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103년 만의 폭설이 내린 2010년 1월3일 경기 구리시 동구릉의 돌비석에 눈이 쌓여 있다. 김화숙씨가 이틀 뒤인 1월5일 찍은 것으로 2011년 기상사진전 입상작이다. 기상청 제공
[과학과 내일] 사진이 있는 기상 이야기
기상대나 기상관측소의 관측노장에는 가로와 세로가 각 50㎝가량 되는 하얀색 나무판이 놓여 있다. 쌓이는 눈을 관측하기 위한 적설판이다. 기상청 직원은 눈이 오면 세시간마다 한번씩 나가 적설판에 붙어 있는 자의 눈금을 읽는다. 적설량의 단위는 센티미터(㎝)이지만 소수점 한자리까지 측정한다. 적설판 절반 이상이 눈으로 덮여야 눈이 왔다고 한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세계기상기구 규범에는 세시간마다 관측한 값을 기록하도록 돼 있지만 눈이 많이 올 때는 한시간 단위로 측정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적설판은 3개다. 하나는 측정한 뒤에 바로 쓸어버린다. 두번째 판은 자정에 하루 한번 쓸고, 나머지는 계속 눈이 쌓이도록 놓아둔다. 적설량은 시간에 관계없이 쌓여 있는 눈의 깊이를 말한다. “몇시 현재 적설량 몇㎝”라고 할 때는 세번째 판에 쌓여 있는 눈의 깊이이다. 이 가운데 하루 중 가장 큰 값을 ‘일 최심적설’이라 한다. “전날 서울의 적설량은 몇㎝를 기록했다”고 할 때의 값이다. 어제부터 눈이 오기 시작했다면 어제 온 눈에 오늘 눈까지 더한 값이다. 중간에 녹거나 바람에 쓸려간 부분은 빠진다. 첫번째 판에서 세시간마다 측정한 값의 합과는 당연히 차이가 난다. “오늘 하루 올겨울 들어 가장 많은 몇㎝의 눈이 내렸다”고 할 때는 오늘 새로 쌓인 눈의 깊이 가운데 가장 큰 값을 말하며 ‘일 최심신적설’이라 한다. 두번째 판에서 잰 값이다.
최근에는 적설량을 측정하는 기기들이 개발돼 현장에 설치되고 있다. 일본은 1973년부터 자체 제작한 초음파식 적설계를 이용해 관측하고 있고, 미국도 2003년부터 시범 설치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일본산 초음파 적설계를 도입해 전국 70여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적설 측정 방식에는 초음파식, 레이저식, 무게식, 영상식 등이 있다. 초음파 적설계는 면적을 측정하는 방식이고 무인·산악 설치가 가능하지만 처음 눈이 올 때 눈의 종류에 따라 오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또 음속으로 측정되는 거리가 온도 1도에 따라 0.45㎝의 오차를 보인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레이저식은 옆에서 쬐어 눈의 깊이를 재기 때문에 눈이 쌓이는 것을 방해하지 않지만 한 점만을 관측하는 방식이어서 설치 위치나 풍속에 영향을 많이 받고 동물이 먹이로 오인해 훼손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건국대와 기상청이 공동 연구로 <대한지리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30년 기간별로 신적설량을 분석한 결과 1971~1980년에 비해 1971~2000년에 신적설량이 20% 정도 줄은 데 비해 겨울철 강수량의 감소 비율은 지역별로 2~6%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신적설량의 변화가 강수량의 감소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온의 변화, 곧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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