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복 속에서 꿋꿋하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연구 현장에는 열정이 있다. 1 사진 부문 대상작 ‘과학에 대한 열정 1040℃’(김종선·김선준, 카이스트). 아래 입선작 사진들은 2 ‘연구실 밤샘용 간이 스피커’(김태현, 카이스트) 3 ‘가내수공업’(백시은, 건국대) 4 ‘날 따라 해봐요’(김범기, 카이스트) 5 ‘에필로그’(이민규·위성훈·전성수, 아주대) ‘과학 하는 삶 공모전’ 제공
[사이언스 온] ‘과학 하는 삶’ 사진·동영상 공모전
드높은 가치 생산하는 현장
그러나 막상 들여다본 일상은
넉넉하지도 멋있지도 않았다
널브러진 재료, 반복되는 실험
그래도 꿋꿋이 한걸음씩 딛는다
“영혼 없는 공부는 하지 맙시다”
“과학자 여러분! 포기하지 맙시다”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들
드높은 가치 생산하는 현장
그러나 막상 들여다본 일상은
넉넉하지도 멋있지도 않았다
널브러진 재료, 반복되는 실험
그래도 꿋꿋이 한걸음씩 딛는다
“영혼 없는 공부는 하지 맙시다”
“과학자 여러분! 포기하지 맙시다”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들
“꿈의 소재인 그래핀 제작을 위해 한밤중에도 환한 불을 밝히고 있는 반응기의 온도는 섭씨 1040도. 지금 당신의 삶 속 과학에 대한 열정은 몇 도입니까?”
어두운 실험실에서 마스크와 보안경을 쓰고 포즈를 취한 카이스트 대학원생이 물었다.(사진<278A>) “제가 생각하는 과학은 어… 제 밥벌이고요.” 학교 식당 앞을 지나가던 다른 대학원생이 말했다. 열정과 밥벌이,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의 우리 연구팀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말부터 연구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과학 하는 삶’을 보여달라고 청하는 사진·동영상 공모전을 열었다. 학교와 연구소와 회사에서 일하는 여러 연구자들이 ‘과학 하는 사람’의 희열과 좌절과 고민을 전해주었다. 신문·방송의 과학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그들의 또렷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어폰 주위에 에이4 종이를 고깔 모양으로 감아 간이 스피커
‘가내수공업’이라는 제목의 사진에서 건국대 연구원은 탁자 위에 여러 색깔 통을 수십 개 쌓아 놓고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실험용 ‘팁’을
하나하나 꽂았다.
‘에필로그’라는 제목의 사진은 실험실 싱크대에서 비커 안을 기다란 솔로 씻어내는 장면을 흑백으로 담았다.
고무장갑을 낀 손이 수많은 실험의 끝은 논문이 아니라 설거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짓은 좀 하지 맙시다.”
“우리 개인의 욕심을 위한 연구는 하지 맙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자 여러분 우리 포기하지 맙시다.” 우리가 만난 과학자들 모두가 노벨상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한 여학생이 “저는 프라이드가 있거든요, 우리는 과학 하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했을 때 그것으로 충분하겠다 싶기도 했다. “공학자는 지금 시대에서는 노예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 사회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누구나 그렇듯이 과학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생각과 처지를 말하고 싶어하고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우리는 과학지식의 심오함을 칭송하거나 경제효과를 독촉하면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학자의 삶에 무관심할 수 없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뻔한 말을 새삼스레 떠올린다. “왜 과학을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간결해서 아름다웠다. “저는 거기서 자유를 발견했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두서없이 길어서 찡했다. “딱히 정해진 게 없고 진짜 제가 하고 싶어서, 그냥 이유가 없고 그냥 진짜 뭐 왜 하는지라고 이유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네 그냥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거고요.”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사람에게 까닭 없는 기쁨을 주는 과학,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학, 그런 오래된 과학을 하려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 더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과학문화실험실 대전’ 페이스북(www.facebook.com/scienceculturedj)과 온라인 사이언스온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