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윌래밋 운석의 모습. 운석 표면에 깊게 파인 곳이 있는데, 아이가 들어갈 정도로 크다.
[사이언스 온] 운석사냥꾼과 우주생물학
지난 3월 경남 진주에서 잇달아 발견된 운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마침 종영한 텔레비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낭만적 환상과 운석의 금전적 가치에 대한 선정적인 언론 보도까지 겹치며, 운석에 대한 관심이 유달랐던 한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한반도에 떨어진 것으로 공식 기록된 운석은 4점뿐인데다, 그나마 소재가 파악된 것은 1943년 11월23일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발견된 운석 1점(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보관 중)뿐이라니 호들갑을 떨 만도 하겠다. 이번 진주에서는 모두 4개의 운석이 발견됐는데, 금속 함량이 비슷해 모두 지난 3월9일 관측된 유성(별똥별)에서 유래했다고 여겨진다.
운석은 그 희소성 때문에 과거 왕가나 돈 많은 자산가의 주요한 수집물이었다. 운석 표본은 자연사 연구의 가치가 인정되면서 자연사박물관의 전시물로 대부분 기증돼 왔다. 물론 일부 운석은 개인 소장품으로 판매된다. 그 수요가 높아 2007년엔 세계 최초로 운석만을 거래하는 경매가 생겼을 정도이다.
값비싼 운석 찾는 운석사냥꾼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석을 전문으로 채취하는 ‘운석사냥꾼’이라는 직업도 생겼다. 이들 중에는 막대기에 자석 하나 붙인 간단한 탐지 도구를 갖춘 아마추어도 있지만, 금속탐지기나 지중레이더 같은 전문 장비를 갖춘 프로도 있다. 운석이 땅에 떨어지는 데 국경을 가리지 않듯이, 운석사냥꾼도 운석이 있다면 먼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계를 통틀어 20여명 남짓한다는 전업 운석사냥꾼 중 한명인 미국 애리조나의 마이클 파머(40)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한 인터뷰에서 70개국을 돌아다녔다고 자랑한다.
이들은 자연사 자료 수집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운석의 금전적 가치를 좇는 운석사냥꾼에 보내는 눈길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이들이 불법으로 운석을 채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하는 중이다. 운석을 주인 없는 물건으로 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대부분 주는 운석 소유권이 운석이 발견된 땅의 주인한테 있다고 일찌감치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더러 일어나곤 한다.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는 ‘윌래밋’이라는 유명한 운석이 전시되고 있다. 철과 니켈 금속으로 이뤄진 이 운석은 북미에서 발견된 가장 큰 운석이다. 이 운석을 보러 해마다 4000만명이 박물관을 찾는다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운석은 오리건주의 윌래밋 계곡에서 발견됐다. 이미 인디언 부족들 사이에서 신성한 돌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것이 우주에서 온 운석이라고 처음 생각한 이는 근처에 살던 엘리스 휴스라는 사람이었다.
운석의 금전적 가치를 알아본 그는 운석으로 큰돈을 벌려고 했지만 불행히도 운석이 놓인 땅은 오리건철강회사 소유였다. 고심 끝에 몰래 이 운석을 자기 땅으로 옮기기로 하고, 장장 90일 동안 땀을 흘리며 조금씩 운석을 밀어 자기 땅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불법 행위는 곧 발각되어, 오리건철강회사와 휴스 사이에 소유권을 놓고 법정 소송이 벌어졌다. 1905년 법원은 결국 철강회사 쪽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 운석은 그해 한 재력가에게 팔렸다. 이 재력가는 운석을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주에서 지상으로 온 운석
그 안에 생물의 씨앗 담겼나
생명 우주기원설 놓고 논란
생물 살 수 있는 조건 찾아
극한환경 생존 생물도 연구
‘놀라운 증거’ 찾아낼 때까진
지구는 여전히 특별한 행성이다 운석의 생물 흔적 사실인가 논란 사실 운석이라고 하면 생물학을 하는 내게는 그저 희귀한 돌일 뿐이다. 이런 무관심을 일깨우려는 듯, 간혹 운석에서 생명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구 생물의 기원과 관련해 운석이 지구에다 생명의 씨앗을 전해주었다는 가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것은 이미 수십년 전이다. 이 가설은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설명일 뿐,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운석을 첨단 과학장비로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생명의 우주기원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1월 <우주생물학>이라는 신생 과학저널에는 화성에서 온 것으로 알려진 ‘야마토 운석’을 분석해보니 암석 결 사이에서 미세한 공 모양의 형태와 구조가 발견되고 이는 생명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미 비슷한 연구가 1996년, 2011년, 2013년에도 있던 터라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다. 오히려 운석에서 발견했다는 생물의 증거에 대한 반박과 연구방법에 대한 논란이 잇따랐고, 그 여파로 이 분야의 연구가 비약과 오류로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뒤이었다. 심지어 식물의 씨앗이 발견됐다는 ‘오르괴유 운석’도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연구들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오히려 인기가 상승한 학문도 있다. 바로 우주생물학이다.
우주생물학에는 우주와 생물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단어의 조합이 주는 신비감이 있다. 우주생물학이라 하면 먼저 ‘이티’(E.T)를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외계생물의 존재를 찾는 ‘외계생물학’이 실제 우주생물학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우주생물학의 핵심 분야는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밝히는 것이다.
우주 공간에도 생존, 극한 환경 생물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우주생물학자 다수는 지구 생물을 연구한다. 영화 <그래비티>를 보면, 지구를 조금만 벗어나도 우주 공간은 생물에 적대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지구에도 생물에 큰 도전을 던지는 극한 환경이 있다. 이런 공간에 적응한 생물은 자연사 연구에서도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자연사 연구자들이 폭염의 사막이나 빛 한 점 없는 심해를 탐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생물학자들도 생물의 적응력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한다. 생물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 생물이 산다면, 우주에도 생물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우주생물학자들은 지구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을 연구하고 실제로 미생물 중에는 극한 환경에서 버젓이 사는 녀석들이 더러 있다.
지난 2010년 생물 구성의 필수 성분인 인(P) 대신에 독성물질인 비소(As)를 이용하는 박테리아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해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미국 항공우주국)도 그런 생물을 찾는 우주생물학자였다. 이 연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큰 의심을 받았고 이후에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2012년 다른 연구실에서 반복 실험을 통해 적어도 비소가 디엔에이의 일부 재료로 이용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일부 우주생물학자들은 지구에서 강한 생존력을 보이는 생물이 우주 공간에서도 버티는지 실험하기도 한다. 2008년에는 맨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곰벌레’가 10일 동안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생존한다는 놀라운 ‘생존담’의 결과가 발표됐다. 지의류나 박테리아가 우주에서도 생존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으나 우주 진공을 맨몸으로 버틴 동물은 지금까지 곰벌레가 유일하다. 하지만 지의류나 박테리아와 달리 곰벌레는 태양광 자외선이 있는 환경에선 대부분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들은 우주에서 생물이 산다는 게 얼마나 큰 도전인지 웅변하고 있다.
우주생물학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학문이다. 아직 ‘놀라운 주장에 걸맞은 놀라운 증거’를 내놓지는 못하지만 우주생물학은 끊임없이 물을 것이다.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뿐인가?” 우주 공간에서 떠도는 유성은 운석이 되어 여기에 답하는지도 모른다. 우주생물학이 끝내 외계 생물을 발견할 때까지 지구는 여전히 특별한 행성으로 남을 것 같다.
손재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연구원
※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실린 글을 필자가 줄이고 다듬어 다시 썼습니다.
인(P) 대신에 독성물질인 비소(As)를 써서 디엔에이를 구성하는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했다며 2010년 미국 항공우주국 연구팀이 제시한 ‘박테리아 ‘GFAJ-1’.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결국에는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안에 생물의 씨앗 담겼나
생명 우주기원설 놓고 논란
생물 살 수 있는 조건 찾아
극한환경 생존 생물도 연구
‘놀라운 증거’ 찾아낼 때까진
지구는 여전히 특별한 행성이다 운석의 생물 흔적 사실인가 논란 사실 운석이라고 하면 생물학을 하는 내게는 그저 희귀한 돌일 뿐이다. 이런 무관심을 일깨우려는 듯, 간혹 운석에서 생명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구 생물의 기원과 관련해 운석이 지구에다 생명의 씨앗을 전해주었다는 가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것은 이미 수십년 전이다. 이 가설은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설명일 뿐,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운석을 첨단 과학장비로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생명의 우주기원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1월 <우주생물학>이라는 신생 과학저널에는 화성에서 온 것으로 알려진 ‘야마토 운석’을 분석해보니 암석 결 사이에서 미세한 공 모양의 형태와 구조가 발견되고 이는 생명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곰벌레 일종의 전자현미경 사진. 귀엽게 보이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생존력이 강한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이언스> 제공
지난 3월 경남 진주에서 잇따라 발견돼 화제가 된 운석들 중 하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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