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민 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메모리로 각광받는 스핀메모리를 전기 대신 열로 작동시키는 원리를 찾아내 초고속 메모리 소자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기존 메모리는 전자의 전하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를 이용해 정보를 기록한다. 전자가 스스로 회전하는 운동을 스핀이라 하는데, 전자의 스핀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스핀 전류라 한다. 스핀메모리는 이 스핀 전류를 이용해 몇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나노자석에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저장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이 스핀 전류를 만들기 위해서도 전기를 이용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메모리 소자의 최대 동작 속도를 알 수가 없어 메모리 소자의 정보처리 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는 27일 스핀융합연구센터의 최경민 연구원이 전기 대신 초고속 레이저를 이용한 열로 스핀전류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찾아내 논문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7월호에 게재됐고, <네이처> 자매 저널에 게재된 물리학 관련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성과를 소개하는 <네이처 피직스>(8월호) ‘뉴스 앤 뷰스’란에 소개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피코 초(1피코 초는 1조분의 1초)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작동하는 초고속 레이저를 이용해 메모리소자에 열을 가했다. 연구팀은 열에 의한 온도 차이가 나노 자석 안에서 어떻게 스핀 전류를 발생시키는지 물리적인 원리를 찾아냈다. 또 이를 이용하면 기존 전기적 방법보다 아주 효율적인 방법으로 스핀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열을 이용할 경우 전자 하나당 발생가능한 스핀 전류량이 전기를 이용한 전자적 방법보다 월등히 크다.
연구팀은 초고속 레이저의 열로 발생시킨 스핀 전류를 이용해 메모리 속 나노자석의 엔(N)극과 에스(S)극의 방향을 회전시켰다. 메모리 정보 제어가 가능해진 것이다. 전기적 방법을 쓰면 이 정보제어 속도가 1나노 초(10억분의 1초)에 불과하지만, 열로 작동시키면 1피코 초의 속도로 극 방향 전환이 이뤄져 1000배 정도 속도가 향상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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