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룡(59)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이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 예측 인물로 선정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25일 “해마다 ‘올해의 노벨상 수상 예측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는 ‘톰슨로이터’가 이날 발표한 2014년 노벨 화학상 수상 예측 인물 8명 가운데 유룡 단장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연구자 가운데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노벨상 수상 예측 인물에 이름이 오르기는 처음이다.
톰슨로이터는 세계적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으로 자체 보유하고 있는 연구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 사이언스’ 자료를 분석해 2002년부터 해마다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를 예측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과학분야에서 156명을 예측해 25명(16%)이 실제 노벨상을 받았다.
기초과학연구원의 ‘나노 물질 및 화학 반응 연구단’ 단장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화학과 특훈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유 단장은 톰슨로이터가 화학 분야에서 선정한 3개 주제 가운데 하나인 ‘기능성 메조다공성물질 디자인’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는 기능성 메조나노다공성 탄소 물질 및 제올라이트 설계 분야의 개척자로 불린다. 지름 2~5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구멍을 이뤄진 메조다공성물질은 고효율 친환경 촉매로 쓰여 화학 및 의학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유 단장과 같은 주제 연구를 한 사우리아라비아의 찰스 크레스지와 미국의 게일런 스터키도 함께 수상 예측 인물로 선정했다. 크레스지는 메조다공성물질을 발견했으며, 스터키는 메조다공성실리카를 처음 만들었다. 유 단장은 메조다공성탄소(CMK)를 처음 만들고, 구멍을 이루는 벌집 벽을 제올라이트(메조다공성물질보다 구멍 크기가 훨씬 작은 물질) 구조로 만들었다.
유 단장은 2011년 12월 <사이언스>에 ‘특수 설계된 나노구조 유도 물질을 이용한 규칙적 위계 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 합성’이라는 논문으로 그해 10대 연구과학기술 성과로 선정됐다. 같은해 유네스크와 국제 순수 및 응용화학연맹(IUPAC)이 선정한 ‘세계 화학자 100인’ 가운데 1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1만9800번이 넘게 인용됐으며, 인용 횟수가 1천회가 넘는 논문도 3편에 이른다.
유룡 단장은 “개인적인 의미보다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노벨상 수상 예측명단에도 오르지 못한다는 비판을 더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노벨상 수상 예상 인물로 꼽히면 나중에라도 수상할 확률이 20~30%쯤 된다 하니 앞으로 우리나라 연구자가 2~3명 정도 더 예상 인물로 선정되면 실제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처음 연구를 시작했는데 ‘국가 지정 창의연구단’ ‘국가 과학자 연구지원사업단’ 등 정부에서 꾸준히 지원을 해줬기에 20년이 넘도록 한우물을 팔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 단장은 경기 화성에서 출생해 1977년 서울대 공업화학과(학사), 1979년 카이스트 화학과(석사), 1986년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박사)에서 학업을 하고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거쳤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