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디지털관 ‘밍크고래의 유영’
저산소증·심혈관질환 치료에 희소식
국내 연구진이 고래의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 포유류인 고래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를 지닌 바다생물이어서, 고래의 바다 적응 원리를 유전자를 통해 이해하면 인간의 저산소증·심혈관질환 등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은 24일 우리나라 근해에 서식하는 밍크고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처음으로 해독·분석해 유전학 분야 유명학술지인 <네이처 지네틱스> 25일(한국시각)치 온라인판에 실었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해양과기원 등 국내외 24개 기관 55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고래는 지구 생물 가운데 가장 큰 포유류로, 6000만년 전 발굽이 짝수인 우제류와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바다로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래는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구별되는데, 연구팀은 우리나라 근해에도 많이 서식하는 수염고래인 밍크고래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영국 리버풀대는 북극고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대는 혹등고래의 유전체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이정현 해양과기원 해양·극한생물분자유전체 연구단장은 “고래는 호흡하지 않으면서도 최대 1시간 이상 잠수할 수 있는 특이한 포유류로, 산소 결핍에 적응하는 능력을 지녔다. 고래가 장시간 잠수하는 유전적 원리를 밝혀내면 저산소증에 직접 영향을 받는 뇌졸중·심장마비 등 질병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래가 물속에 오래 있으면 사람이 오래 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산물인 젖산이 많이 쌓인다. 연구팀이 분석한 밍크고래 유전자 2만605개 가운데에는 젖산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들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많이 존재했다. 밍크고래의 최대 잠수시간이 13분26초에 달하는 데 비해 사람은 2분30초, 하마는 4분에 불과한 것이 이런 유전적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밍크고래·북극고래 등이 속한 수염고래는 돌고래 같은 이빨고래와 달리 입안에 치아 대신 ‘발린’이라는 물렁물렁한 빗 모양의 기관이 있다. 수염고래는 이 발린으로 필터처럼 먹이를 걸러 섭취한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임형순 해양바이오연구부 연구원은 “치아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밍크고래에서는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슈도진(pseudo-gene·예전에는 유의미한 기능을 했으나 돌연변이로 인해 그 기능을 잃은 유전자)화돼 있다는 사실과 털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군 숫자가 적다는 사실도 이번 유전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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