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은 포식자를 감시하기 위해 시야를 넓히려 가느다란 수평형의 동공을 갖고 있다. 그들은 머리를 들고 있든지 풀을 뜯기 위해 아래로 숙이든지 눈을 아래위로 회전시켜 동공이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유지한다. 영국 더럼대 제공
미국·영국 공동연구팀이 분석
“수평은 좌우 넓혀 포식자 감시
수직은 근거리 물체 포착 용이”
“수평은 좌우 넓혀 포식자 감시
수직은 근거리 물체 포착 용이”
고양이 눈은 아래위로 찢어진 듯 가느다란 수직형의 동공을 가지고 있다. 반면 양·소·말 등 초식동물의 동공 모양은 가느다란 수평형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영국 더럼대 공동 연구팀이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공동연구팀은 7일 “육상동물 214종을 분석해보니 양이나 소·말 등 초식동물들은 땅에 가까이 시선을 두면서도 전방과 좌우의 시야를 넓혀 포식자의 접근을 감시하고, 나아가 태양빛의 눈부심을 방지하려 머리 옆쪽에 수평형의 동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의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트> 7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실제로 초식동물들은 풀을 뜯어먹을 때와 고개를 쳐들 때 동공이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상하로 50도 이상 눈을 회전시키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는 사람이 눈을 돌리는 각도보다 10배가 넘는 것이다.
연구팀은 수직형의 ‘고양이 눈’은 밝고 어두움에 따라 빛 입사량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해석과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논문 주저자인 마틴 뱅크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포식자들의 눈이 가느다란 수직형인 것은 가까운 물체의 움직임도 잘 포착하고, 또 멀리 있는 물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식자들의 눈은 난시이다. 수직으로 놓인 대상은 초점거리보다 멀거나 가깝더라도 이미지가 선명하게 맺히는 데 비해 수평으로 놓인 대상은 흐릿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느다란 수직형 동공이 모든 포식자한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연구팀은 지면에 가까운, 곧 작은 포식자들만 이런 모양의 동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호랑이나 사자 등은 사람처럼 둥근 동공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이 조사해보니 얼굴 정면에 눈이 있는 동물 65종 가운데 44종이 수직형 동공을 가졌는데, 36종(82%)이 어깨높이 기준으로 키가 42㎝ 이하였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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