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손 혜성’이 지난달 28일(한국시각)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유럽우주청의 태양관측 인공위성 ‘소호’ 영상.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최근접 지점 지나다 고온에 소멸
‘21세기 가장 밝은 별’ 기대 무산
‘21세기 가장 밝은 별’ 기대 무산
21세기 들어 가장 빛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아이손 혜성’(C/2012 S1)이 태양에 근접한 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소멸했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2일 “지난달 29일(한국시각) 아이손 혜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태양의 고온과 중력을 이기지 못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아이손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발견한 혜성으로, 11월29일 새벽 3시48분께 태양 표면에서 불과 116만8000㎞ 떨어진 거리(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3배)를 통과하면서 이번 세기 들어 가장 빛나는 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한겨레> 10월2일치 27면) 천문연은 “혜성이 소멸하지 않았다면 이번달에는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손은 근일점을 통과하기 직전에 이미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분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미 핵을 잃어버린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밀랍(초)과 새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 태양열에 밀랍이 녹으면서 추락한 인물이다.
문홍규 천문연 우주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은 “얼음·먼지·암석 등으로 이뤄진 혜성은 형성 초기에 충돌하고 깨졌다 합쳐지는 과정을 반복해 빈틈이 많고 쉽게 부서지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아이손이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2800도의 고온과 지구 중력의 28배에 이르는 강력한 중력에 의해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9일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 유럽우주청(에사)이 공동 운영 중인 태양관측 인공위성 ‘소호’(SOHO)가 찍은 영상에는 아이손이 근일점을 통과한 직후 태양 너머로 부채꼴 모양의 꼬리를 남기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핵은 이미 소실된 뒤였다. 아이손이 태양을 지나간 뒤 나사의 태양우주망원경(SDO) 등 다른 관측기기들 영상에는 아무 흔적도 나타나지 않아 나사와 에사는 혜성이 소멸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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