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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미세먼지는 멀고, 오염된 실내공기는 가깝다

등록 2014-02-04 20:02

미래창조과학부 실내공기청정융합연구단의 배귀남 단장(맨 오른쪽)이 연구원들에게 ‘항균필터 제조장치’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미래창조과학부 실내공기청정융합연구단의 배귀남 단장(맨 오른쪽)이 연구원들에게 ‘항균필터 제조장치’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과학과 내일] 미래부 실내공기청정융합연구단
중국발 미세먼지가 시도 때도 없이 급습하면서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사무실과 집, 자동차 등 실내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지낸다. 통계청이 3만16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4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4시간 중 집에서 59.3%, 직장·학교 등 실내에서 28.3%, 대중교통이나 자동차 등에서 7.2%를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은 5.2%에 불과했다. 통계청의 ‘2009 생활시간조사’ 때보다는 운동 시간이 다소 늘었지만 헬스 등 실내운동이 크게 늘고 이동 시간과 토요일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보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더 늘어난 셈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2001년 인간행동패턴조사 연구에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86.9%(집 안 68.7%, 직장 5.4%, 술집·식당 1.8%, 기타 11%)를 실내환경에서 생활하고, 차량에서 5.5%, 실외에서 7.6%를 지내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실내공기에는 실외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 외에도 건축자재, 가구, 전기·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포름알데히드(HCHO), 석면, 라돈, 미생물 등 갖가지 해로운 물질이 들어 있어 건강에는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 실내공기 오염에 의한 사망이 연간 2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실내공기 오염에 의한 천식·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으로는 국내 천식환자가 2005년 220만5000명에서 2009년 231만9000명으로 연평균 1.3%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외의 공기 질만큼이나 실내공기 정화가 중요한 이유다. 미래창조과학부 실내공기청정융합연구단의 배귀남 단장(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내공기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기청정, 공기감염, 표면오염, 습도제어, 환기, 공기질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형 실내공간 에코청정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내공기청정연구단은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11개 신기술융합형 성장동력사업단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올해 6월까지 연구활동을 한다.

우선 집 안의 미세먼지를 잡는 일은 한계가 있다. 방 안을 헤파(HEPA) 같은 값비싼 고성능필터를 써서 반도체공장 클린룸처럼 꾸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 단장은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일은 할 일은 많은데 적당히 해서도, 하나만 잘해서도 표가 안 나는 가정주부 일과 똑같다. 적당한 성능의 필터를 쓰면서 에너지 손실을 적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이 개발한 것은 필터에 전기를 띠게 해 먼지를 잡는 정전필터다. 기존 정전필터는 초기에 효율이 좋다 금방 효력이 떨어지지만 연구팀은 정전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최근에는 대전에 있는 나노분말 제조업체에서 의뢰가 들어와 이번달 시제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실내공기 가운데 정화 대상 2호는 이산화탄소(CO₂)다. 실내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졸음이 오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인체활동에 지장을 준다. 1000ppm 정도가 한계치로 실내공기의 질을 점검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이산화탄소 제거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대다수 고농도에 대한 연구여서 실내처럼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덜 개발돼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생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단은 제올라이트 계열과 수산화물 계열의 흡착제를 하이브리드 타입으로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10분의 1로 줄이는 데 1시간 걸리던 것을 10~20분 만에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단에서 이산화탄소 흡착제 개발 과제를 맡고 있는 조영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에코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제올라이트 가격이 비싸고 열을 가해 이산화탄소를 떼어내는 재생 에너지 비용도 만만치 않아 주로 탄산칼륨 계통의 수산화물을 위주로 하고 제올라이트는 보조용으로 쓰고 있다. 최근 한 자동차회사에서 공조기에 쓸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루 중 70~80%가 실내 생활
바깥 먼지보다 집안 공기 더 위험
먼지, 탄소, 미생물 제거가 관건  

자생식물 이용 필터·검출장치 개발
공기 오염물질 흡수 자재 만들어
2차감염 확산방지 위한 설계도 연구

실내공기에는 다양한 박테리아, 곰팡이 등이 수십에서 수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 크기의 물방울이나 먼지 등에 붙어 떠다닐 수 있다. 악명 높은 것으로는 탄저병을 일으키는 바실루스 안트라시스(탄저균)와 결핵균이 있다. 이밖에도 연쇄상구균, 슈도모나스, 레지오넬라, 포도상구균 등이 공기감염균으로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미생물은 몇 마리만 감염이 되더라도 쉽게 증식돼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검출하고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생물은 필터로 잡아내도 다시 번식하여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생물을 얼마나 빨리 검출·분석해내느냐다. 기존의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출법은 한번에 한가지만 찾아낼 수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규열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은 여러 미생물의 특이적인 디엔에이(DNA)를 동시에 증폭(MLPA)하고 어떤 미생물의 디엔에이인지 즉각 알아내는 기술(CE-SSCP)을 보유하고 있다. 정 교수팀은 연구단에서 실내 유해미생물 정밀감지장치 개발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해 10~30종의 미생물을 동시에 정확하게 분석하고 실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실제 병원 중환자실 등에서 공기 중 부유 미생물을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일반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공기 중 미생물을 걸러낼뿐더러 멸균하는 필터도 개발했다. 미생물을 걸러낸 필터를 닫힌 공간인 실내에서 오존이나 자외선으로 소독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필터 자체에 멸균 성능을 부착하는 방법을 썼다. 연구팀은 천연 자생식물에 주목했다. 이미 항균 성분이 알려진 고삼 외에도 일월비비추 등 자생식물 5종에서 추출한 항균 성분을 기존에 확보한 나노구조체 제작 기술로 필터 표면에 부착했다. 그동안 단일공정·복합공정 등 10개의 특허를 확보하고 항균 지속성도 4개월에서 10개월로 늘리는 등 기술의 발전이 있어 최근에는 공기청정기 창업벤처에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개발한 항균필터인 효소필터는 헤파필터보다 2배가량 비싸 국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연구단은 천연항균필터가 헤파필터보다 20~30% 정도만 비싸다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단은 실내공기 정화와 관련해 이밖에도 휘발성유기화합물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을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흡착하는 건축자재, 온도계처럼 이산화탄소나 산화질소(NOx) 등의 농도를 측정하는 공기질 측정 센서, 실내공기를 배출하거나 외부공기를 흡입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열 손실을 줄이고 열을 회수하는 전열교환장치 등을 개발하고 있다. 배귀남 단장은 “사스와 신종플루 사태 뒤 병원마다 격리실을 확보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실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을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질병 발생 전 예방적 차원에서 공학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보건복지부나 환경부 등에서 소관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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