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별
외계인은 존재하는가-(하)
외계인은 존재하는가-(하)
1995년 영국인 영화제작자 레이 산틸리가 로즈웰 사건 당시 외계인 사체를 부검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공개한 필름. 미국 공군은 97년 로즈웰 사건에 대한 최종조사보고서를 통해 소련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탐지 목적으로 띄운 기상관측 기구에 탑재한 인체모형이라고 발표했지만 진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주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 장착된 금속판에 그려진 그림. 어디선가 이 우주선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외계인들에게 지구와 인류를 설명하는 그림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등에 의해 고안된 그림으로, 왼쪽 위는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수소 원자의 개념도이고, 오른쪽에는 현재 인류의 모습인 남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남자가 우호의 표시로 손을 들고 있는데 이를 외계인이 반갑다는 뜻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원래는 남녀가 손을 잡는 모습을 그렸는데 혹시 외계인이 지구인을 남녀가 한데 붙어 있는 모습이라고 상상할까봐 다시 떨어뜨렸다는 설이 있다. 가운데에는 파이어니어호의 모습이 그려져 인간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왼쪽의 방사선들은 은하계 중심과 지구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고, 그 아래쪽에는 이 우주선이 태양계의 3번째 행성인 지구로부터 목성과 토성 사이를 지나 우주로 날아갔다는 뜻의 그림이 그려졌다. 나사 제공
항성간 여행 하기엔 턱없다
우주의 이 엄청난 크기가
외계문명 증명하는 동시에
그들과의 만남을 방해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공간 왜곡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워프 드라이브
우주여행이 가능한 순간
그들은 모습을 드러낼지도 SETI, 외계신호를 잡아라 따라서 현재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목성, 토성 등 외행성계를 향하는 무인탐사선에 인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담은 정보를 실어 보내는 정도다. 이를 위해 1970년대에 발사한 파이어니어와 보이저 탐사선에 인류에 대한 정보를 담은 동판과 레코드 디스크가 부착되었고, 수십년이 지난 현재는 목표했던 행성들을 지나 태양계 바깥을 향해 기약 없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외계 문명과의 물리적인 접촉을 기대하려면 적어도 우리보다 앞선 과학 기술을 보유한 쪽에서 먼저 찾아와 주기를 바라야 할 입장이다. 사실 인터넷에 매일같이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미확인비행물체(UFO) 사진, 영상, 경험담은 이를 뒷받침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는 논리적 문제가 있다. 그 많은 유에프오 사진들 중 일부라도 실제 외계인의 비행체라면, 지구상에 아주 많은 서로 다른 종의 외계인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이유로 그런단 말일까? 제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수십, 수백 광년의 거리를 넘나들기 위해서는 그들 역시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위험도 뒤따를 것이다. 지구는 은하계 변방에 위치한 작은 행성일 뿐, 이렇게 많은 장거리 방문객들이 북적거릴 만큼 대단한 곳일 것 같지는 않다. 나아가 이들이 이렇게 쉽게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작 공식적인 접촉은 하지 않는 점이나, 공개된 장소에 착륙함으로써 인류한테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무슨 이유에서든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라면 어설픈 처신으로 매일같이 사진에 찍힌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유에프오 사진들이나 피랍 경험담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99%는 구름이나 구전 형상, 새떼 등 자연물을 착각했거나 풍선, 비행기, 인공위성 등 사람이 만든 것을 오인한 경우, 또는 흥미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들이다. 유명한 유에프오 사진 중에는 촬영된 시대의 디자인 트렌드가 반영된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진의 선명함과 무관하게 조작의 강력한 정황증거다. 또 이후의 과학적 연구와 탐사를 통해 밝혀진 우주에 대한 지식과 부합되지 않는 경험담이나 증언도 명백히 조작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1%는 남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진실 여부를 떠나 에스에프적이면서도 과학에 기초한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광속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현실적인 항성간 여행은 불가능하고, 1905년에 등장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광속 돌파의 가능성을 철두철미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를 우회하는 방법은 과연 없는 걸까? 역설적이게도 역시 아인슈타인이 10년 후인 1915년에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그 열쇠를 제공한다. 일반상대론에 의하면 중력은 시공간의 곡률, 즉 휘어짐의 정도인데 이는 역으로 시간과 공간이 중력에 의해 구부러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우주선 앞쪽의 공간을 수축시킴으로써 우주선 자체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빛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이것이 이른바 워프 드라이브(Warp Drive)의 개념인데, 흥미롭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축지법과 발상이 거의 같다. 유에프오는 왜 오는가 완전히 에스에프 스토리 같은 이야기지만, 놀랍게도 이 원리에 기초한 연구가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1994년 멕시코의 물리학자 미겔 알쿠비에레가 발표한 계산에 기초해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해럴드 화이트 박사에 따르면, 이렇게 공간을 수축시키는 방법으로 광속의 10배 이상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링 형태의 우주선 구조를 공간 속에서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4.3광년 떨어진 켄타우루스자리 알파성에 불과 2주일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았는데, 이런 속도라면 수십 광년 수준의 항성간 여행은 그리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지구를 여러번 파괴할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현재 진행 중인 실험도 소립자 수준의 극미한 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실용화와는 거리가 아주 먼 상태다. 연구자들 자신도 워프 드라이브가 장착된 우주선을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때 공상 차원에 머물렀던 이런 아이디어가 진지한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이런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도 이제 다소 과감한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유에프오나 외계인과 관련된 수많은 조작과 합성, 그리고 착각들 속에 비록 아주 일부라 하더라도 실제 외계인들의 자취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은하 속 어딘가에 기술적, 원리적 장벽을 딛고 워프 드라이브를 실현시킨 종족이 살고 있고, 그들이 아직은 미개한 우리 인류를 발견하고 상태를 확인하러 가끔씩 오곤 하는 것은 아닐까. 유명한 미국의 에스에프 시리즈 <스타트렉>의 극장판 영화 중 <퍼스트 콘택트>라는 작품이 있다. 이 영화에서 발전된 외계인들이 처음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때는, 제3차 세계대전의 파국을 딛고 인류가 어렵사리 워프 드라이브를 실현시키는 바로 그 순간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기술을 갖게 된, 그리고 그 지점까지 오는 과정에서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문명만이 우주적 커뮤니티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는 의미다. 비록 픽션 속의 이야기지만, 만약 외계에서 온 지적 생명체들이 실제로 지구 주변에 존재한다면 이와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을 법도 하다. 이렇게 언젠가 있을 외계인과의 첫 만남의 모습을 그리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이 즐거운 생각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상상이 지구 주변 외계인의 존재를 실제로 증명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마음껏 상상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되, 오직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달의 뒷면에 풀이 자라고 사람이 산다던, 1950년대 조지 아담스키 같은 이들의 허황된 이야기에 빠지게 될 뿐이니까. 파토 원종우 <태양기 연대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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