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험실의 세미나가 열리는 회의실의 책상에는 언제나 그날치 일간 신문과 과학 신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주요 지면을 가장 자주 장식한 것은 ‘스태프(STAP) 세포’에 관한 기사들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던 1월 마지막 수요일의 세미나실, 주목할 만한 논문을 소개하던 일본인 연구교수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애써 담담하게 오보카타의 논문을 화면에 띄워 소개하기 시작했다. 노벨상의 영광을 일본에 안겨준 역분화 줄기세포(iPS)의 성과를 뛰어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고, 열의에 찬 몇몇 학생은 당장 재현 실험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며, 비슷한 주제의 연구를 하고 있던 연구원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논문의 사진과 데이터를 자세히 살피는 순서가 끝났을 때, 의심 많고 예리하다고 소문난 지도교수와 몇몇 연구교수의 결론은 뜻밖에도 ‘좀 지켜봐야 한다’였다. 정말 대단한 발견이지만 제시된 자료에 허점이 있는 것 같고, 허황된 결과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려고 터무니없이 많은 실험을 수행했다는 지적이었다.
우리 실험실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그날 이후의 스태프 세포와 오보카타 연구원에 대한 일본과 세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에서는 연일 스태프 세포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고, 사람들은 ‘더 좋은 실험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는 오보카타를 영웅처럼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재현 실험을 시도하던 젊은 연구자 일부는 오보카타 논문과 같은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없자 논문의 문제를 지적하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나 큰 사안이라 한동안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이제 논문의 오류가 확인되면서, 1월 세미나에서 ‘따져묻기’에 충실했던 또 다른 일본 연구자의 모습은 인상적인 기억이 되었다.
오보카타 논문 취소는 일본에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연구자 사회에선 연구 결과 발표를 준비하며 사진을 잘못 싣거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쓸 경우를 가리켜 ‘오보짓 한다’ ‘오보○○’ 같은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세기의 연구’가 결국 백지화하면서, 이제 이런 코미디 같은 장면을 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김연주 일본 오사카대학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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