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구청마다 디지털모기측정기를 설치해 모기예보제를 실시하고 있다. 모기방제기기 업체인 이티엔디 직원들이 서울의 한 공원에 모기측정기를 설치하고 있다. 이티엔디 제공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돼 발병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1960년대 9개 국가에서 한해 1만5천명 정도 발병했던 것이 최근에는 128개 국가의 40억명이 노출돼 있으며, 한해 약 4억여명이 감염되고, 1억여명이 고열 등 심한 증상을 앓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뎅기 바이러스는 ‘이집트흰줄숲모기’가 옮긴다. 주로 아열대 지역에서 발병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 영향 때문에 청소년들의 노출이 심해져 뎅기열이 확산되고 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청소년들이 한류 스타를 따라 짧은 옷을 입는 바람에 모기한테 물릴 확률이 높아졌다는 논리가 제시됐다”며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얘기지만 동남아 전통의상이 길었던 데는 모기 등 해충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기 위한 측면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괜한 트집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몸을 감싸 노출을 막거나 모기장이나 방충망으로 모기의 접근을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기는 1억7천만년 전 지구에 등장해 현재 35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모기는 56종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건 10종 정도에 불과하다. 오늘 밤 모기에게 물렸다면 빨간집모기일 확률이 거의 100%다. 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나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얼룩날개모기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 모기는 1~2m밖에 못 보는 근시지만, 후각은 수십m 밖에서도 사람의 체취를 인지할 정도로 뛰어난 ‘개코’다. 동물이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10~15m 정도 거리에서도 존재를 알아챈다. 땀에 들어 있는 젖산은 30m 거리에서도 감지한다.
‘개코’ 모기는 땀내·숨·향수 좋아해
막고 씻고 감싸는 게 최선의 퇴치법
살충·기피제·매트 부작용 조심
엘이디 파장 유인 포획 첨단방법 유용
주파수 이용 앱은 효과 입증 안돼
모기가 사람이나 동물을 무는 이유는 피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자식(알)을 키우기 위해서다. 암컷은 한번 짝짓기를 하면 수컷의 정액을 몸에 보관해놓고 평생 4~5번에 걸쳐 한번에 30~100개의 수정란을 낳는다. 이동규 교수는 “모기 생체나 생리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진 반면 모기 퇴치법의 첨단화는 훨씬 더디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돌아다니는 모기를 감지해 레이저를 쏘아 격추시키는 방제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지만 사람 눈에 쬐었을 때 위험성이 높아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한 수컷의 불임화, 전염성 미생물을 이용한 모기 방제 방법 등도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때 박쥐가 초음파로 모기를 잡는 것에 착안해 초음파 모기 기피법이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모기는 초음파를 감지 못해 소용이 없었다. 영국에서는 심지어 관련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수컷이 비행할 때 발산되는 음파의 파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다. 이미 한차례 짝짓기로 정액을 몸에 보관한 암컷이 수컷을 피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기피율이 30% 정도밖에 안 돼 역시 실용화에 실패했다. 일정한 주파수를 발산해 모기를 쫓는다는 일부 스마트폰 앱들도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공항 등에서 야행성 동물이나 나방·딱정벌레 등의 접근을 막는 데 쓰는 주황색 계통의 나트륨 등이 모기를 쫓는 데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모기에는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보건당국은 모기의 성충을 방제하기 위해 연막용 살충제나 분무형 살충제를 쓰고 있다. 그러나 방제가 대부분 낮에 이뤄져 천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깊숙이 숨어 있는 모기 몸에 닿지 않거나 설령 모기에 닿는다 해도 치사량에 못 미쳐 효과적인 방제가 되지 못한다. 최근에는 가로등에 유문등(모기 유인 등)을 설치해 모기를 박멸하는 경우도 많다. 유문등은 젖산 등으로 모기를 유인한 뒤 물리적이나 화학적으로 모기를 죽이는 장치다. 모기 방제기기 개발·판매업체인 이티엔디의 유재승 대표는 “모기에게 빛을 따라가는 주광성이 다소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빛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성질이 더 강해 가로등에 설치한 유문등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며 “오히려 나방이나 딱정벌레 등이 유문등에 잘 모여들어 자칫 구역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는 어두운 곳에 설치하려면 별도의 전력선을 끌어대야 하는 부담 때문에 꺼린다.
모기를 유인하는 기술은 방제보다도 개체수를 헤아려 ‘모기예보제’를 운영하는 데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구별로 설치한 디지털모기측정기(DMS)의 자료를 근거로 모기활동지수를 산출해 쾌적·관심·주의·불쾌 등 4단계의 모기예보를 날마다 누리집(health.seoul.go.kr/mosquito)에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모기측정기는 모기 형태의 영상을 입력해놓아 포집된 곤충의 중요한 특징이 부합하면 모기로 판별해 수치화하는 것이다. 실제 수작업으로 헤아린 모기 수와 거의 100% 일치할 정도로 정밀하다. 다만 아직 종별 구분 능력까지 갖추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엘이디(LED·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모기포집방제장치가 많이 쓰이고 있다. 엘이디에서 발산하는 360~4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장의 근적외선은 모기를 잘 유인한다. 유인된 모기를 열선으로 태우거나 살충제에 빠뜨려 죽이거나 회전하는 칼날로 갈아 죽이는 방법을 쓴다.
가정에서 손쉽게 쓰는 스프레이식 살충제, 모기향, 매트 등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밀폐공간에서 사용할 경우 비염, 천식, 혼수, 재채기, 두통, 이명, 구역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기기피제도 성분에 따라서는 피부에 바르거나 사람한테 뿌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부작용이 우려되는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모기를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의 접근을 막는 전통적인 퇴치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모기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잘 막아야 한다. 모기는 1.5㎝ 크기에 무게는 2.5㎎에 불과하다. 망사나 거즈, 스타킹 등으로 배수구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땀내를 없애기 위해 자기 전에 몸을 씻는 것과 모기가 싫어하는 밝은색 옷을 입고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