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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스키 잘 타려면 운동실력보다 과학실력?

등록 2013-12-11 16:22

태연과 엄마, 아빠는 지금 막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스키장에 도착했다. 기말고사 평균 80점을 넘으면 스키장에 데려가 주겠다는 아빠의 말에 난생처음 쌍코피가 터지도록 밤샘 공부를 거듭한 끝에 이룬 쾌거다! 새하얀 슬로프, 스키장 가득 울려 퍼지는 신나는 노랫소리, S자 턴을 하며 우아하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들,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소한 츄러스와 케밥의 냄새…. 태연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야호!! 평균 80점이 이토록 행복한 점수인 줄 정말 몰랐어요~.”

“딸아, 나도 네가 그토록 높은 점수를 쟁취할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구멍 난 생활비는 가슴 아프지만…, 암튼 신나게 놀아보렴~.”

“제가 공부는 못해도 운동신경은 짱이잖아요. 이깟 스키, 10분이면 마스터 한다니까요?”

“에이, 스키는 운동신경만 가지고는 잘 타기 힘든 운동이야. 과학 원리를 이해하면 훨씬 더 빠르게 스키를 배울 수 있지. 다칠 위험도 적어지고 말이야.”

“아빠, 여기까지 와서 또 공부타령이에요? 80점 아빠의 영광을 드렸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세요. 그건 욕심이에요, 그것도 과욕!”

“진짜야. 우선 마찰력을 이해해야 해. 왜냐, 스키가 눈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마찰력에 덕분이거든.

“아빠 정말 과학자 맞아요? 마찰력은 물체끼리 접촉할 때 서로의 운동을 방해하려는 힘이라고요. 평균 80점을 자랑하는 제가 그것도 모르겠어요? 운동을 방해하는 힘 덕분에 스키가 부드럽게 나간다니,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세요!”

“허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슬로프의 눈과 스키 바닥면이 마찰을 일으킬 때 생기는 마찰열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거든. 그 물 때문에 스키가 잘 미끄러질 수 있는 거란다. 스키를 탈 때 흔히 눈 위를 달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 위를 달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헛, 물 위를 달린다고요? 대박 신기해요!”

“또 빠른 속도감을 느끼려면 스키장의 온도가 섭씨 0도 정도인 게 가장 좋단다. 0도일 때 마찰계수는 0.04지만, 영하 3∼4도에서는 0.1로 계수가 올라가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서는 마찰계수가 0.2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스키를 탈 때 뻑뻑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거든. 반대로 기온이 너무 높아서 눈이 질퍽해져도 마찰계수가 올라가니까 스키의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사이에 타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지.”

“무조건 추워야 잘 달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그런데 아빠,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눈 분수는 뭐에요? 차에서 막 눈을 뿜어내요!”

“아, 제설기 말이구나. 직접 눈을 만들어 뿌리는 건 아니고 5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물방울을 분사하는 기계란다. 고압의 제설기에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낮은 압력의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가면 급속 팽창을 하는데, 이때 추운 날씨까지 겹쳐지면 결정핵을 만들게 되지. 여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눈이 탄생한단다. 단, 습도는 60% 이하, 기온은 영하 2~3도 이하일 때만 제설이 가능해요. 제설기가 없었다면 11월에 스키장이 개장할 수도, 실내 스키장이 생겨날 수도 없었을 거야.”

“뭐야, 그럼 스키는 눈이 아니라 물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잖아요. 눈은 물로 만든 인공설이고, 스키가 움직이는 것도 마찰열 때문에 생긴 물 덕분이라면서요.”

“하긴, 그렇게 되는구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키 과학 딱 하나만 더 알고 가자. 스키는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야. 경사면을 고속으로 쌩쌩 달려 내려오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거든. 물론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는 강습을 받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두면 좋겠지?”

“정말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어요?”

“그럼, 관성을 이용하면 된단다. 관성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정지하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는 성질을 뜻하지. 사람의 무게중심도 마찬가지야. 평지에 서 있을 때 사람의 무게중심은 배꼽 아래 약 2.5cm 지점에 위치하는데, 슬로프를 내려올 때도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한단다. 그런데 다리는 벌써 슬로프 아래로 쭉 내려가 버리거든. 그렇게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때문에 자꾸 뒤로 넘어지게 되는 거지. 그래서 슬로프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다리를 많이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상체는 숙여서 무게중심이 몸 앞쪽에 위치하도록 해야 해. 용감하게 몸을 슬로프 아래쪽으로 확 숙이는 거야. 알겠니?”

“슬로프 아래를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꼭 낭떠러지 같다고요. 그런데 몸을 앞으로 더 숙이라고요? 그걸 어떻게 해요, 난 못해!”

“그래서 용감한 자가 미인을… 아니 스키실력을 얻는다! 이런 말이 있는 거란다.”

“헐, 그건 또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래요. 암튼!! 지금부터 전 운동실력은 꽝이지만 과학 실력은 짱인 아빠의 시범 스킹을 관람하겠어요. 완벽한 자세 기대할게요. 자 고고씽~.”

태연,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아빠를 슬로프 아래로 살짝 밀어버린다. 얼마 못 가 관성에 따라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더니 다리가 앞으로 쭉 빠지면서 제대로 꽈당 넘어지는 아빠.

“아빠아! 그러니까 과학 실력을 현실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도 하셨어야죠! 스키를 글로만 배운 결과예요. 홍홍홍~.”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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