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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자연에, 인간사에, 문득 드러나는 유사성

등록 2014-06-03 19:07수정 2014-06-03 20:37

3차원 공간의 공이 투영돼 2차원 바닥에 영향을 끼치는 가상 상황을 표현한 그림. 서로 다른 차원 이론들의 대응원리는 물리학의 연구주제 중 하나다.
3차원 공간의 공이 투영돼 2차원 바닥에 영향을 끼치는 가상 상황을 표현한 그림. 서로 다른 차원 이론들의 대응원리는 물리학의 연구주제 중 하나다.
살며 연구하며
누구나 자신에게 벌어지는 사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뒤 듣는 노래 가사는 전부 자신의 이야기인양 생각하거나, 사이좋은 친구끼리 우리는 유난히 잘 맞는다고 느끼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학생 시절, 서울 명동 거리를 걷다가 옷가게에서 예쁜 하얀색 티셔츠를 보았다. 오른 팔에 ‘피아르엘(PRL)’이라는 영어 대문자가 쓰여 있었는데, 물리학 분야에서 <네이처>나 <사이언스>만큼 이름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의 약칭도 PRL인지라 “하다하다 이젠 학술지 관련 상품도 출시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세히 보니 ‘폴로 랄프 로렌’ 매장이었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이렇듯 우리는 세상의 많은 사건들에 자신을 투영해 어떤 유사성을 발견하고는 이에 공감하고 반대한다. 이런 유사성은 상상력의 빈곤 때문일까? 아니면 근본적으로 세상은 원래 단순하기 때문일까?

수학·물리학의 발전도 어떤 체계 안에서 유사성을 찾거나 물리적 대상들의 관계를 새로 발견하는 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두 체계나 이론에서 유의미한 대응이 이뤄질 때가 있다. 이를 영어로 듀얼리티(duality), 우리말로 이중성(또는 쌍대성)이라 표현한다. 대응 원리를 이해한 뒤에야 처음 생각만큼 신기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전에는 표면에 드러난 일치를 관찰하며 어떤 경이마저 느끼곤 한다.

물리학 역사를 보더라도 위대한 발견은 새로운 이중성을 찾음으로써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19세기 전기와 자기의 관련성은 고전 전자기학의 완전한 이해를 가져다주었고, 20세기 초 입자와 파동 간의 이중성은 양자역학의 탄생을 이끌었다. 최근엔 서로 다른 차원의 두 이론의 홀로그래피 이중성(그림)이 초끈 이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듯 물리학자라면 새로운 이중성을 주창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물리학을 열거나 원래 구별되던 두 이론이나 물리 현상을 통일해 한 단계 진보한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때때로 논문을 읽거나 계산을 하다 보면 많은 순간에 대학 학부생 때 배운 지식이 유용한 구실을 해주어 감탄하곤 한다. 이는 학부 지식이 그만큼 두루 적용할 만한 기초 지식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최신 이론에도 기본 원리나 수학 구조는 학부 시절에 배운 내용과 유사성을 지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연은 깊이 파고들수록 생각보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처럼 ‘신의 마음’을 읽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사람의 이중성이라면 안 되겠지만 물리학에서 이중성은 자연을 깊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세상살이에서도 우리가 찾아내는 다양한 공감, 그리고 깨알 같은 인연과 연관들은 삶을풍요롭게 한다.

김민규 헝가리 위그너물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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