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식물 계절관측 종목의 하나다. 사진은 금기풍씨가 찍은 전남 나주수목원의 메타세쿼이아숲길로 2011년 기상청 사진전 입상작. 기상청
[과학과 내일] 사진이 있는 기상 이야기
지난달 27일 설악산을 필두로 2일에는 오대산, 7일에는 지리산에서 첫 단풍이 관측됐다. 14일에는 오대산이 처음으로 단풍 절정에 이르렀다. 기상청이 예측하기는 설악산 첫 단풍이 지난달 30일, 오대산 4일, 지리산 11일이었으니 각각 사흘, 이틀, 나흘 일찍 단풍이 든 셈이다. 최근 6년 동안 단풍 예상 시기의 평균오차는 약 ±3.5일로 올해 예측 적중률도 오차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단풍 예측은 어떻게 할까? 이은정 기상청 기후예측과 연구관은 “20년 정도의 데이터를 가지고 만든 회귀식(변수 사이의 함수관계를 표현하는 식)에 9월 평균기온과 8월 강수량 등 값을 넣어 예측한다. 강수량보다는 평균기온이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첫 단풍과 절정 시기를 예보하는 14개 산에 각각의 회귀식이 따로 있다. 9월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첫 단풍과 단풍 절정 시기가 지역에 따라 1~4일 정도 늦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와 기상청이 공동연구해 2009년 한국지역지리학회에 보고한 논문을 보면, 목포의 경우 10월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단풍이 6.5일 늦어지는 데 비해 포항은 0.7일에 불과했다.
첫 단풍의 기준은 산 정상에서 20%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단풍이 들었을 때를 가리킨다. 어떻게 관측할까? 단풍 관측 하나를 위해 설악산 대청봉이나 지리산 천왕봉을 매일 오르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상청 속초기상대의 김현숙씨는 “첫 단풍은 중청대피소에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에게 매일 전화로 문의한 뒤 단풍이 들었다고 하면 설악산관리사무소 수송용 헬기를 타고 실제 확인한다”고 말했다. 대청봉 높이가 1708m로, 2부 능선은 대략 1370m다. 도시처럼 기준을 삼을 인공물이 없기에 중청대피소(해발 1676m)와 공룡능선 상단(약 1300m)의 중간쯤을 어림해 판단한다. 산 전체의 80%가 물드는 절정 시기에는 단풍이 산 아래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예상 시기 일주일 전부터 날마다 설악산 소공원까지 직접 가서 확인한다.
단풍 예보와 관측은 왜 할까? 단풍은 기상청이 계절의 빠르고 늦음의 지역적 차이 등을 합리적으로 관측해 통계를 내고 분석해 기후변화의 추이를 총괄적으로 파악하고자 시행하는 계절관측의 하나다. 계절관측에 쓰이는 식물 종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스모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나무, 아까시나무, 복숭아, 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10가지다. 계절관측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라일락과 인동이, 영국에서는 산사나무와 마로니에가 대표 계절관측 수종으로 꼽힌다.
계절관측은 기상청 일부 지방관서에서 1921년부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벚꽃 개화일이나 단풍 절정일처럼 시민의 여가생활과 밀접한 계절기상정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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