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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대형 망원경 한번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

등록 2013-10-08 18:50수정 2013-10-08 21:35

미국 하와이섬의 마우나케아산 꼭대기에 있는 마우나케아 천체관측단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하와이섬의 마우나케아산 꼭대기에 있는 마우나케아 천체관측단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이언스 온] 살며 연구하며
2011년 여름, 우리은하에서 30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엠(M)101’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했다. 3000만 광년은 천문학 하는 사람들한테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데, 이렇게 가까운 은하에서 터진 초신성은 매우 밝았다. 대학 안에 있는 지름 60㎝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어 무려 6개월 넘게 후속 관측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천문학 연구를 하다 보면 때때로 이미 갖고 있는 자료 외에 다른 관측자료가 추가로 필요할 때가 생긴다. 적외선, 엑스선 등 다양한 파장에서 관측한 자료가 필요하거나 대형 망원경, 우주망원경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각양각색의 망원경과 관측기기가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장비를 교내 망원경처럼 언제든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학교 바깥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비용을 부담하든지 훌륭한 관측 제안서를 내어 선정돼야 한다. 하룻밤 대여비가 10만원에서 100만원 하는 소형 망원경이 있는가 하면 지름 3~4m 망원경은 하룻밤 비용이 무려 10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연구비가 넉넉하다 해도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보현산천문대와 케이브이엔(KVN) 전파망원경 같은 관측시설을 이용하는 데에도 경쟁을 뚫고서 관측시간을 따내야 하지만, 국외 대형 관측시설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 연구자들도 관측 제안서를 내어 관측시간 확보를 노려보지만 대형 망원경이나 우주망원경의 사용 경쟁은 치열하다.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경쟁이 심한 망원경은 국내 연구진이 관측시간을 따낸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대형 망원경이나 우주망원경의 관측시간을 따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사법시험에라도 합격한 것처럼 대단하게 느껴진다.

망원경마다 관측 제안서를 내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연구실 선배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미국과 유럽 시간을 띄워놓고 밤새 제안서를 작성했지만 마감시간에 5분 늦어 제출하지 못한 적이 있다. 며칠 뒤 다른 망원경 관측 지원 공모 마감 10분 전 연구실에선 그 누구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몇 해 전에 학회 참석을 위해 일본 도호쿠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학회의 본행사가 열리기 전에 뚜렷한 결과가 없는 학생도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비공식 일정이 있었는데, 한 학부생의 발표가 눈에 띄었다.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였고 다른 대학원생에 비해 서투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학생이 사용한 자료를 보고서는 한국에서 온 대학원생들이 다들 깜짝 놀랐다. 지름 8.2m에 달하는 스바루 망원경에서 얻은 자료였다. 아직 학부생인데 대형 망원경 자료를 쓰다니!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우리나라도 다양한 망원경을 확보해 다양한 관측자료를 얻을 수 있는 문턱이 조금 더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주은 서울대 박사과정(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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