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나 스마트폰에 붙이면 코가 없어도 냄새를 맡는 전자피부가 개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인 나노 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단장 조길원 포항공대 교수)은 16일 촉각·온도·습도는 물론 인간의 피부로는 감지할 수 없는 다양한 유해가스나 유기용매(벤젠 등)를 분별할 수 있는 다기능 전자피부를 처음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재료과학 분야 유명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16일치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이달 말 발간되는 인쇄본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전자피부는 물체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전기용량)을 이용한 것으로, 연구팀은 압력·터치와 같은 촉각뿐만 아니라 온도 및 습도, 유해가스, 유기용매에 의해서도 전기용량이 변한다는 데 착안했다. 도체와 도체 사이에 부도체를 넣으면 전기가 저장되는 축전기가 된다. 여기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땅에 접지돼 있는 우리 몸을 통해 전기가 흘러 전기용량이 변하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 스마트폰 등의 터치 스크린이다.
연구팀은 전기전도도와 탄성이 높은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합성해 피부처럼 휘어지고 늘어나는 성질을 가지는 소자를 만들었다.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머리카락 몇분의 1로 가느다라면서도 최대 35%까지 늘어난다.
이 소자에 유해가스 분자가 접근하면 그 분자의 전자 분포 때문에 생기는 고유 극성에 따라 전기용량이 늘어나거나 감소한다. 이것을 측정해 어떤 물질인지 구별하는 것이 ‘냄새 맡는 전자피부’의 원리다.
전자피부는 땀 속의 수소이온농도(pH)도 측정할 수 있어 건강 감지 센서로도 쓰일 수 있다. 연구팀의 전자피부는 온도는 0.2도, 습도는 2%, pH는 0.5 단위까지 감지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김도환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는 “전자피부 기술은 앞으로 주위 환경 감지는 물론 정보 송수신, 영상정보 표시, 자가발전 기능 등이 융합된 미래형 전자기기를 개발하는 데 원천기술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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