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연세빌딩에서 한 입주사 직원이 ‘행선층 예약장치’가 있는 승강기의 터치스크린에서 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누르려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근 한 일본 건설회사가 2050년까지 지구와 우주정거장을 연결하는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로켓 개발의 선구자인 소련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가 1895년 ‘천상의 성’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1959년 유리 아르추타노프가 구체적인 방법까지 내놓았어도 우주엘리베이터는 ‘잭과 콩나무’처럼 상상의 산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의 엘리베이터 진화 속도는 우주엘리베이터의 시현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 14일 일부 개장한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층건물(123층·555m)이라는 것 말고도 ‘더블덱 엘리베이터’의 국내 최초 설치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더블덱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2대의 탑승차를 연결해 마치 2층버스처럼 운행하는 승강기로, 수송 능력이 보통 승강기의 2배다. 이달 28~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4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에는 더블덱처럼 ‘진화하는 엘리베이터’와 관련 기술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양억만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대외협력실 팀장은 19일 “더블덱과 트윈 엘리베이터, 분속 1080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피난·구난용 엘리베이터, 경사형 엘리베이터 등 갖가지 형식의 승강기들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 개념의 승강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53년 미국 발명가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가 밧줄이 장력을 못 이길 때 두개의 철로 된 톱니가 제어하는 낙하방지장치를 만들면서부터다. 지금은 윈치(권상기: 밧줄을 감거나 풀어 탑승칸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치)와 비상정지장치, 조속기, 완충기, 제동기, 도어 인터록 등 100여개의 안전장치가 들어간 3만개 부품의 정밀 기계장치로 발전했다. 이용자들한테는 멋없는 네모 상자이지만 자동차의 부품이 볼트까지 포함해 2만여개인 점과 비교해보면 승강기를 움직이는 기계는 단순하지 않다. 많은 기계장치들을 보관할 장소 때문에 아파트 등 건물 옥상에는 기계실이 볼썽사납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나 건물 옥상에 옥탑방처럼 튀어나온 구조물은 대부분 이 엘리베이터 기계실이다.
150여년 동안 평탄하게 발전해오던 엘리베이터의 혁신은 이 단점에서 시작됐다. 1995년 핀란드 엘리베이터 제조회사인 코네는 소형 윈치를 탑승차가 오르내리는 승강로 내부에 설치해 기계실 없는 승강기(MRL)를 개발했다. 박응구 코리아엘리베이터컨설트 대표는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고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상업용 건물에 많이 설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승객용 승강기 10대 중 1대는 엠아르엘 방식으로 설치 비중 증가율이 가팔라 지난해에는 신규 설치 승강기 3만여대 가운데 1만여대가 이 방식이었다. 엠아르엘 엘리베이터는 기계실을 설치하기 곤란한 지하철 역사나 육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층·대형 건물들이 등장하자 많은 승객을 빨리 실어 나를 고속·대형 승강기가 필요해졌다. 일반 아파트나 상가의 승강기는 대개 분속 60m(시속 3.6㎞)다. 승강기업계에서는 분속 360m(시속 22㎞) 이상을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운용중인 승강기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분속 600m짜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분속 1080m(시속 65㎞)의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현대아산타워에 설치했다. 다만 이 엘리베이터는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박인선 현대엘리베이터 홍보팀 과장은 “대만 타이베이101 건물에 설치된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초속 약 17m(분속 1010m)여서 그보다 1초 빠른 초속 18m(분속 1080m)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승강기보다 18배 빠른 셈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10㎜ 정밀도를 요구하는 위치제어장치, 비상정지장치, 이명 현상을 없애는 기압제어장치, 공기저항을 줄일 유선형 설계, 진동제어장치 등 일반 승강기와는 다른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김영수 한국승강기대 교수는 “속도가 분당 1000m 이상이 되면 공기의 마찰과 와류(소용돌이) 때문에 진동이 발생한다. 이를 없애려고 유전자 알고리즘을 사용한 능동형진동제어장치(PPF)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유전자가 환경을 바꾸지 않고 적자생존하듯이 기계가 진동이 발생하는 원인과 정도를 스스로 인식해 반대진동을 일으켜 상쇄시키는 장치다.
대용량을 위해 등장한 승강기에는 더블덱말고도 트윈 엘리베이터가 있다. 더블덱은 2개 층에서 태운 승객이 내리면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해 가고자 하는 장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인 데 비해 트윈은 고층건물 아래와 위쪽에 2개의 탑승차가 별개로 움직이며 중간에서 갈아타도록 하는 방식이다. 더블덱은 유수 엘리베이터 제조사들이 만들고 있지만 트윈은 독일의 티센크루프만 생산한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에 나오는 투명 엘리베이터처럼 수직과 수평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오디세이형 엘리베이터’는 한때 스위스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신들러가 개발하려다 포기했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센터에 설치된 ‘스마트 엘리베이터’는 키넥트카메라를 설치해 사람들의 움직임에서부터 생활 패턴까지 스스로 인식해 마치 비서처럼 서비스를 한다. 승강기 안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탑승객끼리의 점심식사 약속을 인지하면 약속된 시간에 별도 조작 없이 직원을 식당까지 안내하는 기능까지 한다.
최근에는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건물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군관리 시스템’이나 행선층 선택 장치 등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운행에 소비되는 전력은 전체 건물의 2~5% 정도로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짝·홀수층 운행이 대표적인 군관리 시스템이다. 행선층 선택 장치는 미리 가려는 층을 누르면 몇번 엘리베이터를 탈지 알려준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진짜 그래요?
승강기와 관련한 궁금증을 황수철 한국승강기대 교수의 도움으로 풀어본다.
승강기의 닫힘 버튼을 누르면 전기요금이 몇십원 더 든다?
아니다. 승강기의 에너지 소비에는 운행횟수가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많이 합승할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닫힘 버튼을 누르면 3~5초의 대기시간이 줄어들 뿐 승강기가 하는 일의 양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기시간 동안 한 사람이라도 더 타면 그만큼 에너지가 절감된다.
정원 초과 경고음은 가운데 모이거나 가장자리로 흩어지면 꺼진다?
승강기 바닥(플랫폼)은 이중으로 돼 있다. 상부와 하부 사이의 방진(완충)고무가 한도를 넘어 압축되면 하부에 설치된 센서를 건드려 경고음과 함께 작동을 멈춘다. 오래된 승강기는 이 고무가 낡아 정원이 다 안 차도 소리가 울릴 수 있다. 보통 센서가 가운데 있어 탑승객들이 가장자리로 흩어지면 경고음이 꺼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신 고급승강기는 센서를 네 귀퉁이에 달기에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격하중을 초과하거나 안에서 뛰면 추락할 수도 있다?
승강기는 안전율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15인승이면 자체 무게 2t에 승객 무게 1t(65㎏×15)을 합친 3t의 10배, 곧 30t에도 견디도록 설계돼야 한다. 430명이 타도 안전해야 하는 셈이다. 또 비상정지장치가 있어 정격속도의 30%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레일에 꽉 끼이며 서도록 돼 있다. 보통 추락 사고라고 알려진 것은 자동차가 급정거하듯이 비상정지장치가 가동돼 속도가 제어된 상태에서 안전한 층까지 운행된 상태를 말한다.
승강기 문은 쉽게 열 수 있다?
승강기 안전사고 중 가장 큰 비중이 안에 갇히는 경우다. 한해 3천여건, 하루 평균 8건 발생한다. 승강기 문은 구조를 위해 5~30㎏ 정도의 힘을 가하면 강제로 열리게 돼 있다. 하지만 훈련받지 않은 탑승객이 탈출하려다 탑승칸과 통로 사이로 추락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비상버튼을 눌러 통화한 뒤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어서 질식할 염려는 없다. 정전이 되더라도 비상등이 켜져 한동안 어둡지 않게 지낼 수 있다.
이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