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방식으로 구축한 한국기계연구원의 파일럿 시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바닷물을 수돗물보다 싼값에 정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과학과 내일] ‘해수 담수화’기술 어디까지 왔나
현재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2025년이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학자들이 지구상 물의 97.4%를 차지하고 있는 바닷물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새로운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수담수화가 일차로 꼽히는 이유는 세계 인구의 42%가 해안가에서 100㎞ 이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71개의 대도시가 새로운 물 공급처가 없는 것으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42개 도시는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이미 많은 물 부족 국가에서는 해수담수화를 통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대부분의 물을 담수화에서 얻는다. 2012년 우리나라의 두산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준공하기도 했다. 해수담수화를 통한 물 공급은 내년쯤이면 하루 1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담수화시장은 해마다 55%의 급성장을 하고 있다. 내년 세계 시장 규모는 310억달러(37조원)로 예측된다.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짠 바닷물을 이용해 먹거나 생활용수를 만드는 방법으로 가장 쉬운 것은 끓여서 나온 수증기를 식혀 농축하는 것이다. 이른바 증발식으로, 중동을 중심으로 다단증발식(MSF)과 다단효용식(MED) 등이 주로 채택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준공한 것도 다단효용식이다. 하지만 증발식은 많은 에너지가 들고 탄소배출이 많다는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역삼투(RO) 방식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물 1㎥(1t)를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고유전력소비)가 다단증발식은 10~16㎾h, 다단효용식은 6~12㎾h가 드는 데 비해 역삼투 방식은 3~7㎾h밖에 들지 않는다.
역삼투 방식은 분리막(멤브레인)을 사용해 바닷물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해 해수 속의 염분을 제거하고 담수를 얻는 방법이다. 삼투압은 농도가 낮은 쪽의 물(용매)이 농도가 높은 쪽으로 자연히 옮겨가면서 생기는 압력을 뜻한다. 역삼투는 압력으로 삼투현상이 거꾸로 작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삼투라기보다 필터링에 가깝다. 근래 들어 세계 담수화 시설 가운데 50~60%가 역삼투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 역삼투 방식 용량은 2005년 하루 200만㎥에서 2008년 350만㎥로 늘었다. 에너지 소비도 1970년대 1㎥당 20㎾h이던 것이 에너지 회수설비와 효율적인 막 개발로 1.8~2.2㎾h/㎥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역삼투 방식 역시 적지 않은 에너지가 투여된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10년뒤 세계인구 3분의2 물부족
해안 100㎞내에 인류 42%가 거주
지구 물 97% 담긴 바다가 돌파구
내년쯤 하루 1억㎥ 물 공급 전망 기계연, 정·역삼투 혼합방식 개발
역삼투보다 효율 높고 비용 저렴
1톤에 1000원대까지 낮출 수 있어
수돗물보다 낮은 가격 실현 가능 최근 새롭게 등장한 정삼투(FO)-역삼투(RO)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방식은 역삼투식 단일공정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20% 이상 줄일 수 있어 세계 담수화 학계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최근 세계에서 두번째로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파일럿 실험에 성공했다. 하루 20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김유창 한국기계연구원 열공정극한기술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현재 담수화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역삼투 방식은 에너지 비용이 생산단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기계연의 기술을 적용하면 에너지를 15~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삼투는 삼투압 현상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바닷물은 표준적으로 3500ppm(1ℓ에 소금이 35g 녹아 있는 상태)의 염분 농도를 지니고 있다. 막을 사이에 두고 순수한 물을 담아놓으면 바닷물 쪽으로 물이 옮겨가면서 생기는 압력이 25~27바(bar) 정도 된다. 만약 염분이 뚫고 지나가지 못하는 막을 사이에 두고 소금물(바닷물)보다 농도가 짙은 용액(유도용액)을 넣어놓으면 거꾸로 바닷물에서 물이 유도용액 쪽으로 이동한다. 미국 예일대에서는 이 원리를 이용해 ‘탄화수소암모늄’(중탄산염 또는 암모늄바이카보네이트·NH₄HCO₃)을 유도용액으로 사용하는 정삼투 공정을 선보였다. 유도용액 쪽으로 물이 넘어온 뒤 8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탄화수소암모늄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기체로 분해되고 물만 남는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열을 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삼투 방식보다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화학공장이나 원자력발전소처럼 폐열원이 있는 곳이라면 효과적이겠지만 일반적인 해수담수화 공정으로는 적합지 않다.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방식은 정삼투 방식과 역삼투 방식을 혼합해 적은 에너지를 투여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순수한 물을 회수하는 차세대 담수화 기술이다. 우선 고농도 유도용액으로 삼투압 차만으로 바닷물에서 물과 소금(염분)을 분리하는 1차 정삼투 과정과 물로 희석된 유도용액에 압력을 가해 담수와 유도용질을 분리하는 2차 역삼투 과정으로 설계돼 있다.
바닷물의 염분은 소금의 원소인 소듐(Na·나트륨)과 염소(Cl) 이온이 90%를 차지하지만 이밖에도 마그네슘(Mg), 칼슘(Ca), 사산화황(SO₄), 탄산음이온(CO₃) 등도 포함돼 있다. 기계연은 정삼투 공정에 탄화수소암모늄 대신 황산마그네슘(MgSO₄)을 쓴다. 황산마그네슘은 물에 녹으면 소듐이나 염소 같은 1가 이온보다 크기가 큰 2가 이온이 돼 막을 통과할 가능성이 작을뿐더러, 탄산이나 칼슘과 달리 관을 부식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정삼투 막에서는 염분 제거가 99% 정도 된다. 정삼투 공정을 거치고 나면 3500ppm의 바닷물 염분 농도가 300~500ppm으로 떨어진다. 희석된 유도용액에 압력을 가해 염분제거율(배제율)이 99.8~99.9%에 이르는 역삼투막을 통과하고 나면 100~200ppm 정도의 맑은 물이 생산된다. 김유창 선임연구원은 “정삼투-역삼투 혼합 방식이 단지 염분의 농도를 떨어뜨리는 데만 장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담수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발암물질인 보론이 남는다는 것인데, 정삼투-역삼투 혼합 방식을 쓰면 보론 성분이 거의 제거돼 먹는물 수준으로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방식은 영국 회사인 모던워터가 2009~2010년께 개발한 것으로, 전체 공정은 공개하지 않은 채 두 가지 방식을 혼합했다는 발표만 해 관련 학계와 산업계의 궁금증을 일으켜왔다. 모던워터는 현재 오만에서 기존 담수화 플랜트 한쪽에 결합한 테스트 베드 형태로 하루 100t의 물을 생산하고 있다.
기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원천연구개발사업으로 2009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년 동안 ‘정삼투식 담수공정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해오고 있다. 연구팀은 모던워터가 유도용액을 사용해 공정을 설계한 것으로 보고 유도용액과 분리막 개발에 연구의 초점을 맞춰왔다. 정삼투 공정에서 성공의 관건은 분리막의 성능이다. 기계연 사업에서 분리막 개발 분야를 맡은 웅진케미칼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삼투 공정용 막을 개발해온 미국 에이치티아이(HTI) 제품의 염제거율보다 2배 이상 효율이 높은 막을 개발해낸 것이 이번 연구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수돗물 1t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나라에 따라 0.93~2.9달러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달러 수준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시설투자비와 운영비용 등을 정밀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기존 역삼투 방식의 생산비가 1t당 1200~1300원대로 수돗물과 비슷한 데 비해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방식은 이를 1000원대까지 낮출 수 있어 해수담수화 보급의 가장 큰 장벽인 생산단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기술은 10건의 특허가 국내외에 출원·등록됐으며, 연구 결과는 수처리 환경분야 국제저널인 <환경과학기술>(인바이런멘털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시설 작동 원리
해안 100㎞내에 인류 42%가 거주
지구 물 97% 담긴 바다가 돌파구
내년쯤 하루 1억㎥ 물 공급 전망 기계연, 정·역삼투 혼합방식 개발
역삼투보다 효율 높고 비용 저렴
1톤에 1000원대까지 낮출 수 있어
수돗물보다 낮은 가격 실현 가능 최근 새롭게 등장한 정삼투(FO)-역삼투(RO)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방식은 역삼투식 단일공정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20% 이상 줄일 수 있어 세계 담수화 학계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최근 세계에서 두번째로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파일럿 실험에 성공했다. 하루 20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김유창 한국기계연구원 열공정극한기술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현재 담수화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역삼투 방식은 에너지 비용이 생산단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기계연의 기술을 적용하면 에너지를 15~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삼투는 삼투압 현상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바닷물은 표준적으로 3500ppm(1ℓ에 소금이 35g 녹아 있는 상태)의 염분 농도를 지니고 있다. 막을 사이에 두고 순수한 물을 담아놓으면 바닷물 쪽으로 물이 옮겨가면서 생기는 압력이 25~27바(bar) 정도 된다. 만약 염분이 뚫고 지나가지 못하는 막을 사이에 두고 소금물(바닷물)보다 농도가 짙은 용액(유도용액)을 넣어놓으면 거꾸로 바닷물에서 물이 유도용액 쪽으로 이동한다. 미국 예일대에서는 이 원리를 이용해 ‘탄화수소암모늄’(중탄산염 또는 암모늄바이카보네이트·NH₄HCO₃)을 유도용액으로 사용하는 정삼투 공정을 선보였다. 유도용액 쪽으로 물이 넘어온 뒤 8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탄화수소암모늄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기체로 분해되고 물만 남는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열을 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삼투 방식보다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화학공장이나 원자력발전소처럼 폐열원이 있는 곳이라면 효과적이겠지만 일반적인 해수담수화 공정으로는 적합지 않다.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방식은 정삼투 방식과 역삼투 방식을 혼합해 적은 에너지를 투여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순수한 물을 회수하는 차세대 담수화 기술이다. 우선 고농도 유도용액으로 삼투압 차만으로 바닷물에서 물과 소금(염분)을 분리하는 1차 정삼투 과정과 물로 희석된 유도용액에 압력을 가해 담수와 유도용질을 분리하는 2차 역삼투 과정으로 설계돼 있다.
김유창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하루 20t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는 정삼투-역삼투 하이브리드 해수담수화 시설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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