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감각기관 모방…‘네이처’에 실려
국내 연구진이 거미의 감각기관을 모사해 기존 센서보다 최고 1000배 뛰어난 초고감도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의 하나인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단장 최만수 서울대 교수)은 10일 거미가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에 미세균열이 있는 사실에 착안해 그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본딴 초감도 감지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김태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 11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거미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진동도 알아채는 뛰어난 감각 능력을 지녔는데, 이는 거미의 발목 근처에 있는 균열 형태의 감각기관이 진동을 느끼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감각기관은 부드러운 내부와 균열이 있는 딱딱한 박막 형태의 외부로 구성되고, 균열에는 신경세포가 연결돼 있다. 외부에 진동이 생기면 이 감각기관의 균열이 벌어졌다 좁혀지는 것을 신경세포가 느낀다.
연구팀은 거미의 감각기관을 모사해 유연한 폴리머 기판 위에 백금 박막을 올린 뒤 나노(10억분의 1m) 수준의 미세한 균열을 만들었다. 여기에 전류를 흘리면 균열이 완전히 붙어 있을 때에는 전기저항이 작지만 외부 자극에 의해 균열이 벌어지면 전기저항이 커진다. 연구팀은 이 저항의 변화를 측정해 주위의 진동 등 미세한 물리적 변위를 측정하는 작동 원리를 알아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기존 센서보다 100~1000배 더 뛰어난 감도를 보였다.
최만수 교수는 “이 원리를 활용하면 음성 인식 센서, 피부에 붙여 인체의 생리적 변화를 측정하는 유연 센서, 압력 및 유량 센서 등에서 감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지난해 6월말 미국 출장 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 서갑양 서울대 교수가 주도한 연구로, 서 교수한테 논문을 헌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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