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한겨레 자료사진
학계 “잘못된 전제에 의한 과도한 결과” 지적
화산재 북풍 타고 남한까지 올 가능성 희박
“10세기 대폭발 때도 화산재 일본에서만 발견”
화산재 북풍 타고 남한까지 올 가능성 희박
“10세기 대폭발 때도 화산재 일본에서만 발견”
백두산 화산 폭발 피해가 11조원에 이른다는 국민안전처의 용역 연구 결과에 대해 학계에서 “잘못된 전제에 의한 과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부산대 연구팀이 국민안전처에 제출한 ‘화산 재해 피해 예측 기술개발’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활화산인 백두산에서 폭발지수 8단계 중 7단계의 대폭발이 발생하고 북동풍이 부는 기상 상황이면 국내에서만 최대 11조여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동쪽 상공에 기압골이 위치하면서 백두산이 분화하면 화산재가 북풍 계열의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로 유입돼 강원도에 최대 10.3㎝의 화산재가 쌓이는 것을 비롯해 제주·전남·광주를 제외한 남한 전역에 적게는 수㎜에서 많게는 수십㎜의 화산재가 쌓인다. 농작물 피해 4조5천억여원을 포함해 11조1895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북풍계열의 바람을 타고 화산재가 남한까지 내려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백두산 서쪽 상공에 고기압이 위치하고 동쪽에 저기압이 위치하면 북동기류가 생길 수는 있지만, 남한까지 피해를 주려면 화산재가 서쪽으로 이동한 뒤 북서류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수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람 방향이 바뀌지 않고 남쪽까지 지속적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기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좌용주 경상대 지질과학과 교수는 “백두산에서 지구적 차원의 대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10세기 분화 때의 화산재 퇴적층이 일본에서는 발견됐지만 아직 남한에서 발견됐다는 학계의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전처 용역연구를 이끈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최근 5년 동안의 기상상황 등을 근거로 모사한 결과 사할린 등 러시아 원동 쪽에 고기압이 발달해 백두산 화산재가 북동류를 타고 확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나왔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도 화산재로 추정되는 물질이 함경도부터 적성·장단 지역(경기도 파주)까지 퍼졌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안전처는 “백두산이 10세기 폭발 이후 대규모로 분화한 적이 없고 화산재가 분출해도 편서풍 영향으로 대부분 일본으로 확산돼 국내에 직접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악의 경우 항공장애나 농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국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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