15세기에 시작해 기원전 1세기까지 적어도 338개가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혜성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서양에서도 혜성을 본격 관측하기 시작한 15세기 이전인 11세기께 이미 ‘바이외 태피스트리’에 혜성 그림이 등장하지만 성변등록처럼 장기간 기록을 남긴 경우는 없었다.

‘성변’은 별에 관한 특이현상을 말한다. 오늘날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관상감의 관원들은 날마다 33가지 천문기상 현상을 관찰했으며, 이 가운데 혜성, 햇무리(백홍관일), 달무리(백홍관월), 떠돌이별(객성), 운석(영두성) 등 8가지는 왕이 침소에 있더라도 쪽지로 들여보낼 정도로 긴급하게 알려야 하는 사항이었다. 특히 혜성은 한쪽으로 치우친 꼬리를 가진 일반적인 혜성과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간 패성, 꼬리 뒤쪽이 깃발 모양으로 구부러진 치우기 등 3가지 종류로 나눠 기록했다. 성변등록은 ‘성변측후단자’라는 한 쪽짜리 일일보고서를 모아놓은 책이다.

기상청 기상역사팀의 전영신 박사는 “성변단자는 관상감이 만들어진 세조 때부터 기록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 남아 있는 자료는 현종, 경종, 영조 등 3대 왕 때의 모음집 6개뿐이다. 그나마 이번에 발간한 현종 때의 성변등록 3권은 나일성 연세대 명예교수가 일본인한테 받은 복사본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종과 영조 때의 3권은 연세대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전 박사는 “일본 복사본과 연대 소장 자료의 글씨를 비교해보면 일본 자료가 원본을 필사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원본은 일본 어디인가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 성변등록의 존재는 일제강점기 초대 인천관측소장을 지낸 와다 유지가 1917년 발간한 <조선고대관측기록조사보고>에 기록을 남겨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현종과 경종 사이인 숙종 시절에도 2권이 발간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현재 행방은 알 수 없다.

1664년 12월13일 성변측후단자를 보면 “밤 1~3시 사이에 혜성이 진수(까마귀자리)의 서남성 밖에서 보였다. 우합성을 범하고 익수(컵자리)의 17도에 있었다. 북극과의 거리는 109도 반이었다. 형체와 색깔 그리고 꼬리의 자취는 어제 그대로였다”고 기록돼 있다. 82일간의 기록 중 흐려서 관찰하지 못한 날을 뺀 68일 동안에는 별자리와 혜성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이때의 혜성은 이케야-장혜성으로 2002년에 다시 돌아와 관측됐다. 영조 때의 성변등록에 기록된 혜성은 핼리혜성으로 밝혀졌다. <관상감이 기록한 17세기 밤하늘> 전자책은 기상연구소 누리집(nimr.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