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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가위 보름달이 ‘슈퍼문’이었다고?

등록 2014-09-11 10:26수정 2014-09-11 11:09

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미주리 강가에서 한쌍의 남녀가 음력 8월 대보름달을 배경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미주리 강가에서 한쌍의 남녀가 음력 8월 대보름달을 배경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추석인 8일 저녁 6시8분(서울 기준)에 뜬 한가위 보름달은 ‘슈퍼문’이었을까?

‘슈퍼문’의 정의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운영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이나 대표적 영어사전인 웹스터사전에는 슈퍼문이라는 표제어 자체가 올라 있지 않다. 720만여개의 표제어를 보유한 ‘네이버 사전’에도, ‘다음 사전’에도 슈퍼문은 단독 표제어로 등록돼 있지 않다. 한국천문우주연구원 누리집에서도 슈퍼문은 검색되지 않는다.

슈퍼문이 표제어로 올라 있는 것은 오픈사전인 ‘위키피디아’와 영국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온라인 정도다. 브리태니커가 슈퍼문을 “달이 근지점(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졌을 때)에 이르렀을 때의 보름달”이라고 정의해놓은 것도 아주 최근(8월10일)의 일이다.

위키피디아 한글판에는 “슈퍼문은 보름달 또는 신월이 가장 커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고 돼 있다. ‘신월’(新月)은 초승달을 말한다. 영문판에는 좀더 자세히 설명돼 있다. 리처드 놀이라는 점성가가 ‘슈퍼문’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쓴 것으로 돼 있다. 놀은 “1979년 델 출판사가 발행한 <점성술>(Horoscope)라는 잡지에 쓴 기사에서 ‘궤도 상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졌을 때의 보름달이나 초승달’을 가리키는 말로 내가 처음 썼다”고 주장했다. 놀은 2011년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과 슈퍼문에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슈퍼문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그닥 달가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은 “천문학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다. 달의 타원궤도 때문에 생기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문제여서 특별한 정의를 할 만한 천문현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문학에서는 ‘근지점-삭망’(perigee-syzygy)이라는 용어를, ‘원지점-삭망’(apogee-syzygy)과 짝지워 쓰고 있다.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도 “슈퍼문이라고 언론에서 보도를 해 일반인들이 한번이라도 밤하늘을 쳐다보게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슈퍼문이라 이름을 붙일 만한 현상은 아니어서 기대심리만 크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 미국 국립항공우주국(나사·NASA)이 슈퍼문의 등장을 예보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나사도 공식적으로 ‘슈퍼문’이라는 용어를 쓴 흔적은 없다. 다만 나사 누리집에서 슈퍼문을 검색하면 관련 기사들이 검색될 뿐이다.

실제 슈퍼문은 방송사 등 언론들이 강조해 보도한 만큼 ‘슈퍼’하지는 않다. 달은 지구를 타원궤도로 돌고(백도), 지구는 태양을 타원궤도로 돈다(황도). 두 궤도가 일치하지 않고 약간(5.2도) 기울어져 달의 차고 이지러지는 현상(삭망)이 생긴다. 또 타원궤도여서 지구와 가장 가까워질 때(근지점)와 멀어질 때(원지점)가 생긴다. 이 두 현상이 겹쳐 근지점일 때 보름달 또는 초승달이 떠오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미국 해군천문대 대변인인 제프 체스터는 나사 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근지점-보름달은 평균 13개월 18일마다 한번씩 일어난다. 결코 드문 현상이 아니다. 또 달의 겉보기는 지평선(수평선)에 걸쳐 있거나 구름과 안개 등에 영향을 받아 실제보다 더 커보일 수 있다. 언론들이 슈퍼문을 강조하면 일반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본 보름달이 가장 큰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슈퍼문이라는 별명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월식 때 따라다니던 ‘피의 달’(Blood-Moon)처럼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근지점-보름달의 크기에 굳이 순위를 매긴다 하더라도 올해 추석날의 보름달은 아주 높은 순위는 아니다. 네이버의 한 블로거(평행우주)는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가 제공하는 천체력(DE431)을 이용해 근지점-보름달이 뜨는 모든 경우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2052년 12월6일에 실제로 가장 큰 보름달 곧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 뜨는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이날 달과 지구 중심 사이의 거리를 무료프로그램인 ‘별자리천체관측프로그램’(stellarium)으로 계산해보니 35만1158㎞가 나왔다. 지난 8일 자정 때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35만9066㎞였다고 하니 7908㎞ 더 가까워지는 셈이다. 이 블로거는 “1930년 1월16일 이래 이보다 더 가까이 접근하는 일은 2116년 이전에는 없다”고 밝혔다.

근지점-보름달을 촬영해보면 원지점-보름달에 비해 크기는 13~14% 정도 크고, 밝기는 30% 정도 더 밝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관측할 때는 그날의 날씨와 관찰자의 위치, 달의 궤적에 따라 달라져 정말 ‘슈퍼문’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체스터 나사 대변인은 “비교할 기준점이나 측정할 도구가 없기 때문에 보름달의 크기가 실제로 다른지 구별하기 어렵다. 보름달이 다른 보름달보다 크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8일 달은 자정께 머리 위로 떴을 때(남중) 지구에 가장 가까웠으며, 달이 가장 둥그래진 시점은 9일 오전 10시38분이었다. 이태형 교수는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커지는 겉보기 크기가 둥그래지면서 커지는 비율보다 크기 때문에 8일 가장 큰 달은 자정에 본 보름달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이 하늘 한 가운데 있을 때는 비교할 대상이 없어 사람들은 달이 지평선에서 뜨거나 질 때 더 크게 느낀다. 다만 과학자들은 왜 지평선의 달이 더 커 보이는지 완벽한 해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문홍규 책임연구원은 “지평선 부근에서는 대기가 더 두꺼워 굴절률이 더 커지기 때문에 달이 더 크게 보인다는 가설이 있다. 지평선 부근에는 나무나 건물 등 비교할 대상이 있어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지 ‘큰 보름달’인 슈퍼문은 아직 국립국어원의 순화대상 용어로 잡히지는 않고 있다. 국어원은 누리꾼 제안 등을 통해 우리말 순화대상 용어(주로 외래어)를 제시한 뒤 누리꾼 의견을 수렴해 순화어를 선정·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플 → 댓글’ ‘캡처 → 갈무리’이다. 슈퍼문도 2011년 한 누리꾼에 의해 ‘다듬고 싶은 말’로 등록은 돼 있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학예연구관은 “슈퍼문은 비교적 쉬운 영어단어로 조합된 용어여서 이로 인해 정보격차나 사회생활의 불편을 겪거나 취업·생계에 불이익이 당하거나 일상 대화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또 아직 널리 쓰이지 않고 있어 순화대상에 오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어원에서는 검색어로 최소 2000번 이상 검색될 경우에 손화대상 용어 심사대상으로 삼는다. 10일 현재 구글에서 ‘슈퍼문’(한글)으로 검색하면 225만여개가 나온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보름달은 어떻게 생길까?

초등학생 5학년 80여명한테 보름달이 어떻게 생기는지 물었다. “보름달이 보일 때의 지구·태양·달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학생들이 그린 그림은 대표적으로 5가지 유형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물론 한가지만 정답이다.

태양은 그리지 않고 지구-달만 그린 경우는 3명, 지구-태양-달의 순서라는 학생은 2명, 태양-달-지구(수직) 유형을 그린 학생은 4명, 태양-달-지구는 20명, 태양-지구-달은 62명이었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에 실린 내용이다. 김중복 물리학과 교수의 지도로 대학원생 김하나씨가 지난해 서울과 충북 청주의 초등학생 86명을 대상으로 보름달 생기는 원리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학생들은 영재학급이나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학생 53명과 일반학급 학생 33명이었다.

학생들이 그린 보름달이 보일 때의 지구·태양·달 위치.
학생들이 그린 보름달이 보일 때의 지구·태양·달 위치.
보름달이 생길 때의 태양과 지구, 달의 위치는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맞다.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올바른 답변을 했다.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답한 62명 중 과학영재는 47명(89%), 일반학생은 15명(46%)으로,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는 과학영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1학기 과학시간에 ‘여러 날 동안 관찰한 달의 모양과 위치(위상) 변화’에 대해서 배운다.

지구-달만 그린 3명의 학생 가운데 한명은 “낮에도 달을 볼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유로 “낮에도 달이 있는데 태양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하나씨는 새벽녘이나 해질녘 등 낮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달을 본 경험이 이런 잘못된 개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구-태양-달의 순서로 답변한 학생 중 한명은 ‘태양이 사라져도 달이 보이겠는가’라는 질문에 “달빛이 있어서 보인다”고 답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내는 광원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일반학생의 절반 가까이(15명·46%)와 영재학생 5명(9%)이 태양-달-지구의 순서라고 답변한 것은 보름달이 생길 때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단순히 회상하는 과정에 오류를 일으킨 것인 것 같다고 김씨는 분석했다. 이 학생들은 태양빛의 진행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학생들은 광원과 빛의 진행에 대해서도 헷갈려 했다. 학생들에게는 “지구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달을 보게 되는지 말해 보라” “태양이 없다면 달을 볼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주어졌다. 우선 광원에 대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낸다’고 답변한 학생도 9명이나 됐다. ‘태양이 에너지 형태로 빛을 방출한다’고 대답한 학생(2명)도 있었는데 한 학생은 “낮에 받은 태양 에너지를 밤에 지구가 밖으로 내보내면서 달이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태양이 빛을 방출한다’는 올바른 답변을 했다. 특히 과학영재 중 일부 학생(3명)은 ‘태양의 빛은 점광원의 집합체로서 태양의 한 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방출된다’는 정확한 과학적 개념을 알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1억5천만㎞)가 아주 멀기 때문에 대부분 그림에서 태양빛이 평행광으로 표현돼 있는 것만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됐을 때 보름달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도 태양의 빛이 곧게 진행해 달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지구에 의해 생긴 그림자에 대해서는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학생은 태양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가로막혀서 생긴 그림자를 달이 지나가기 때문에 달 모양이 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하나씨는 “태양에서 나온 빛은 곧게 진행해 달의 표면에 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의 공전궤도(백도)와 지구의 공전궤도(황도) 사이에 5도의 차이가 있어 매달 월식이 일어나지 않고 보름달이 보이게 된다”는 사실은 중학교 2학년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내용이어서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태양빛이 달에 비춰져서 보름달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13명의 학생은 “달이 태양-지구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으므로 보름달이 보일 수 있다”는 정확한 과학적 원리를 습득하고 있었다.

 또 절반이 넘는 학생(48명)들이 빛이 달의 표면에서 반사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고, 일부(5명)는 “빛이 달의 표면에서 난반사한다”는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이들 5명은 모두 과학영재들이었다.

 김하나씨는 “달의 위상 변화를 학습할 때 보름달이 생기는 원리, 광원에서 빛이 어떻게 생기는지, 빛은 어떤 경로로 달에 도달하고, 달에서 다시 지구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함께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특히 5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달의 위상 변화와 6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빛의 직진과 반사는 병행해서 제시하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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