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가 주도한 국제 연구팀이 남극의 대표 어종인 남극대구(사진) 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분석하는데 성공했다. 이제까지 생물 유전체 분석은 인간과 소, 돼지, 칠면조, 배추, 토마토 등 가축과 농업용 작물들을 중심으로 다수 진행됐으나 남극의 고등생물을 대상으로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극지연구소는 26일 연구소 박현 박사팀이 주도하고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디엔에이링크와 미국·호주 연구자들이 참여한 연구팀이 차세대와 3세대 시퀀싱 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초로 남극의 고유 생물인 남극대구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했다고 밝혔다. 시퀀싱 기술은 생물체의 유전 정보를 구성하는 디엔에이 염기서열 정보를 고속·대용량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 남극대구는 모두 3만226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이 가운데 1만3123개가 남극대구의 고유 유전자로 확인됐다. 이들의 연구 논문은 유전체 연구 분야의 세계적 전문학술지인 <게놈 바이올로지> 25일자에 실렸다.
남극의 고등생물들은 연중 수온 평균 영하 1.9°C의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톡특한 생리 현상과 지방대사 등을 위한 유전적 변이를 지니고 있어 동상 치료, 고지혈증과 면역 치료 등의 주요한 연구 소재로 간주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스페인, 호주 등의 연구팀들이 어류는 물론 남극의 대표 생물인 펭귄 등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위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처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셈이다.
박현 박사는 “고등생물은 유전체 크기가 워낙 크고, 특히 남극 고등생물의 유전체 분석은 분석을 위한 시료도 얻기 힘들 정도로 난점이 많다”며 “남극대구의 고해상도 유전체 지도 완성은 남극 생물들의 환경 특이적인 생명현상과 진화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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