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습도 때문에 실제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온도계의 기온과 사뭇 다르다. 사진은 강원도 대관령 목장에서 눈을 뒤집어쓴 채 칼바람을 맞고 있는 양떼들 모습, 2012년 기상사진전 정현숙씨 입상작. 기상청 제공
[과학과 내일] 사진이 있는 기상 이야기
때이른 추위가 닥친 지난주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서울에 첫눈이 내린 18일 새벽 5시30분께 기온은 영하 0.1도였지만 바람은 초속 7.4m나 돼 체감온도는 영하 4.9도에 이르렀다.
서울의 기온은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잔디밭 위에 설치된 백엽상 속 온도계로 측정한 값이어서 실제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거리가 있다. 기상청은 해마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48시간 체감온도지수를 3시간 간격으로 누리집(생활기상정보)에 발표한다.
기상청이 사용하고 있는 체감온도지수(WCTI)는 2001년 미국 기상청과 캐나다 기상서비스가 공동연구팀(JAG/TI)을 구성해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한 것이다. 체감온도지수는 1945년 미국의 탐험가 폴 사이플과 찰스 파셀이 바람에 의한 물의 냉각 효과를 계산해 발표한 것이 효시다. 이들은 남극에서 플라스틱 실린더에 10도인 물을 채워넣고 바람과 온도에 따라 물이 어는 시간을 5분 간격으로 밤에 측정해 지수 모델을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보다 냉각효과가 크게 계산돼 추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1971년에는 미국 섬유학자인 로버트 조지 스테드먼이 인체의 열평형 이론을 기초로 새 모델을 제시했다. 신체면적의 3%인 얼굴은 노출하고, 손발(12%)은 장갑으로, 몸(85%)은 옷으로 감쌌을 때 생기는 인체의 열생산량과 호흡·노출 등에 의한 열손실량이 같다는 열 평형이론을 토대로 온도·풍속에 따라 인체의 단위면적당 열손실량을 계산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계산이 복잡해 활용도가 떨어졌다.
미국-캐나다 공동연구팀 모델은 캐나다에서 자원자 12명을 대상으로 바람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풍동 안에서 얼굴의 온도와 열손실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코, 턱, 이마, 뺨에 붙이고 실험을 한 결과값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값이어서 현실적이고 특히 추위에 노출된 피부가 동상에 걸리는 시간을 제시해 군대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지수를 보면 노출된 피부는 체감온도가 영하 60도일 때 95%의 사람들이 2분 이내에 동상에 걸린다.
하지만 이 모델도 태양복사의 정도와 습도의 변화, 추위에 대한 개인의 차이 등이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실제로 18일 서울의 최대순간풍속은 오후 3시37분께 측정된 초속 15m였지만 그 시각 체감온도는 영하 2.8도로 기온 영하 1.4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인제대 연구팀이 우리나라 성인남녀 12명을 대상으로 이마, 턱과 양쪽 뺨에 센서를 붙이고 풍동실험을 한 결과를 보면, 미-캐나다 공동연구팀 모델이 기온이 낮은 경우에는 바람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기온이 낮지 않을 경우에는 반대로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인이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동양인에 비해 훨씬 더 춥게 느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험에서는 남성의 피부 온도가 여성보다 전체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이 추위에 더 민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오른쪽 뺨은 측정 온도가 가장 낮고, 왼쪽 뺨과는 차이가 3.3도에 이르렀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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