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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 일정 촉박…‘내년말 권고안 마련’ 험로 예고

등록 2013-12-08 21:48수정 2013-12-09 16:52

지난달 2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주제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달 2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주제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핵폐기물 어디로

출범한 지 한달 넘게 지났는데
사무실 없고 상근위원도 없어
시민사회 2명은 출범날 “불참”

산업부 자문기구 ‘위상도 한계’
총리 산하 기구로 격상시켜야
* 공론화위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지난달 19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위원장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리집(http://사용후핵연료.한국)을 개설했다. 30일까지 열이틀 동안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긴 사람은 8명이다. 그나마 한두건 빼고는 누리집 개설 축하글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책을 국민적 논의를 통해 찾겠다는 위원회 목적에 비춰서는 다소 민망한 반응이다. 공론화위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인 공론화를 주관하는 기구다. 10월30일 출범 당일 시민사회단체 대표 2명이 편파적인 위원회 구성에 불만을 토로하며 불참을 선언하는 등 시작 과정부터 순탄치 않아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 태생적 한계 공론화위의 태동은 2007년 국가에너지위원회와 산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태스크포스(공론화TF)에서 시작됐다. 안면도·굴업도 사태 등 난항 끝에 중저준위 폐기물 문제를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해결하고 난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안을 공론화를 통해 마련하기로 하고 2008년 방사성폐기물관리법 개정과 함께 공론화티에프의 권고에 따라 2009년 8월 공론화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위촉되고 사무실까지 마련한 공론화위의 출범을 ‘공론화 논의 이전 전문가에 의한 관리대안 마련’이라는 궁색한 이유로 갑작스레 연기했다.

현재 공론화위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자문기구 성격을 지녔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보면 ‘공론화위원회는 권고안을 산업부 장관과 원자력진흥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사용후핵연료는 산업부만의 사안이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파이로프로세싱 등 재처리 관련 연구를 하고 있고 외교부는 이와 관련된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공론화위를 총리실 산하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 지식경제부(산업부 전신) 주도로 이뤄진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에서도 이 부분을 권고사항으로 제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 신뢰성이 ‘주춧돌’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공론화위는 논의의 시작점이라 할 신뢰성 측면에서도 흠결을 갖고 출발했다. 2008년 공론화티에프는 민주성·책임성·도덕성·진정성·독립성·숙의성·회귀성·투명성 등 8개의 공론화 원칙을 제시했다. 당시 티에프 위원으로 참여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애초 시민단체 등과의 합의를 깨고 공론화위 위원 중 지자체 추천 몫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려 일부 환경단체의 불참 선언을 초래했다.

최재홍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위원)는 “사용후핵연료처럼 중대한 사항은 해당 지역 주민의 의사결정만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론화의 모범사례로 꼽혀온 영국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CoRWM·크롬)도 원칙을 훼손하자 신뢰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만을 대상으로 공론화를 진행하기로 했던 크롬은 2006년 하반기 새로 구성된 2기 위원회에서 신규 원전 폐기물 관리까지 논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급기야 올해 1월 웨스트 컴브리아주 지역의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 부지 타당성 조사 참여 여부를 투표한 결과 부결됐다.

■ 풀어야 할 숙제들 위상과 신뢰성 등 한계점을 안고 출범한 공론화위가 산적한 쟁점들을 제한된 시한에 풀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산업부는 공론화위 설치와 지원에 관한 고시와 위원회 운영세칙을 11월18일에야 제정했다. 위원회는 아직 사무실도 마련되지 않았으며, 지원단도 구성중이다. 위원장을 비롯해 상근하는 위원은 없다. 내년말까지 권고안을 산업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 공론화위 일정에 비춰 느슨한 출발이다. 이런 상황은 ‘다수의 의견수렴이 아니라 논쟁과 의견 조정을 거쳐 최선의 정책을 생산한다’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공론화위 대변인 역할을 하는 조성경 위원(명지대 자연교양학과 교수)은 “현재 1월말까지 산업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는 공론화 추진계획을 만들고 있다. 1월 중에는 위원들 모두가 외국사례 조사를 위해 몇개 나라를 방문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만약 내년말까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원들의 의결로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 논의의 출발점이자 핵심 쟁점의 하나가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시점이다. 정부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마찬가지로 사용후핵연료의 포화시점도 몇차례 연기했다. 2004년 원자력위원회는 2016년부터 임시저장고가 포화된다고 했지만, 지난해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은 2025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임시저장고를 증설하거나 원전 안에 건식 중간저장 시설을 둘 경우 몇년까지 포화가 되니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논리부터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론화 대상에 신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할지도 쟁점이다. 미래의 사용후핵연료 양을 계산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원전 증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할 때 공론화위에서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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