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소용돌이(폴라 보텍스)의 주기적 변화인 북극진동이 강해지면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진은 경남 합천의 밭에 고였던 물이 강한 바람에 흩날려 깻대에 얼어붙은 모습, 노주현씨의 2011년 기상사진전 최우수상 작품이다. 기상청 제공
[과학과 내일] 사진이 있는 기상 이야기
최근 103년 만에 나이아가라폭포를 얼게 만든 북미지역 혹한의 원인으로 ‘극 소용돌이’(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지목되고 있다. 이 용어가 언론에 처음 쓰인 것은 1853년 영국에서 발간되던 주간잡지 <리텔스 리빙 에이지>에서다. ‘크리스마스캐럴’ 작가인 찰스 디킨스가 발행한 잡지 <하우스홀드 워즈>(잘 알려진 속담)에서 옮겨 실은 ‘에어맵스’라는 글에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향신문> 1977년 1월6일치에 ‘여적’(餘滴)이라는 무기명 칼럼에 처음 등장했다. 필자는 칼럼에서 영하 15도 이하의 한파가 보름 동안 지속된 원인이 ‘폴라 보텍스’ 때문이라며 “북극지방의 한랭한 공기 입자의 소용돌이가 형성한 극와동(極渦動) 현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극 소용돌이라는 용어는 사실 새롭지 않다. 2010년 1월4일 74년 만의 서울 폭설, 그해 말부터 2011년 1월 말까지 이어진 39일간의 혹한, 2012~2013년 겨울의 대설 원인을 진단할 때 기상청이 약방의 감초처럼 내놓은 것이 ‘북극진동지수’(AOI)이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를 지수화한 것이 북극진동지수로, 1998년 미국 워싱턴대의 존 마이클 월리스 교수와 그의 제자 데이비드 톰슨이 개발했다. 북극진동지수는 북반구 북위 60도 이상의 고위도 해면기압과 중위도 해면기압을 측정해 차이를 계산한 것으로 마이너스(-) 5에서 플러스(+) 5 사이의 값으로 표현된다.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 고온 상태가 되면 중위도 지방의 기압은 낮고 북극의 기압은 높은 상태가 돼 북극진동지수는 음의 값을 가지게 된다. 지수가 낮으면 북극진동이 강해진 것이고, 북극의 한기 덩어리를 감싸고 회전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직접 내려와 한파가 발생하게 된다. 공주대 연구팀이 1979~2004년의 북극진동과 한반도 겨울 한파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한국지구과학회에 보고한 연구 결과를 보면, 북극진동이 강할 때 곧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일 때 한파 발생 횟수가 약할 때(양의 값)보다 14.3%가 더 발생했다. 북극진동지수는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기후예측센터(CPC) 누리집(www.cpc.ncep.noaa.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북미 한파의 분석 과정에 북극진동이 언급되지 않는 것은 북극진동지수 음의 값이 혹한을 설명할 만큼 크지 않았던데다 월평균으로는 양의 상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상청도 북극의 찬 공기 소용돌이가 잠시 길을 잃고 캐나다와 미국 쪽으로 내려왔다는 해석만을 내놓고 있다. 미 기후예측센터의 예상으로는 올해 2월까지 북극진동은 양의 값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한반도 등 동아시아지역에 큰 한파가 닥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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